김 창업자가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정 관련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구형받는 등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자, 상대적으로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외부 출신 재무 전문가를 그룹 재편의 중심 축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 카카오는 지난 28일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CA협의체 공동 의장으로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선임했다. <카카오> |
29일 정보기술(IT)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카카오는 지난 28일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CA(Corporate Alignment)협의체 공동의장으로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선임했다.
CA협의체는 카카오그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김범수 창업자가 지난 2023년 12월 쇄신을 다짐하며 2024년 1월 그룹 독립기구로 개편했고, 당시 김 창업자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공동의장을 맡았다.
이후 협의체는 계열사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 인공지능(AI) 중심의 성장 전략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2025년 3월 김 창업자가 건강 문제로 물러나면서 정 대표가 단독으로 협의체를 이끌어왔다. 이번에 김도영 대표가 공동의장에 오르면서 ‘정신아·김도영’ 투톱 체제로 전환됐다.
사법 리스크로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공백 속에서 그룹 사업 재편을 이끌 새로운 경영진을 내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김 창업자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 창업자는 지난 2024년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9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 2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5억 원, 추징금 1272억 원을 구형했다. 최종 선고는 오는 11월로 예정됐다.
이번 CA협의체 조직 개편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카카오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단행됐다.
카카오는 그룹을 두 회사로 나누는 대수술을 앞두고 있다. 정신아 대표는 분할 후 신설되는 인공지능(AI) 중심 법인(카카오AI)을, 김도영 대표 내정자는 존속법인 카카오X를 각각 이끌게 된다.
CA협의체는 내년 1월 인적분할이 완료될 때까지 주요 의사결정과 지배구조 개편 후속 작업을 조율하는 임무를 맡는다.
카카오는 2022년 158곳에 달하던 계열사를 올해 6월 기준 125곳으로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지속해 왔다. 올해 들어 AI 사업과 핵심 계열사를 분리하는 인적분할 구상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김도영 대표는 삼성증권 투자은행(IB) 부문을 거친 투자·재무 전문가로, 카카오 합류 1년 5개월 만에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축을 맡게 됐다.
그는 김 창업자가 경영에서 물러나 있던 사이 정 대표와 함께 넵튠·카카오헬스케어·카카오게임즈 등 비핵심 사업의 지분과 경영권을 정리하며 재편에 속도를 낸 것으로 평가 받는다.
| ▲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026년 6월24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동안 카카오가 내부 출신 중심의 조직 인사로 비판을 받아온 것과 달리, 외부 출신인 김 대표의 전면 등장은 이례적이다.
특히 그룹 내 연차가 짧아 과거의 논란이나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그룹 재편을 추진할 적임자로 평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분할 이후 김 대표가 이끌 카카오X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X는 약 6조4천억 원에 달하는 투자 재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두나무 지분 매각 대금 등을 포함해 자체 투자 재원 2조3천억 원에 테크핀·콘텐츠·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가 보유한 4조1천억 원을 더한 규모다.
이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의 흡수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진행된 소규모 합병 반대 주주 의견 접수에서 반대율이 2%대에 그치면서,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현금과 투자 자산이 카카오X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내정자는 “기존 카카오의 현금 2조3천억 원은 신설되는 카카오AI로 넘어가는 만큼, 카카오X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자산을 활용해 독자적 투자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앞서 밝혔다.
김 대표는 앞으로 인수합병(M&A) 역량을 발휘해 카카오X의 복잡한 계열사 구조를 정리하고 신사업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 인사 출신인 만큼 향후 계열사 정리 과정에서도 보다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새롭게 발굴할 투자 후보군으로는 가상자산과 피지컬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이 거론된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8월21일 인공지능(AI) 신사업 집중과 기업가치 재평가를 이유로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분할은 오는 12월 임시주총을 거쳐 내년 1월1일 효력이 발생한다. 카카오AI는 1월27일 재상장, 카카오X는 같은 날 변경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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