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6-08-27 20: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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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병역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도 따지지 않고 직장에서 일률적으로 해직하도록 한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양심적 병역거부자 A씨가 낸 병역법 제76조 위헌확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명의 헌법불합치 의견과 2명의 단순위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 27일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소원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2028년 2월29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법이 개정될 때까지는 현행 조항이 계속 적용된다.
현행 병역법 제76조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고용주가 징집·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 등을 공무원이나 임직원으로 임용·채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재직 중인 경우에는 해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병역기피자 취업 제한 제도는 5·16 군사쿠데타 이후 병역기피 근절을 목적으로 1960년대 초 도입됐다. 재직 중인 병역기피자를 해직하도록 하는 규정은 1973년 추가됐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김상환·김형두·정형식·정계선·오영준 재판관 5명은 병역기피자를 해직하는 제도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이들은 “병역기피자에 대한 해직이 병역의무 이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병역상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면서도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을 기피한 자에 대해서만 해직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병역기피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병무청의 판단만으로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재판관들은 "정당한 사유의 유무는 병무청의 일방적 판단만으로 용이하게 확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병역의무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을 기피한 것인지 여부에 관해 자료를 제출하고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가 병역의무자의 소명이나 불복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채 해직하도록 한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복형·마은혁 재판관은 해직 제도 자체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단순위헌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병역법이 병역기피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인적사항 공개, 국외여행허가 제한 등 여러 제재수단을 이미 두고 있다며 "병역기피자에 대해 일체의 취업까지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정정미·조한창 재판관은 병역의무 불이행에 정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해직될 가능성이 낮고 개별 사정을 이유로 예외를 인정하면 병역부담의 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기각 의견을 냈다.
청구인 A씨는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현역 입영을 거부했다가 2020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 뒤 인천병무지청은 A씨에게 다시 현역병 입영을 통지하고 대체역 편입 신청 절차를 안내했으나 A씨는 대체복무를 거부했다. A씨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다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A씨는 2023년 파견직으로 근무하던 기업에서도 퇴사 처리됐다. 인천병무지청이 병역법 제76조를 근거로 A씨를 퇴사시키지 않으면 형사고발할 수 있다는 취지로 회사에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A씨는 같은 해 10월 병역법 제76조가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