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부동산 세제 "2027년 매도하라 신호", '덜 똘똘한 한 채'로 움직이는 풍선효과 우려도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6-08-04 16: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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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가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다주택자에게 한시적 퇴로를 열어 고가 1주택자와 다주택자에게 2027년이 사실상 매도 적기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초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유지되는 만큼 매물이 나오더라도 현금 동원력이 큰 자산가들 사이의 손바뀜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이 '2027년 매도' 유인을 높였지만 초고가 주택 거래가 자산가들 사이의 손바뀜에 그치고 수요가 한강벨트 등지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초고가 주택을 처분한 보유자의 후속 수요가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덜한 한강벨트와 경기 남부 등지의 고가주택으로 옮겨가면서 '덜 똘똘한 한 채'로 가는 풍선효과와 전월세시장 불안을 낳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4일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정부가 전날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을 둘러싸고 주택 보유자가 실거주를 늘리거나 매도를 앞당기도록 유도하는 데 역점을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달리하고 1세대 1주택자에게 폭넓은 특례를 부여했다면, 이번 개편은 거주 여부와 주택 가액의 과세상 중요도를 높여 '한 채만 보유하면 된다'는 기존 셈법을 크게 바꿨다.
정부안은 종합부동산세 세율 체계를 주택 수가 아닌 주택 가액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일원화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부담 상한을 높인다. 종부세는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 합산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며 1세대 1주택자 기본공제는 실제 거주하면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확대하지만 거주하지 않으면 9억 원으로 축소한다. 과세표준 12억 원 초과 구간부터 세율 인상 폭이 커져 거주 여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시가 40억 원 안팎부터 세 부담이 가팔라지는 구조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바꿔 보유보다 거주에 혜택을 집중한다. 2027년에는 현행 공제 방식을 유지하지만 2028년에는 거주 연 6%와 보유 연 2%로 조정하고 2029년부터는 보유공제를 없애는 대신 거주공제를 연 8%로 높인다. 공제한도는 2028년 20억 원, 2029년부터 10억 원으로 제한한다.
반면 2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주택 양도세 중과는 2027년과 2028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기본세율에 더하는 가산세율은 2주택자가 현행 20%포인트에서 2027년 5%포인트, 2028년 10%포인트로, 3주택 이상은 현행 30%포인트에서 각각 10%포인트와 15%포인트로 낮아진다. 정부는 종부세 정상화에 따라 다주택자에게 매도 기회를 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고가 1주택자는 장기거주소득공제 한도가 생기기 전인 2027년에,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 완화 폭이 가장 큰 2027년에 처분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셈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이날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양도세 공제 개편과 관련해 "2027년에는 제도 변화가 거의 없다"며 "정부가 내년에 처분하라는 신호를 강하게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세제가 매도를 압박하더라도 대출 규제로 초고가 주택을 사들일 수 있는 수요가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15일 발표한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을 통해 수도권·규제지역의 시가 2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2억 원으로 낮췄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YTN '뉴스스타트' 인터뷰에서 이 같은 대출 규제를 들어 "초고가주택을 살 수 있는 사람도 현금이 많은 자산가, 팔 수 있는 사람도 매도인 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자산가들만 사고팔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 수밖에 없어 부동산 시장에 왜곡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부세 부담이 커지는 고령·비거주 보유자가 매물을 내놓더라도 실제 거래는 충분한 현금을 갖춘 자산가들 사이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비수도권 이주 양도세 특례 대상인 고령 1주택자도 생활 기반과 의료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서울 강남·서초의 초고가 주택을 처분한 뒤 한강벨트나 경기 남부 등 인접 지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석 교수는 크게 늘어나는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을 피해 20억~35억 원대 아파트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똘똘한 한 채'가 사라지는 대신 '덜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도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번 개편이 시장에 "30억 원을 넘으면 부담이 커지고 30억 원 미만은 괜찮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초고가 주택이 몰린 강남에서는 일정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강남 이외 지역에서는 시장 왜곡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 실거주 우대가 전월세시장에 미칠 영향을 놓고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린다. <연합뉴스>
참여연대는 정부가 종부세를 주택 가액 중심 누진과세로 개편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거주 1주택자에게 과도한 공제 혜택을 줘 고가 1주택을 우대한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28년 이후 시가 30억 원인 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는 세액공제 전 약 234만 원으로, 같은 가격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약 898만 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거주기간·고령자 세액공제를 합쳐 최대 80%까지 적용하면 시가 40억 원인 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도 약 147만 원까지 낮아진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특례가 자산가액 중심 개편의 취지를 약화하고 '똘똘한 한 채' 선호를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정부 개편안에 자체 가정을 적용한 참여연대의 시뮬레이션 결과다.
실거주 우대가 전월세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린다.
석병훈 교수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커지고 거주기간에 따른 공제 혜택이 확대되면 집주인이 임대하던 주택에 직접 들어가면서 핵심 지역의 전월세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늘어난 보유세가 장기적으로 임대료에 전가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반면 최은영 소장은 매매와 전월세 수요가 서로 교차하는 만큼 실거주 유도가 곧바로 전월세 공급 감소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전월세난은 오래 누적된 문제로 이번 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전월세 가격 상승의 근본 요인은 주택가격 상승이라는 것이다.
정부안이 보낸 '2027년 매도' 신호를 시장이 신뢰할지도 변수다.
정부는 올해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재개하면서 추가 유예가 없다는 방침을 수차례 강조했지만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다시 2년 동안 세율을 낮추기로 했다.
참여연대는 양도세 중과 유예를 반복하면 시장에 '버티면 감세된다'는 학습효과를 남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핵심 개편이 2028~2029년에 본격 시행되는 만큼 앞으로 정치 일정과 시장 상황에 따라 다시 변경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면 보유자들이 2027년 매도보다 추가 유예를 기다릴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의 직접적 목적이 집값 안정이 아니라 과세 형평성과 조세 정상화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세제와 고가주택 대출규제, 주택 공급정책 사이의 정합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초고가 주택의 손바뀜과 지역별 풍선효과만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세제가 주택 수요 자체를 줄이기보다 지역 사이에서 옮기는 '수평 이동'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