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유료방송시장의 규제를 완화하고 케이블방송의 경쟁력 회복을 지원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케이블방송의 매물가치가 올라가면서 유료방송시장의 구조개편이 활성화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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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 |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7일 “유료방송회사들은 통합을 통해 경쟁 강도를 낮추고 협상력을 높여야 할 동인이 크기 때문에 시장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동통신회사가 인수합병에 나설 경우 케이블방송회사들은 (매물로서)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결합이 무산되면서 유료방송회사들의 인수합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그 뒤 LG유플러스 등 주요 사업자가 인수합병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힌 데다 미래부가 인수합병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구조개편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양 연구원은 “미래부는 이통사가 케이블방송을 인수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문제를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결합을 불허한 논리를 우회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파악했다.
미래부는 지난해 말 유료방송발전방안을 확정했는데 앞으로 유료방송회사의 지분소유 제한을 없앤다는 내용을 담았다.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만든 셈이다.
현행법상 케이블방송회사와 위성방송회사는 서로의 지분을 33% 넘게 보유할 수 없는데 인터넷방송(IPTV)회사는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다만 3종류 유료방송에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통합방송법이 제정될 경우 지분소유 규제가 인터넷방송회사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었다.
방통위는 지난해 말 ‘2016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를 내놨는데 이 보고서에서 시장의 환경이 바뀐 점을 감안해 시장획정 기준을 바꿨다. 유료방송 상품시장을 기존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방송을 묶어 파악했는데 이 보고서에서 아날로그방송시장과 디지털방송시장으로 나눴다.
지난해 공정위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불허한 논리에 대응해 앞으로 인수합병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심사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방송을 구분하지 않고 점유율을 따져 두 회사가 결합할 경우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케이블방송회사가 관련 정책에 힘입어 경쟁력을 일부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도 이통사가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파악된다. 케이블방송이 경쟁력을 확보해 매물로서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방송 점유율 1위인 CJ헬로비전은 지난해 3분기에 8분기 만에 전분기보다 가입자가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4분기에도 가입자 성장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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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
양 연구원은 “정부가 2015년 KT의 인터넷방송과 위성방송 가입자를 합산해 점유율을 정하도록 하는 한편 이통사 결합상품의 할인율을 조사했다”며 “그 뒤 이통사가 보조금과 저가상품을 통해 가입자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가격을 정상화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높이는 데 힘쓰면서 경쟁이 완화되기 시작했다”고 파악했다.
현행법상 유료방송회사는 전국 기준으로 점유율 33%를 초과할 수 없는데 KT는 인터넷방송과 위성방송을 합쳐 점유율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KT가 적극적으로 가입자를 늘리기 어려워진 데 따라 전체시장에서 마케팅경쟁의 강도가 다소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부는 최근 케이블방송을 지원하는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케이블방송의 디지털전환을 돕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2월 말 공청회를 열어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논의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디지털전환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2~3분기에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아날로그방송 종료를 본격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