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아무리 요즘 인공지능(AI)이 똑똑하다지만 매수, 매도 버튼을 누르는 것은 사람이다. 내 돈은 결국 내가 굴려야 한다. 학창시절 수학은 포기했지만 재테크는 포기 못한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 같은 투자 문외한을 위해 손쉬운 재테크 가이드를 써 보기로. 이코노미스트부터 펀드매니저, 프라이빗뱅커(PB)까지 금융 전문가들을 찾아가 재테크 입문자의 시선으로 질문을 던지기로. 누굴 만나도 주식 얘기를 하는 2026년, 그들의 입을 빌어 투자 이야기를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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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피가 9천 선을 눈앞에 뒀다 한 달여 사이에 6천 선으로 밀리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국내 증시는 하루가 다르게 널을 뛴다.
코스피는 15일 장중 급등하며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한 데 이어 하루 만인 16일에는 급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7월 들어서만 코스피에서 여덟 차례 사이드카가 울렸다.
올해 전체로는 벌써 37번째다.
사이드카는 시장이 너무 빠르게 오르거나 떨어질 때 프로그램 매매를 5분 동안 멈춰 과열과 패닉을 진정시키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사이드카 발동은 시장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한 셈이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에 투자자들의 마음도 함께 흔들린다.
급격한 변동성 속에서 하루 수익률이 크게 바뀌고 어제의 승자가 오늘은 패자가 되는 일도 반복된다.
SK하이닉스 주가는 6월25일 장중 298만7천 원까지 치솟으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170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 주가도 6월19일 37만4500원을 기록한 뒤 한 달 사이 24만 원대로 밀렸다.
반도체주도 이제 '피크아웃(고점 통과)'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지금의 조정이 본격적인 하락장의 시작은 아닐지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프라이빗뱅커(PB) 업계에서 시장을 잘 보기로 유명한 이진성 신한투자증권 신한프리미어 패밀리오피스 광화문센터 이사를 찾아 물었다.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변동장에서 돈 버는 투자법, 좋은 기업의 주주가 될 기회를 잡아라
“이지머니(Easy Money)가 되지 마라.”
이 이사는 지금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 개인투자자가 가장 먼저 새겨야 할 말을 이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증권가에서 '이지머니(Easy Money)'는 기업의 실적이나 가치보다 단기 수익을 좇아 시장을 빠르게 드나드는 투기성 자금을 뜻한다. 시장 분위기나 특정 테마에 따라 몰려들었다가 빠르게 빠져나가는 이른바 '핫머니'에 가깝다.
이 이사는 최근 반도체주를 둘러싼 투자 열기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봤다. 기업의 본질보다 주가 상승만 보고 뒤늦게 뛰어드는 투자는 결국 변동성이 커질수록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설사 내 투자금이 얼마 안 된다고 하더라도 투자의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이사는 투자는 시장의 등락을 예측해 매수 타이밍을 맞히는 게임이 아니라 어떤 기업과 함께 성장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판단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는 “어떤 주식을 얼마에 사고 파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보유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대표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주주를 대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기 성장 가능성이 높고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배당도 늘리고 자사주도 소각하고 있다”며 “이런 기업의 주주가 돼서 성장의 과실을 누리는 것이 똑똑한 투자법”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데 단기 시세차익만 노리다 보면 이런 변화의 과실을 함께 누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좋은 기업을 오래 보유하기보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얻고 빠져나오려는 심리가 반복되면서 시장의 변동성에 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지금의 조정을 오히려 좋은 기업의 주주가 될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지금 눈여겨보던 기업의 주식을 추가로 매수해도 괜찮고 (주가가) 더 떨어져서 사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당장의 주가보다 기업의 경쟁력과 주주를 대하는 태도를 먼저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레버리지 투자도 같은 원칙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는 “레버리지는 자산배분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활용해야 한다”며 “본주를 보유한 상태에서 일부만 레버리지로 운용하는 방식이라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레버리지 하나에만 투자해 단기간에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접근은 위험하다”며 “본주를 중심으로 장기 투자하고 레버리지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 ▲ 이진성 신한투자증권 이사가 신한프리미어 패밀리오피스 광화문센터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 뒤 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 AI 쏠림이 키운 변동성, ‘피크아웃’으로 보기엔 이른 이유
그렇다면 왜 지금 시장은 이렇게까지 흔들리는 걸까.
이 이사는 AI거품론, 미국과 이란의 전쟁 등 단기적 이슈를 들지 않고 지금의 변동성이 과거와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전에는 선진국이냐 신흥국이냐, 주식이냐 채권이냐 하는 거시경제 환경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생겼다면 지금은 다르다”며 “인공지능(AI)라는 주도 섹터로 자금이 몰리면서 그 집중 자체가 변동성을 키우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돈이 성장성이 높은 산업으로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자금이 한곳에 집중되면서 작은 변수에도 시장 전체가 크게 흔들리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바라봤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구조도 쏠림을 심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ETF는 담는 종목 수가 20개 안팎으로 적고 수익률 경쟁을 하다 보니 결국 비슷한 종목을 반복해서 담게 된다”며 “화장품 ETF나 바이오 ETF는 수익률이 떨어지면 자금이 빠지고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담긴 반도체 ETF로 몰리는 구조가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에 따르면 시장이 구조적 변화를 겪으면서 분산투자의 공식도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이 이사는 “예전에는 선진국과 신흥국이 번갈아 리스크를 완화해주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신흥국 가운데서도 한국과 대만 정도만 인공지능 수혜를 보고 브라질이나 인도는 투자 매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한국과 대만에 투자해도 결국 미국 IT와 함께 움직이는 자산이라 분산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지금은 투자하느냐 안 하느냐, 투자한다면 인공지능이냐 아니냐 정도로 시장이 압축돼 버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지금 시장에서는 ‘서학개미’ ‘동학개미’가 아니라 인공지능 생태계 안에서 역할을 나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는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미국은 GPU와 소프트웨어처럼 대체 불가능한 영역을 각각 담고 여기에 인공지능에 가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헬스케어나 바이오 같은 방어 섹터를 함께 가져가야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고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제일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최근 조정은 반도체 산업이 고점을 지나 꺾이는 '피크아웃'의 신호일까. 지금이라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팔고 대피해야 하나.
이 이사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과거 소비자(B2C) 중심의 경기민감 산업에서 기업간거래(B2B) 중심의 인프라 산업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이 이사는 “예전에는 D램이 스마트폰과 PC 교체 수요에 따라 움직였지만 지금은 데이터센터라는 인프라에 들어가는 제품이 됐다”며 “데이터센터는 하루도 멈출 수 없고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도 전력 소모가 커 지속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수요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는 국가 안보와도 연결되는 문제”라며 “미국과 중국 모두 국가 차원에서 경쟁하고 있고 강력한 인공지능이 곧 국가 경쟁력인 만큼 투자를 쉽게 멈추거나 속도를 늦추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지금의 조정은 산업의 성장 스토리가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자금이 지나치게 몰리면서 나타난 단기적 변동성에 더 가깝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이 이사의 첫마디가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이지머니가 되지 마라.”
투자를 하다보면 변동성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다. 특히 인공지능 산업이 시장을 이끄는 현재의 증시는 자금의 쏠림도, 그에 따른 급등락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개인 투자자에게는 하루하루의 주가 움직임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시장이 흔들릴 때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이사가 거듭 강조한 투자의 본질도 여기에 있었다.
좋은 기업의 주주가 되고, 그 기업이 성장하는 시간을 함께 견디는 것.
그것이 롤러코스터 같은 시장에서도 살아남는 가장 현실적 투자법이라고 그는 말했다.
다음 편에서는 '진짜 장기투자'란 무엇인지,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는 투자법에 대해 알아본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