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은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보증을 이끌어내면서, 신규 자금의 회수 불확실성도 낮췄다.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 홈플러스 회생을 지원하면서도 손실 부담을 최소화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면서 '명분'과 함께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메리츠금융그룹에 따르면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 등 3개 계열사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홈플러스에 대한 긴급운영자금(DIP) 2천억 원 대출 안건을 최종 승인했다.
이번 대출은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연대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DIP란 회생절차 기업에 대한 신규자금지원으로, 회생기업에 운영자금과 긴급 필요자금을 지원해 영업능력을 회복시키는 제도다.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에 원금 기준 1조2167억 원가량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안고 있는 최대 채권자다. 계열사별로는 메리츠증권 6551억 원, 메리츠화재 2808억 원, 메리츠캐피탈 2808억 원 등이다.
메리츠금융은 애초 홈플러스에 최대 1천억 원만 지원한다는 방침이었다.
메리츠금융은 6월18일 홈플러스에 대한 DIP 대출 1천억 원 지원안을 의결했다. 이는 앞서 홈플러스가 메리츠금융그룹에 긴급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2천억 원 규모 대출을 요구한 데 따른 조치였다.
당시 메리츠금융은 나머지 1천억 원을 MBK파트너스가 직접 조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홈플러스가 회생에 실패하더라도 메리츠의 손실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에서 나온 요구였다. 메리츠는 홈플러스 점포 62개를 담보신탁으로 잡고 있어, 파산 시에도 이 담보로 채권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메리츠금융은 입장을 바꿔, 나머지 1천억 원까지 직접 대출을 내줬다.
청산 과정의 불확실성과 홈플러스 회생에 힘을 싣고 있는 정치권 등 사회적 부담을 감안하면, 추가적 기회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회생에 힘을 실어주는 쪽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긴급자금 없이 홈플러스가 바로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하더라도 메리츠금융이 곧바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청산 뒤 담보로 잡은 점포를 실제 매각하려면 용도 변경과 경매 등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고, 감정가와 실제 매각가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홈플러스 파산에 따른 사회적 파장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홈플러스는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로, 파산 시 약 1만2천 명의 직간접 고용 인원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업계에서는 메리츠금융의 이번 지원 결정과 관련해 조 회장의 결단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조 회장은 금융업계 대표 은둔형 오너로 꼽힌다. 김용범 메리츠금융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한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에게 그룹 경영을 맡기고 있지만, 2014년 이후 메리츠금융지주 사내이사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
조 회장은 3월 말 기준 메리츠금융지주 지분 57.8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홈플러스 일반노조도 메리츠금융의 지원 결정 이후 조 회장의 결단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노조는 입장문에서 "대승적 결단을 내려준 메리츠금융 조정호 회장과 MBK 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의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며 "이번에 확보된 2천억 원은 홈플러스와 수많은 소상공인, 그리고 현장 노동자들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울 소중한 '회생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홈플러스에 추가 지원을 하면서도 손실 가능성은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에 2천억 원 규모 긴급운영자금 대출에 나선다.
메리츠금융이 2천억 원 추가 대출을 결정했지만 시장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전액 연대보증을 서면서 회수 불확실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선 홈플러스가 회생에 성공하면 이번 DIP 대출 회수는 무리 없을 전망이다.
채무자회생법상 DIP 대출은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일반 회생채권·회생담보권보다 우선 변제받는 지위를 가진다. 메리츠의 기존 담보채권(1조2167억 원)보다도 법적으로는 신규 2천억 원이 앞서는 구조다.
회생절차가 도중에 폐지돼 파산(견련파산)으로 전환되면서 DIP에 부여된 공익채권의 최우선변제 지위를 잃더라도, 김병주 회장과 MBK파트너스의 개인 보증이라는 안전장치가 남아 있다.
이번 메리츠금융의 지원은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며 항고 기한으로 정한 20일을 사실상 하루 앞두고 결정됐다.
이번 지원을 놓고 메리츠금융과 MBK파트너스는 서로에게 지원 책임을 미루며 이른바 '진흙탕 싸움'을 했는데 막판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메리츠금융그룹 관계자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우선시하는 금융사로서 추가 1천억 원 지원은 고심 끝에 내린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이번 필수 자금 지원이 회생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