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디지털헬스케어법안' 제정 드라이브, 의료 데이터 AI활용에 '개인정보 보호'는 쟁점
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6-06-18 15:42:44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보건복지부가 의료 인공지능(AI) 산업 육성과 디지털 헬스 산업 육성을 위한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제도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산업 성장에 필요한 데이터 활용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지만, 민감정보인 의료데이터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할지를 놓고 개인정보 보호 논란도 함께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대전 중구 충남대학교병원에서 열린 '국립대학병원 종합적 육성방향 논의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18일 정부와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보건복지부가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을 위한 논의에 힘을 실으면서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가능성 이 높아 보인다.
앞서 복지부는 17일 서울 중구 T타워에서 의료AI·디지털헬스·보건의료데이터 분야 15개 기업 관계자들과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수요자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정부는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날 제기된 현장 의견을 향후 법 제정 논의와 정책 수립 과정에 반영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국회에서도 이에 발맞춘 입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5년 11월24일 ‘디지털 헬스케어 및 보건의료정보 활용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육성과 보건의료정보 활용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보건의료정보의 수집·연계·분석·제공 체계를 정비하고 가명처리 절차와 개인 보건의료정보 전송요구권을 도입하며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정, 디지털헬스케어 특화 규제샌드박스 신설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이 같은 논의가 힘을 얻는 배경에는 의료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의료 데이터 확보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 AI 산업과 디지털치료기기, 개인건강관리서비스는 축적된 임상정보와 건강데이터를 활용해야 기술 고도화와 서비스 검증이 가능하다.
다만 보건의료 데이터는 질병 이력과 건강상태를 포함한 대표적 민감정보라는 점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환자 권리 보장이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의료계에서는 이미 반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서영석 의원안과 관련해 환자의 민감한 보건의료정보 유출 위험이 크고 정보 생산자인 의료인의 권리가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외에서는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법제가 이미 확산되는 추세다.
▲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영석 의원 측 제공>
유럽연합(EU)은 유럽보건데이터공간(EHDS)을 통해 전자의료정보 접근권과 데이터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연구자와 산업계가 익명·가명 처리된 의료정보를 연구와 혁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되, 별도 허가기관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데이터 최소화 원칙과 정보주체 권리를 함께 보장하는 방식이다.
핀란드는 보건·사회데이터의 2차 활용을 별도 법으로 규율하고 허가기구인 핀데이터(Findata)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통계·혁신·정책수립 목적의 데이터 활용을 허용하면서도 중앙 허가 체계를 두고 관리한다. 다만 허가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해 데이터 접근이 지연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최근 일부 절차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일본도 차세대의료기반법을 통해 의료정보를 익명·가명 처리한 뒤 연구개발에 활용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영국에서는 의료데이터 활용을 둘러싼 신뢰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는 연합데이터플랫폼(FDP)을 통해 의료서비스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최근 미국 데이터 분석기업 팔란티어와의 플랫폼 계약을 둘러싸고 개인정보 보호와 민간기업 의존 문제를 제기하는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한국의 디지털헬스케어법 논의도 의료 AI 산업 발전에 필요한 데이터 활용 통로를 열어주면서도 환자 동의와 권리 보장, 가명처리 적정성, 재식별 방지, 데이터 활용기관의 책임을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하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와 서영석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디지털헬스케어법 관련 공청회를 열고 의료계·산업계·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