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6-05-29 16: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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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펄어비스가 오픈월드 콘솔 신작 '붉은사막'의 흥행에 힘입어 1분기 영업이익이 2500% 이상 폭증하는 극적인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시장의 시선은 벌써부터 차기 신작 공백 리스크로 향하고 있다.
오래 기다려온 신작이 크게 성과를 내고 있지만, 주가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자 소액주주들이 결집해 허진영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 펄어비스가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신작 '붉은사막'으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차기작이 나오기까지 2~3년 간 실적 공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펄어비스>
29일 소액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ACT)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펄어비스 소액주주 결집률은 4.54%로 집계됐다. 상법 상 지분 3% 이상을 확보하면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구와 이사·감사 해임 청구 등 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사실상 경영진을 압박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한 셈이다.
지분 결집 속도도 가파르다. 이날 기준 액트에 신규 가입한 펄어비스 주주 수는 전체 상장 종목 중 가장 많았다. 액트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단 이틀 동안 800명이 넘는 소액주주가 새로 플랫폼에 합류했다.
소액주주들은 이날 중 주주대표를 선출하고, 회사 측에 공식 소통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날 선출된 소액주주대표는 주주 게시판을 통해 "1차적으로 사측에 주주 간담회를 공식 요청해 주주들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펄어비스는 올해 1분기 매출 3285억 원, 영업이익 212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19.6%, 영업이익은 2597.4% 폭증하며 드라마틱한 실적 반등을 이뤘다.
신작 개발비 부담 등으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연간 영업적자의 늪에 빠져 있었으나, 지난 3월 출시한 오픈월드 콘솔 신작 ‘붉은사막’의 흥행을 계기로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붉은사막은 3월 20일 출시 후 단 26일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500만 장을 돌파하며 한국 콘솔 게임 사상 최단기 흥행 기록을 세웠다. 약 7년의 장기 개발 끝에 거둔 결실로 대규모 현금 유입과 함께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
펄어비스 역시 붉은사막의 흥행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를 8790억~9754억 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 중 붉은사막의 예상 매출만 6441억~7348억 원에 달해, 올해 전체 성과의 상당 부분이 사실상 단일 신작에서 나올 전망이다.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4876억~5726억 원으로 내다봤다.
▲ 일부 소액 주주들은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이사(사진)를 비롯한 경영진에게 지속 성장과 관련해 주주들과 공식 소통 창구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펄어비스>
호실적에도 시장과 주주들의 시선은 냉랭하다.
허진영 대표에게 벌써부터 ‘붉은사막 다음’을 압박하는 배경에는 호실적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의구심이 깔려 있다.
매달 결제가 이뤄지는 모바일 MMORPG 등 라이브서비스 게임과 달리, 초기 패키지 판매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콘솔 게임의 특성상 출시 초기에 매출이 집중되고 이후에는 급감하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당장 2분기부터는 출시 효과가 소멸하는 동시에 신작 흥행에 따른 대규모 성과급과 인센티브 등 비용 부담이 반영되면서, 1분기 수준의 매출과 수익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판매량과 이익 감소가 시작될 것"이라며 "내년 역시 붉은사막의 다운로드 가능 콘텐츠(DLC) 출시를 가정하더라도 올해보다 이익이 줄어드는 감익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기존 캐시카우인 ‘검은사막’은 10년 차에 접어들며 자연스러운 매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가 제시한 올해 검은사막 매출 전망치는 2349억~2406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8~10% 줄어든 규모다.
통상적으로 게임사 주가는 신작 출시 직전 기대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출시 이후 재료 소멸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인다.
펄어비스 역시 붉은사막의 성과에도 주가 하향곡선을 면치 못했다. 지난 4월 1일 장중 최고 7만74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후 차기작 공백 우려가 확산되며 지속적으로 하락, 이날 4만3650원에 장을 마쳤다.
주주들이 수년간 개발 기간을 견디며 실적 반등에 성공하고도 주가 하락을 방치했다며, 사측에 구체적 행동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허 대표에게 주가를 방어할 단기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3년 연속 적자 끝에 이제 막 흑자 전환한 상태라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을 과감히 펼치기엔 재무적 운신의 폭이 좁다.
결국 게임사 주가의 본질인 신작 기대감이 살아나야 하지만, 차기작 일정은 아직 뚜렷하게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펄어비스가 개발 중인 신작은 ‘도깨비(DokeV)’와 ‘플랜 8’ 등 2종이다. 그러나 현재 도깨비는 초기 기획 단계, 플랜 8은 콘셉트 구체화 단계로 모두 개발 초기에 머물러 있다. 도깨비는 일러야 2028년, 플랜 8은 2031년 쯤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앞선 5월 주주서한을 통해 "2~3년 주기의 신작 사이클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우선 도깨비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개발 속도를 높여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통상적 초기 기획 단계에 소요되는 물리적 개발 기간, 앞서 붉은사막이 당초 계획보다 출시가 수년 이상 밀렸던 전례를 감안하면 차기작 출시 일정이 명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평가다.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올해는 붉은사막의 글로벌 추가 업데이트와 라이브 서비스 관리에 집중하며 판매량을 추가로 이끌어내는 데 집중하지 않겠냐"며 "다음 신작이 나오기까지 적어도 2~3년의 매출 공백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