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6-04-09 14: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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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공개 비판하면서 향후 정책 방향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가 새로운 지도지침을 통해 포괄임금제 개선에 나섰지만 그 한 축을 이루는 ‘정액수당제’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하면서다.
▲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비판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 갈무리>
9일 정부 움직임을 종합하면 포괄임금제 오남용 방지를 본격 추진하는 가운데 관련 논란의 무대가 국회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포괄임금제는 노동자의 실제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기본급에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미리 포함해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장시간 노동 구조 아래에서 편의적으로 활용돼 왔지만 실제 일한 시간만큼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공짜노동’의 통로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서 이 대통령은 8일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에 ‘공짜노동 포괄임금 오남용 뿌리 뽑는다, 9일부터 지도지침 시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노동대가는 온당하게 지급해야 하지 않나”라고 적었다. 전날 노동부가 발표한 지도지침의 실행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노동부는 전날인 8일 ‘공짜노동 근절을 위한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 지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노사정 협의 등을 거쳐 이번 지도지침을 마련했다.
노둥부의 지도지침은 △기본급과 각종 수당 구분 기재 △실제 근로 시간에 대한 수당 지급 △기본급과 제 수당의 구분(정액급제 금지) △제 수당의 포괄 산정 및 지급 금지(정액수당제 금지) △‘고정 OT’(실제 연장·야간·휴일 근로 시간과 관계없이 매월 일정 시간의 수당을 기본급 외에 정액으로 미리 지급하는 약정) 체결 시에도 약정금액이 실제 근로기단에 따른 법정수당보다 적을 시 차액 지급 등을 뼈대로 한다.
노동부는 임금대장·임금명세서 작성 및 교부 여부를 점검해 위법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또한 사용자가 정액급제·정액수당제 약정 등을 체결한 경우에도 ‘약정한 연장근로수당 등’이 ‘실제 근로시간에 따른 연장근로수당 등’에 미달함에도 차액분을 지급하지 않으면 임금체불 사건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동부가 이번 지도지침에 ‘정액수당제 금지’를 포함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포괄임금제는 크게 정액급제와 정액수당제로 나뉜다. 정액급제는 기본임금을 따로 산정하지 않고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법정수당까지 한데 묶어 월급이나 일당 전체를 정하는 방식이다. 정액수당제는 기본임금은 따로 두되 시간외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만 매달 일정액으로 정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고정 OT는 사실상 정액수당제에 포함된다.
재계는 노사정 합의 당시에도 근로시간 수 기재와 정액급제 개선에는 반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지침이 정액수당제까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자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8일 입장문을 통해 “노사정은 지난해 12월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에서의 합의를 통해 포괄임금계약의 전면 금지가 아닌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를 목적으로 정액급제는 개선하되 정액수당제와 고정 OT 형태는 금지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며 “정부가 지침을 통해 정액수당제까지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어렵게 도출한 사회적 합의를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시선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로 향하고 있다.
▲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 전체회의를 마치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8일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를 위해 건설업계 등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2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포괄임금계약을 규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심사했다. 현재 환노위에는 포괄임금제 관련 법안 9건이 계류 중인데, 이 가운데 노사정 합의의 방향이 상대적으로 잘 반영된 안으로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이 꼽힌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이 2월13일 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사용자가 연장·야간·휴일근로 시간을 근로일별로 임금대장에 기재하고 가산임금은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산정하도록 하되, 고정OT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노사정 합의 이전에 발의된 법안들 가운데는 단순한 오남용 방지를 넘어 포괄임금제 자체의 전면 금지를 담은 법안들도 있다. 실제 박홍배·박주민·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포괄임금제를 아예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현장 지침을 통해 제도 운용의 폭을 좁히고 있는 만큼 향후 국회 논의에서도 ‘규제 범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