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껄무새는 ‘할 걸’과 ‘앵무새’가 합쳐진 말이다. 증시 등 투자 커뮤니티에서 지나간 선택을 후회하며 같은 말을 반복하는 모습이 앵무새 같다고 해서 생긴 은어다.
변종으로는 ‘살껄무새’와 ‘팔껄무새’가 있다. 말 그대로 살껄무새는 ‘그 때 살 걸’, 팔껄무새는 ‘그 때 팔 걸’ 후회를 반복하는 이들을 뜻한다.
| ▲ 투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할 걸'을 반복하며 후회하는 이들을 앵무새에 빗대 '껄무새'라고 부른다. <픽사베이> |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말껄무새’라는 말도 나올 판이다.
그 때 살 걸 만큼이나 ‘그 때 사지 말 걸’, 그 때 팔 걸 만큼이나 ‘그 때 팔지 말 걸’ 같은 후회도 많아져서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전무후무한 주식시장 변동성 때문이다.
이런 식이다.
코스피가 7.24% 내린 3일, 저점매수란 생각에 들어갔는데 다음 날(4일) 더 주저앉자(-12.06%) '사지 말 걸' 후회가 밀려온다.
아픈 마음 삭이며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그 다음 날(5일) 코스피가 9.63% 오르자마자 팔았는데, 6일 강세를 이어가자 이번엔 '팔지 말 걸' 속상해한다.
이후 9일 코스피가 5.96% 빠지고 10일 다시 5.35% 반등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선택을 복기하며 사고 팔기를 반복하지만 아쉬움은 달랠 길이 없다.
3월 들어 전날까지 6거래일 동안 국내 증시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루 한 번 이상의 매수 혹은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 기간 자신의 선택이 맞아 떨어져 남몰래 미소 지은 투자자도 분명 있을 거다. 하지만 하루만 늦게 샀어도, 하루만 늦게 팔아도 수익률이 5% 이상 달라지는 변동성은 과감한 선택을 한 많은 투자자들을 후회 속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했다.
팔껄무새와 살껄무새가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미련이라면 말껄무새는 이미 한 행동에 대한 후회다. 적극적 선택에 대한 후회인 만큼 더 뼈아플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금의 롤러코스터 같은 변동성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는 변동성을 이겨보려 부단히 노력하겠지만 쉽지 않다. 평소에도 이기기 쉽지 않은데, 미국과 이란의 전쟁 상황은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전쟁 판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서 누가 어디를 어떻게 공격했는지,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어떤지, 양측의 주장은 수없이 엇갈리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사진, 영상 등이 더해지며 진실을 계속해 호도한다.
우리가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그 모든 요인들이 뒤섞인 뒤 정제돼 숫자로 확인되는 유가, 증시 등 시장의 흐름뿐인데 이 역시 매일 같이 요동치며 현재 시장의 이례적 불확실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껄무새가 되지 않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한다면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투자의 기본은 ‘분산투자’와 ‘장기투자’다.
껄무새는 기본적으로 사고 팔기를 즐겨하는 단기투자자들의 용어다. 한 종목을 오래 들고 가는 장기투자자 세상에는 껄무새가 끼어들 자리가 많지 않다.
| ▲ 3월 들어 국내 증시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2월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코스피 6천 돌파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
물론 장기투자할 종목도 잘 골라야 한다. 하지만 종목을 고르기 어렵다면 상장지수펀드(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ETF는 여러 종목을 한 바구니에 담고 있어 ETF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종목을 분산해 투자 효과를 볼 수 있다.
“투자는 운이나 감에 기대는 게임이 아니다. 단기매매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최근 자신의 저서 ‘누구나 투자로 부자가 될 수 있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는 국내 증시에 ETF를 들여와 ‘한국 ETF의 아버지’로 불린다.
배 대표가 말하는 투자는 방향과 시간의 함수다.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투자 대상을 고르는 논리적 과정’인 방향뿐 아니라 ‘시장의 변동성을 이해하고 이겨내는 감정적 과정’인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가 내린 결론은 명확하다.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투자로 부자가 되려면 지수를 따르는 ETF를 통해 장기투자하라.'
투자에 왕도는 없다지만, 40년 가까이를 금융투자업계에서 일하며 내린 결론이라고 하니, 그의 경험에 기대 자금과 함께 시간을 투자해보는 건 어떨까. 껄무새에서도 벗어날 겸 말이다. 이한재 금융증권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