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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모든 것] 재산분할 의무의 상속, 이혼 후 사망한 전 배우자의 상속인에게 재산분할 청구 가능한가

고윤기 info@kohwoo.com 2026-02-09 16: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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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모든 것] 재산분할 의무의 상속, 이혼 후 사망한 전 배우자의 상속인에게 재산분할 청구 가능한가
▲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은 권리 행사 자체가 본인에게만 귀속돼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상속할 수 없다는 의미이지만 대법원은 '권리'의 일신전속성과 '의무'의 승계 가능성을 구분했다. 사진은 대법원의 전경.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2002년 결혼해 18년 동안 함께 살아온 부부가 2020년 8월 협의이혼 신고를 마쳤다. 혼인 기간 중 형성한 재산은 대부분 남편 명의였다. 부동산, 예금, 주식 등 3억 원이 넘는 재산이 있었지만,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 문제는 "천천히 정리하자"라며 미뤄뒀다.

그런데 이혼 신고 3개월 만에 전 남편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전 남편의 전혼 자녀들이 나타나 "이미 이혼했으니 아버지 재산과 무관하다"라며 상속재산 분할을 거부했다. 18년 동안 함께 일궈낸 재산에 아내는 정말 아무런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는 것일까?

대법원은 “이혼을 한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는 경우, 그의 재산분할 의무는 상속인들에게 승계된다.”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혼을 한 당사자 일방은 사망한 전 배우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재산분할 의무, 왜 상속되는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은 분명 '일신전속권(一身專屬權)'이다. 이는 권리 행사 자체가 본인에게만 귀속돼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상속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대법원은 '권리'의 일신전속성과 '의무'의 승계 가능성을 구분했다.

재산분할 제도는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우리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어, 혼인 중 각자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각자의 특유재산이 된다. 하지만 이혼 시에는 명의와 무관하게 재산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실질적으로 분할한다. 이것이 바로 부부별산제를 보완하는 공평의 원칙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와 공평의 관념을 근거로, 이혼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더라도 그가 부담해야 할 재산분할 의무는 소멸하지 않고 상속인들에게 승계된다고 판단했다. 혼인 중 함께 형성한 재산에 대한 청산 의무는 채무의 성격을 가지며, 이는 일반 채무와 마찬가지로 상속된다는 논리다.

◆ 이혼과 재산분할, 분리할 수 있는 합리적 선택

그러면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가? 우리나라 법 체계상 이혼과 재산분할은 별개의 절차이기 때문이다. 민법은 이혼이 확정된 후에도 2년 이내에는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실무상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혼 소송이 장기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재산분할 다툼이다. 위 사례의 경우도 부부 사이에는 적극재산만 5억 7천만 원, 소극재산 2억 8천만 원에 달하는 재산이 있었다. 이혼 소송에서 재산목록을 놓고 형성 과정, 기여도 산정, 분할 비율 등을 다투다 보면 쉽게 2~3년이 흐른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청구인의 기여도를 40%로 인정하면서, 18년 혼인 기간 동안의 각종 사정을 꼼꼼히 검토했다.

그런데 이혼 확정이 지연되면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재혼을 원해도 할 수 없고, 자녀 양육권이나 면접교섭권 문제도 불안정한 상태로 남는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전략적 선택으로 이혼과 재산분할을 분리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선 이혼만 확정 지어 법적 관계를 정리하고, 재산분할은 별도로 심판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이는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특히 상대방의 재산 처분 위험이 크지 않거나, 재혼 등 다른 가족관계 형성이 시급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 합리적 선택이 위험으로 돌변하는 순간

문제는 이러한 합리적 선택이 예기치 못한 위험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 사례에서 청구인은 2020년 8월11일 협의이혼 신고를 마쳤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전 배우자가 사망했다. 청구인은 재산분할 협의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제 청구인은 전 배우자가 아닌 그의 전혼 자녀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혼 자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들의 첫 번째 주장은 "이미 이혼했으니 청구인은 아버지 재산과 무관하다"라는 것이었지만, 두 번째 주장이 더 날카로웠다. "이혼할 때 재산분할 협의가 이미 이루어졌다"라는 것이었다.

◆ 재산분할 약정의 존재 여부, 핵심 쟁점이 되다.

실제로 이혼 후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중요한 쟁점 중 하나가 바로 '이혼 당시 재산분할 약정이 있었는지 여부'다. 만약 재산분할을 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거나, 각자 명의의 재산은 각자 재산으로 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면, 나중에 추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다.

위 사례에서도 전혼 자녀들은 이 점을 집중적으로 다투었다. 원심의 판결문을 보면, 상대방들은 “청구인과 망인이 협의이혼을 할 당시 별도로 망인의 재산에 대해 분할 협의를 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 사람 간에 일부 재산분할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 간 것으로 보이긴 한다. 왜냐하면, 이혼 당시 망인이 개인회생을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청구인과 망인 사이에,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온전히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왜일까?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는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 중 무엇을 청산·분배할 것인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의 범위,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합의하여 더 이상 다툴 여지가 없을 정도로 특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지 일부 재산의 귀속에 관한 언급만으로는 부족하다. 전체 재산 범위를 확정하고, 기여도를 산정하고, 분할 방법까지 명확히 정해야 비로소 '협의가 성립했다'라고 볼 수 있다.

◆ 구두 약정의 함정 - 증명하지 못하면 없는 것

일반론으로 돌아가서, 이혼 당시 '각자 재산은 각자가 갖기로 하자'는 재산분할 약정을 구두로만 했다면 어떻게 될까? 나중에 상대방이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했을 때, '재산분할을 이미 했다'라는 증거가 없으면 패소할 수 있다.

실무에서 이런 사례는 의외로 흔하다. 이혼 당시 서로 감정이 좋지 않아 빨리 헤어지고 싶은 마음에 "각자 알아서 하자", "각자 명의 재산은 각자 갖자"라고 합의하고 이혼 신고를 한다. 당시에는 이것으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몇 개월 후, 심지어 1년 정도 후에 전 배우자로부터 재산분할 심판 청구서가 날아온다.

이때 "우리 이혼할 때 각자 재산은 각자 갖기로 했잖아요"라고 항변해도 소용없다.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객관적 증거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합의서, 녹음 파일, 문자 메시지, 이메일 등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위 사례에서 청구인은 개인회생 절차에서 일부 재산목록을 제출하고 상대방과 이메일을 주고받았지만, 법원은 이것만으로는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의 범위,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합의하여 더 이상 다툴 여지가 없을 정도로 특정되었다"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양날의 검 - 보호받을 수도, 위험에 처할 수도

흥미로운 점은 이 법리가 양날의 검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혼 당시 급하게 "각자 알아서"라고 합의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부당하다고 느끼는 경우, 합의를 증명할 만한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위 사례의 청구인처럼 18년 혼인 기간 동안 형성한 재산에 대한 정당한 몫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혼 당시 서로 합의하여 각자 재산은 각자 갖기로 했는데 서면으로 남기지 않았다면, 나중에 상대방이 마음을 바꿔 재산분할을 청구할 때 막기 어렵게 된다. "그때 우리 각자 갖기로 했잖아"라고 아무리 항변해도 증거가 없으면 법원은 인정하지 않는다.

재혼 가정이 증가하면서 전혼 자녀와 전 배우자 간 이해관계 충돌이 새로운 가족 갈등 구조로 부상하고 있다. 위 사례의 전혼 자녀들은 부모의 이혼으로 이미 가족 해체를 경험했다. 이제 부모 사망으로 상속을 받는 과정에서 전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이미 이혼했는데 왜 우리가?"라는 반발이 당연하다.

◆ 실무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 체크리스트

이번 판결과 필자의 실무 경험을 종합해서, 꼭 필요한 사항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 이혼과 재산분할을 분리 진행하기로 했다면, 제척기간(2년)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혼 후 '나중에 천천히'가 아니라 '신속하게 그러나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둘째, 전 배우자의 건강 상태나 연령을 고려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고령이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 분리 진행의 위험성이 커진다. 사망 후 상속인들과의 분쟁은 당사자 간 분쟁보다 훨씬 복잡하고 감정적으로 격화되기 쉽다.

셋째, 재산분할 합의를 했다면 반드시 서면으로 명확히 작성해야 한다. "각자 재산은 각자 갖는다", "재산분할을 하지 않는다", "아파트는 남편, 예금은 아내가 갖는다" 등 어떤 내용이든 서면으로 만들고, 공증받는 것도 좋다. 구두 약정도 유효하지만, 증명하기가 어렵다. 

넷째, 서면 합의 시 재산 범위를 명확히 특정해야 한다. 단순히 "각자 알아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재산(부동산, 예금, 주식, 퇴직금, 보험 등) 을 어떻게 분할하는지 항목별로 기재해야 한다. 위 사례에서 법원이 강조한 것처럼, "재산의 범위, 쌍방의 기여도, 분할 방법"이 모두 특정되어야 한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의 의미는 법적 이혼이 모든 관계의 완전한 청산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 함께 일궈낸 재산에 대한 정산 의무는 당사자 사망으로도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모든 합의는 반드시 서면으로 명확히 남겨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혼을 결심했다면, '나중에'는 없다. '말로만'도 통하지 않는다. 지금, 바로, 서면으로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만이 미래의 분쟁을 예방하는 길이다. 고윤기 상속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의 전문변호사 등록심사를 통과하고 상속전문변호사로 등록되어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속과 재산 분할에 관한 많은 사건을 수행했다. 저서로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모든 것'(2022, 아템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상속 한정승인 편'(2017, 롤링다이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이야기(2016, 양문출판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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