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천 그늘②] 롯데그룹 주주 흥돋는 카드 안 보인다, 신동빈 유통·화학 계열사 '시장 소외'에 속앓이
장은파 기자 jep@businesspost.co.kr2026-02-09 16: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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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코스피 지수가 5천 포인트의 벽을 돌파했다. 반도체와 로봇, 에너지 관련주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신사업 성장에 투자자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오천피 시대' 개막에도 주가 부양에 성과를 내는 데 고전하며 소외되는 여러 기업들이 남아 있다.
전례 없는 증시 상승세에 올라타지 못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새 성장동력 중심의 체질 개선과 주가 부양책 등 여러 수단을 앞세워 주주들의 마음을 붙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코스피 5000 시대에 소외된 주요 기업 및 경영진의 전략과 과제를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증시에서 외면 받는 LG그룹, 구광모 '체질 개선'과 '부양책'으로 지독한 저평가 끊어낸다 ② 롯데그룹 주주 흥돋는 카드 안 보인다, 신동빈 유통·화학 계열사 '시장 소외'에 속앓이
③ CJ그룹 식품·물류·콘텐츠에 투자매력 희미, 이재현 주가 부양 카드 언제 꺼내나
④ 이해진 복귀에도 멈춰선 네이버 주가, 신사업·AI 성과 가시화 숙제
⑤ GS건설 강한 '자이'만큼 커진 주택주 그림자, 허윤홍 새 성장동력 모색 박차
⑥ KT 주가에 붙은 저평가 꼬리표, '탈통신' AICT 사업 성과가 재평가 열쇠 될까
⑦ 코스피 호황에도 날지 못한 대한항공, 조원태 고환율 지속에 실적 방어 전략 모색
⑧ 메리츠금융지주 코스피 랠리에도 주가 제자리, 조정호 '밸류업 선구자' 위상 회복할까
⑨ 포스코그룹 '2030 시총 200조' 열쇠는 배터리 소재, 장인화 포스트 캐즘 대비해 가치사슬 담금질
⑩ LG화학 오천피에도 힘 못 받는 주가, 사업 체질개선에 마음 바쁜 김동춘
▲ 9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코스피 상승 랠리에도 롯데그룹 주요 업종이 상승 랠리에서 소외되면서 주가 부양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이 역사적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 증시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1년 전보다 2배가 넘게 올랐지만 롯데그룹 계열사 전체 시가총액 상승률은 지수 상승률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서는 '속앓이'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사업을 하는 회사가 드문 데다 주력 사업인 유통과 화학에서도 주가를 부양할 만한 카드를 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종가 기준 5298.04로 5천 선을 다시 회복했다. 1년 전인 2025년 2월10일 종가 2521.27과 비교하면 두 배를 넘는다.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2067조 원에서 이날 4363조 원으로 훌쩍 늘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주가 성적표는 시장 분위기와 한참 거리를 두고 있다. 코스피가 두 배 넘게 뛰는 동안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 평균 주가 상승률은 35.28%에 그친다.
롯데쇼핑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주가가 80% 정도 올라선 터라 사실상 그룹 전반이 증시 호황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를 살펴봐도 현재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핵심 업종에 속한 회사는 찾기 어렵다.
지주회사이자 롯데그룹 시가총액 1위인 롯데지주의 9일 종가는 3만2450원이다. 1년 전인 2025년 2월10일 종가와 비교해 54% 올랐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은 40% 상승했고 롯데쇼핑이 그나마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기대감에 힘입어 79% 뛰었다.
시장 전체의 성장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를 놓고 업계에서는 업종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근 코스피 5천 시대를 이끈 주역은 반도체와 방산, 조선, 원전 등 주요 제조업 분야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이들 산업에 직접적인 사업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
유통과 화학, 렌터카, 기초소재 등 내수 민감 업종 비중이 높고 석유화학의 경우 국내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 국면에 놓여 있어 주가를 끌어올릴 뾰족한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이 시황 부진 속에서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가동으로 단기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다만 중국 세재 개편으로 범용 제품의 가격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첨단 소재를 앞세워 분발하고 있지만 반도체 핵심 분야가 아닌 소재 사업이라는 점에서 격차를 극복하기는 역부족이다.
실제 롯데쇼핑과 함께 롯데리츠, 롯데렌탈, 롯데정밀화학, 롯데이노베이트 등 주요 계열사 대부분이 현재 증시 랠리와는 결이 다른 업종에 속해 있다.
그룹 차원에서 ‘확실한 1위 기업’이 부재하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나마 대형마트 관련 유통산업법 개정 기대감이 롯데쇼핑 주가에 일부 반영되고 있지만, 경쟁사인 이마트와 비교하면 상승 탄력은 제한적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백화점의 수혜가 큰 상황”이라며 “단체관광객의 직접적 수혜는 면세점이 볼 수 있는데 면세점을 끼고 있는 백화점의 경우 낙수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실제 9일도 정치권의 유통산업법 개정안 추진으로 이마트 주가는 5% 상승한 반면 롯데쇼핑은 1.86% 오르는데 그쳤다.
▲ 롯데그룹의 핵심사업이 내수 업종에 연관이 깊어 주가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롯데타워 모습.
주가 부양 카드 역시 마땅치 않다.
롯데쇼핑이 그나마 영업이익을 개선하며 재무적 체력을 다진 상태지만 금융권처럼 높은 배당을 책정하거나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의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기는 힘들다는 시선이 많다.
롯데쇼핑은 2025년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했으며 배당성향을 40% 이상 확보하겠다는 내용의 주주친화정책을 펼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적극적 정책이 더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롯데지주도 주가 부양 카드를 쓰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지주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2025년 6월 말 기준으로 27.51%로 국내 50대 기업 가운데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 논의가 계속되면서 롯데지주도 지속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사주를 소각하게 되면 지배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롯데지주의 최대주주는 지분 13.0%를 보유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호텔롯데 11.1%, 롯데알미늄 5.1%, 롯데물산 5.0% 등이 뒤를 잇는다. 얼핏 보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비중이 43%로 안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대주주인 호텔롯데의 지분이 대부분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가 소유하고 있어 지배구조 방어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의 리빌딩은 지속되고 있다"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으로 영업실적 개선은 쉽지 않은게 현실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롯데케미칼 등의 구조조정에 따른 회복 등으로 정상화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