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SMC 전직 임원이 인텔로 이직하며 반도체 기술을 유출했다는 혐의를 두고 대만 검찰이 수사 강도를 높였다. 대만과 미국의 국가 간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연구개발센터. < TSMC >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로 이직한 TSMC 전직 고위 임원의 반도체 기술 유출 혐의를 조사하는 대만 검찰이 자택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TSMC가 해당 임원에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대만 정부도 대응에 나서면서 이번 사태가 기업 간 분쟁을 넘어 미국과 국가 차원의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도 파악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 "뤄웨이런 전 부사장이 인텔의 영광을 되찾는 데 기여하기 전에 지정학적 리스크와 얽혀 있는 수사에 대응해야만 한다”고 보도했다.
대만 검찰은 전날 뤄웨이런 전 TSMC 연구개발 담당 부사장의 현지 자택을 압수수색해 컴퓨터를 비롯한 증거물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찰은 뤄웨이런이 국가 안보와 관련된 반도체 기술을 인텔에 부적절하게 이전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대만 법원은 그가 소유한 부동산 등 자산을 동결해달라는 검찰의 요청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TSMC에서 7월 퇴직한 뤄웨이런은 10월 인텔에 영입되면서 다수의 반도체 기술 관련 기밀자료를 반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TSMC는 해당 임원이 인텔로 이직하며 기밀유지 협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를 상대로 영업비밀 유출 관련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만 정부도 검찰과 적극 협력하겠다며 국가 핵심 기술인 반도체 관련 기밀정보 유출 가능성과 관련해 TSMC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반면 인텔 대변인은 “현재 파악된 사실에 근거해 뤄웨이런과 관련된 혐의에 실체적 근거가 있다고 믿을 이유가 없다”며 사실상 이런 혐의를 부인했다.
TSMC와 인텔의 기술 유출 분쟁은 대만과 미국의 갈등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현재 두 국가가 반도체 관세를 비롯한 무역 협상을 벌이며 서로를 민감하게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인텔을 중심으로 반도체 제조업 재건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인텔의 지분 약 10%를 정부가 직접 인수하며 막대한 자금 지원도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전부터 꾸준히 TSMC가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훔쳐 대만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주도할 수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제는 대만이 역공에 나설 명분을 확보한 만큼 인텔에 TSMC의 반도체 기술 유출 가능성과 관련한 공세를 협상에 유리한 카드로 앞세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에 국방 의존이 높고 반도체 관세 등 무역정책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대만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이는 쉽지 않은 길이 될 수 있다.
뤄웨이런이 당초 인텔에서 18년 가까이 근무한 뒤 TSMC로 이직했던 이력이 있다는 점도 대만 측에 불리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대만 검찰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TSMC의 기술을 유출해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 도쿄일렉트론에 제공한 혐의를 받는 전직 직원들을 기소했다. 이들은 현재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대만 정부와 검찰, TSMC가 뤄웨이런과 관련한 의혹에 더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