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부과하는 중국산 흑연 반덤핑 관세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헤이룽장성 지시에 위치한 흑연 생산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의 중국산 흑연 관세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반 년치 순이익을 증발시키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전문가 예측이 제시됐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흑연 공급사들이 부당한 지원을 받았다고 판단해 관세율을 최대 160%로 높이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18일 “세계 전기차 공급망은 이미 중국의 희토류 및 핵심광물 수출 통제에 불안한 상태였다”며 “미국의 흑연 관세는 업계의 긴장감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흑연이 과도한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며 93.5%의 예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기존 관세와 더하면 모두 160%의 세율이 적용된다.
지난해 미국 흑연 생산업체들이 정부에 중국의 반덤핑 규제 위반과 관련한 조사를 청원한 데 따른 조치다.
배터리 컨설팅 전문기관 CRU그룹은 미국의 흑연 관세로 전기차 배터리 셀 원가가 1킬로와트시(KWh)당 7달러 가까이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을 전했다.
CRU그룹은 특히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2개 분기 순이익에 해당하는 실적이 통째로 증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미국에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거나 건설중인 한국 기업들에 흑연 원가 상승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테슬라와 파나소닉 등 미국에 제조공장을 보유한 다른 전기차와 배터리 업체도 흑연 관세 도입에 반대하는 뜻을 보여 왔다고 전했다.
이들은 미국 내 흑연 공급망이 아직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의 품질과 물량을 충족하지 못해 중국산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흑연은 배터리 음극재에 쓰이는 핵심 원자재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흑연 물량 가운데 약 3분의2가 중국산이었다는 분석을 전했다.
중국이 다른 핵심광물 소재나 희토류와 마찬가지로 흑연의 전 세계 공급망에서도 절대적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흑연을 공급망 리스크에 가장 크게 노출된 소재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며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공급망 다각화에 나서는 사례도 파악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SK온과 스텔란티스가 미국 흑연 생산업체인 웨스트워터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사례를 대표적 예시로 들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수요에 대응하기 충분한 수준의 물량 및 품질, 단가를 만족하는 흑연 공급망이 이른 시일에 갖춰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이번 흑연 반덤핑 관세는 배터리 산업에 추가로 부담을 줄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에도 더 큰 압박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의회 동의를 거쳐 시행한 감세 법안을 통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신재생에너지 투자 인센티브 등을 대폭 삭감하거나 폐지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