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07-02 15: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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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HBM 공급 지연과 스마트폰의 계절적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2025년 2분기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사진은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과 삼성전자 HBM3 '아이스볼트' 이미지.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 시장 기대치보다 10% 이상 낮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월가에서는 2분기 영업이익이 올해 1분기보다 1조2천억 원 이상 낮은 5조5천억 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엔비디아 공급이 늦어지며 반도체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다, 1분기 삼성전자 실적을 이끈 스마트폰 사업도 계절적 비수기 영향과 원가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이 1조8천억 원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삼성전자 실적 개선 여부는 하반기 5세대 HBM3E의 엔비디아 공급 등 HBM 매출 확대, 7월 출시되는 갤럭시Z 폴드7·플립7 폴더블폰 신제품 판매가 가를 것으로 분석된다.
2일 국내외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금융증권사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6조6천억 원에서 5조5천억 원으로 16.6% 하향 조정했다. 이는 국내 증권가 컨센서스인 6조8천억 원보다는 19.1% 낮은 것이다.
JP모간은 삼성전자가 2분기 6조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등은 6조 원을 조금 넘길 것으로 전망했고, 상상인증권은 6조2천억 원을 예상했다.
2분기 실적 악화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 동반 부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사업 부진의 주 원인은 HBM 시장에서 공급량을 크게 늘리지 못한 것과 파운드리 사업의 적자다.
삼성전자는 당초 6월로 기대됐던 5세대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인증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 푸 홍콩 GF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9월 엔비디아 인증에 다시 도전한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기존 16억 달러(약 2조1740억 원)로 예상됐던 삼성전자의 2분기 HBM 매출 전망치를 11억 달러(약 1조5천억 원)로 크게 낮췄다. 또 2025년 전체 HBM 매출 추정치 역시 20% 하향 조정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어려움도 지속되고 있다. 2나노 첨단 공정에 집중하며 수율(완성품 비율) 개선을 이루고 있지만, 2분기 적자 폭은 1분기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간 측은 “파운드리 사업부는 기술적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수익성 개선은 미미하다”며 “3나노 엑시노스2500과 닌텐도 스위치2 8나노 신규 수주를 확보했지만, 모바일과 AI에 대한 대규모 첨단 공정 수주가 없기 때문에 수익성 회복 시기는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증권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가 올해 2분기에만 2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골드만삭스 역시 파운드리 사업부가 2분기 2조4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은 올해 2분기 2조 원 초반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메모리반도체 사업부는 범용 D램 가격 상승에 힘입어 4조2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는 2조1천억 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이는 올해 1분기 메모리사업부 영업이익 3조4천억원,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영업적자 2조3천억 원으로 1조1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것에 비해 개선된 것이지만, 시장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을 담당했던 스마트폰 사업도 2분기 계절적 비수기 영향 등으로 주춤할 것으로 예상됐다.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1분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65%가 넘는 4조4천억 원을 벌어들였다.
신한투자증권은 삼성전자 MX사업부의 2분기 영업이익이 2조6천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천억 원이 늘었지만, 올해 1분기에 비해선 1조8천억 원 줄어드는 것이다.
스마트폰 원가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영업이익을 낮추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X부문의 모바일 프로세서(AP) 매입 비용은 4조7891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3조4915억 원보다 37.16% 늘어난 수치다.
이에 MX사업부 영업이익률도 크게 줄고 있다. MX사업부는 2분기 30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데, 영업이익은 2조6천억 원 수준이다. 2023년 11.6%에 달했던 MX사업부 영업이익률은 2025년 2분기 8.7%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 HBM 반도체 홍보용 이미지.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하반기 HBM3E 공급 확대와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등으로 실적 반전을 노리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은 지난 6월 말 HBM3E 12단 제품 공급 타진을 위해 엔비디아 본사를 직접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부회장은 앞서 지난 5월 초에도 같은 이유로 엔비디아 본사를 찾았다.
올 4분기에는 AMD와 브로드컴에 공급키로 한 HBM 매출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JP모간은 “AMD와 브로드컴 등의 HBM 수요는 2025년 4분기부터 실적에 의미 있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AMD의 AI 칩 ‘MI350’ 시리즈에 HBM3E 12단을 공급하고 있으며, 브로드컴 등의 맞춤형 AI 칩(ASIC)에도 HBM3E 8단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7월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갤럭시Z 폴드7·플립7’ 등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한다.
갤럭시Z 폴드7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갤럭시Z 플립7은 자체 제작한 ‘엑시노스2500’ AP를 탑재, 원가 절감도 이룬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가는 3분기부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8조5천억 원, 4분기 영업이익 8조6천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025년 전체 영업이익은 약 30조 원으로 , 2024년 32조7260억 원과 비교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DS 부문 영업이익은 11조8천억 원으로 지난해 15조1천억 원에 비해 21.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MX/네트워크 사업부는 올해 영업이익 11조9천억 원으로 지난해 10조7천억 원에 비해 11.2%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