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초 일본에 대규모 지진 및 쓰나미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언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일본 관광객 감소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 도쿄의 한 소매점에 진열된 타츠키 료의 만화 '내가 본 미래'. |
[비즈니스포스트] 7월 초 일본에서 대규모 지진 및 쓰나미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언’이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며 관광객 감소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
그러나 실제로 특정 시기에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이는 일시적 해프닝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3일 블룸버그와 ABC뉴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일본 대지진 발생 시나리오는 뚜렷한 과학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도 온라인 플랫폼과 언론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러한 관측의 발단은 1999년 발간된 ‘내가 본 미래’라는 제목의 일본 만화책이다. 책 표지에 2011년 3월 대형 재난 발생이라는 내용이 여러 예언 가운데 일부로 적혀 있다.
그리고 실제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후쿠시마 원전이 손상되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해당 만화책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작가인 타츠키 료는 자신의 꿈에서 본 미래의 사건을 만화 내용에 반영했다고 전했다.
그는 2021년에 해당 만화책을 개정판으로 발매했는데 2025년 7월5일 필리핀해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일본에 2011년보다 세 배 높은 쓰나미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언이 새로 담겼다.
해당 날짜가 다가올수록 만화책에 실린 예언은 갈수록 큰 주목을 받았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 동영상 플랫폼은 물론 세계 언론도 관련 내용을 다루기 시작했다.
일본이 지리적 여건상 대형 지진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발언이 7월 일본 대지진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처럼 꾸며져 미디어를 타는 사례도 종종 등장했다.
결국 이러한 예언은 점차 근거 있는 예측처럼 받아들여졌고 일본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도 직접 나서 지진 대비책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일본 정부가 대형 지진에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는 내용은 실제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역설적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일본 기상청과 정부가 해당 예언과 관련해 엇갈린 메시지를 낸 점도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청은 대지진 발생 예측이 신뢰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한 반면 일본 정부는 수십 년 이내에 대형 지진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졌다는 발표를 전했기 때문이다.
▲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를 입었던 후쿠시마 원전의 최근 모습. |
물론 두 주장이 서로 완전히 상충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진과 관련한 일본의 사회적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이는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은 매력적이지만 우리는 실현된 예언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예언을 대표적 예시로 들었다.
이번에 일본에서 대규모 지진 및 쓰나미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언은 실현되지 않고 7월5일 이후에는 곧 잊혀버리고 마는 해프닝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대지진 예언은 이미 전 세계 관광객 수 감소로 이어져 경제적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7월 자연재해 발생과 관련한 근거 없는 예측으로 일본 여행 수요가 감소하며 5600억 엔(약 5조3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진 발생을 예언하는 내용에 근거가 부족하지만 이에 따른 실질적 피해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무라증권은 특히 홍콩에서 일본 여행 수요가 줄어 항공편이 축소되는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과 중국, 태국과 베트남에서도 일본 여행을 꺼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진 예언의 영향으로 아시아 전체에서 5~10월 사이 일본 여행객이 약 240만 명 감소할 것이라는 구체적 전망치도 제시됐다 이는 연간 관광객 수의 8% 안팎이다.
ABC뉴스는 “세계 여행사들이 일본 여행상품에 할인행사 등 인센티브를 늘리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며 여행을 취소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노무라증권은 7월에 일본에 대형 지진이 실제로 벌어지지 않는다면 가을부터 관광객 수는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정상화될 수 있다는 예측도 제시했다.
ABC뉴스도 일본정부관광국의 통계를 인용해 5월 일본 관광객 수는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일본 대지진은 아마 7월5일에 발생하지 않겠지만 언제든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며 이번 해프닝을 통해 항상 재난에 대비책을 갖춰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