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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협력사 '생명수' 설비투자 줄여 두 자릿수 이익증가율 통신 3사, 요금 인하 요구 부를라

김재섭 기자 jskim28@businesspost.co.kr 2025-05-13 09: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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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협력사 '생명수' 설비투자 줄여 두 자릿수 이익증가율 통신 3사, 요금 인하 요구 부를라
▲ 통신 3사가 협력업체들에게 생명수 구실을 하는 설비투자를 줄이면서까지 이익 극대화에 나서, 요금인하를 통해 통신사 이익이 사회로 환원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심한 가뭄으로 애써 모내기한 논이 갈라지고 밭 작물은 타들어가는데, 댐·저수지 주인이 방출량을 줄여 농업용수와 식수원을 말리고 있다면?

게다가 댐이나 저수지마다 상류에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물을 쏟아내는 수원지(샘)를 가져, 가뭄에도 물 유입량이 평소와 같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이라면?

통신서비스 사업자를 구심점으로 돌아가는 산업 생태계에서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2·3 계엄'과 대통령 탄핵과 함께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쟁' 영향으로 경기 둔화가 심해지는 시기에,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수원지'(경기와 상관없이 통신비를 꼬박꼬박 지출하는 가입자)를 가진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댐으로 치면 방수량에 해당하는 설비투자를 큰 폭으로 줄이고 있다.

그 결과 경기 둔화 폭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의 영업이익은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반면, 전후방 생태계 속 협력업체들은 갈증을 넘어 고사 위기로 몰리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협력사 '생명수' 설비투자 줄여 두 자릿수 이익증가율 통신 3사, 요금 인하 요구 부를라
▲ KT 사옥.

13일 통신 3사의 1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기간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5674억 원(이하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 늘었다.

같은 기간 KT 영업이익은 6888억 원으로 36.0%, LG유플러스는 2554억 원으로 15.6% 증가했다.

한결같이 비싼 요금제를 적용받는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는 늘어난 반면 설비투자(CAPEX)와 마케팅 비용 등은 줄였다. 엘티이(LTE) 이전 세대 통신망 감가상각이 끝난데다 5G 통신망 감가상각도 거의 끝나가며 통신망 원가가 유지보수비 수준으로 낮아진 것도 통신사 이익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같은 기간 SK텔레콤의 설비투자는 10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66% 줄었고, LG유플러스는 3331억원으로 13.4% 감소했다.

다만, KT 1분기 설비투자는 65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6% 늘었다. 하지만 부동산과 금융 등을 제외한 KT 자체(별도기준) 설비투자는 지난해 1분기 3180억 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는 3000억 원으로 5.7% 줄었다.

KT는 "연결기준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1분기 설비투자는 모두 큰 폭으로 줄었으나 KT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5G 투자가 성숙기를 지나 1분기 설비투자는 줄었으나, 유심 해킹 사태에 대한 후속 조처로 정보보호 투자가 늘어나며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협력사 '생명수' 설비투자 줄여 두 자릿수 이익증가율 통신 3사, 요금 인하 요구 부를라
▲ SK텔레콤 사옥 앞 표지석.

통신 3사의 설비투자는 5G 투자가 집중됐던 2019년 9조5900억 원을 정점으로 2020년 8조2700억 원, 2021년 8조2천억 원, 2022년 8조1700억 원, 2023년 7조3300억 원, 2024년에는 6조6100억 원 등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5년 새 3조원 가까이 준 셈이다.

지난해의 경우, SK텔레콤은 2조39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8%, KT는 2조2999억 원으로 4.6%, LG유플러스는 1조9208억 원으로 23.6% 각각 감소했다.

이 같은 설비투자 감소 추세는 2030년께 6G 투자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줄어든 설비투자는 고스란히 통신사 영업이익으로 쌓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통신 3사 연간 영업이익 합계액은 지난해 대비 1조 원 이상 많은 5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사 설비투자는 통신공사, 정보보호, 전자부품, 건설, 네트워크 장비 등 주변 생태계 협력업체들에게 생명수 내지 투자 마중물 구실을 한다. 이들 중에는 통신사들의 설비투자에 전적으로 의존해 살아가는 중소업체들도 많다.

통화 품질과 데이터 전송 속도에 직결되는 기지국, 광케이블, 서버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경우 이용자 서비스 만족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5G 이동통신망과 초고속인터넷 등이 안정적으로 확산되고 운용되기 위해서는 지속적 설비 확충과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이번에 SK텔레콤까지 '사상 최악의 해킹'을 당한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정보보호 투자를 포함한 설비투자를 소홀히 해온 게 꼽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통신공사업체 대표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통신사 설비투자에 의존해 살아가는 중소기업 만도 줄잡아 수천 곳에 이르고, 종업원 수로 치면 수십만명에 달한다"며 "통신사 협력업체에 장비와 부품과 소프트웨어 등을 납품하는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각각의 수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말했다.

다른 통신공사 업체 대표는 "통신사 협력업체들 쪽에서 보면, 통신사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는 폭만큼 매출과 이익은 물론 일자리 수가 줄어들고, 통신망 안정성과 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지금 상황은, 통신사들은 경기와 상관없이 다달이 가입자당 평균 3만~4만원씩의 요금 수입이 생기는 '황금알 낳는' 이동통신 사업 특성 덕에 경기 둔화에도 이익 증가율이 두자릿수를 넘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협력업체들은 통신사들의 설비투자와 마케팅비 축소로 허리띠를 졸라매야(종업원 수를 줄여야) 하거나 문을 닫는 처지로 몰리고 있는 꼴이다.

비즈니스포스트가 통신 3사의 1분기 설비투자 감소 폭에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도, 계엄과 탄핵과 함께 미-중 관세전쟁 영향으로 경기 둔화 폭이 커지면서 통신서비스 전후방 생태계에 속한 협력업체들 가운데 통신사 설비투자에 목을 매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럴 때 통신사들이 설비투자와 마케팅비 등의 지출을 조금이라도 늘려준다면, 협력업체들에게 가뭄 속 단비 구실을 할 가능성이 크다. 협력업체들이 통신사들을 향해, 올해 예정된 설비투자를 조기 집행해 달라는 주문을 쏟아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 통신사들은 거꾸로 설비투자를 대폭 줄이고, 그나마 올해 책정 설비투자 예산의 집행 시기도 미루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통신사 설비투자 축소는 전후방 산업에 연쇄적 영향을 미치며, 국가 전체 산업 생태계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통신사는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기간산업을 운영하는 만큼, 단기적 수익성보다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협력사 '생명수' 설비투자 줄여 두 자릿수 이익증가율 통신 3사, 요금 인하 요구 부를라
▲ LG유플러스 사옥.

전례로 보면, 통신사들의 이런 이기적인 행태는 이동통신 요금인하 요구 목소리를 키우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더욱이 지금은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 철이다.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협력업체들의 어려운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홀로 배를 두드리는 통신사들을 겨냥해 통신요금 인하 요구가 쏟아지고, 대선 주자들이 이를 받아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공약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는 이전 출마 때도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통신서비스는 전주와 주파수 같은 국가 유한 자원을 독과점적으로 사용하고 국민 호주머니에 기대 수익을 내, 공공성이 짙다"며 "적극적인 설비투자 등으로 전후방 산업 육성과 생태계 지원에 나서지 않고 홀로 배를 불리며 배당이나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면, 시민단체와 가입자 쪽에서는 적극적인 요금인하 요구를 통해 통신사들의 이익이 사회로 환원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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