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4-24 13: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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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일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사진)가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식자재유통 사업의 일원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건일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가 지배구조 개편에 잰걸음을 한다. 회사는 지난 3년간 영업이익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식자재유통 사업이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24일 CJ프레시웨이의 최근 1년 사이 움직임을 살펴보면 자회사들을 흡수합병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25일 프레시원과 합병계약을 체결한다. 프레시원은 식자재유통을 담당하는 CJ프레시웨이의 100% 자회사인데 합병에 따라 7월1일 소멸된다.
프레시원과 관련한 지배구조 재편작업이 1년여 만에 모두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프레시원과 관련한 회사는 2024년 5월까지만 해도 모두 7개였다. 프레시원광주·남서울·중부·강남·동서울·대구경북·부산 등이다. CJ프레시웨이는 이를 지난해 6월 프레시원강남 중심으로 흡수합병시키고 회사 이름을 프레시원으로 바꿨다.
프레시원 관련 법인들은 각 지역별로 식자재를 유통하는 회사였다. 이를 한 데 통폐합한 것은 CJ프레시웨이가 2009년 프레시원 관련 법인을 설립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덩치를 키워 구매력을 강화하는 것이 프레시원 통폐합의 이유였다. 프레시원 각 법인들은 2023년 기준으로 매출 200억~1500억 원대를 기록했다. 통합 프레시원이 출범하면 회사의 매출은 단숨에 5300억 원대로 뛰었다.
프레시원이 CJ프레시웨이에 흡수합병되면 식자재유통 사업 덩치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 100% 자회사였던 탓에 연결기준 실적에 변화는 없지만 인적·물적 자원을 통합하고 비용을 효율화하면 장기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
CJ프레시웨이는 프레시원과 별도로 전국 단위의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식자재를 공급했다. 프레시웨이는 주로 지역을 거점을 활동하는 소규모 외식 브랜드에 식자재를 납품했다. 앞으로는 CJ프레시웨이가 주도권을 잡고 모두 총괄하는 형태가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11월에도 완전자회사인 에프앤디인프라를 흡수합병했다. 에프앤디인프라는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회사로 CJ프레시웨이의 식자재유통 사업을 위한 물류센터를 소유한 회사였다.
이런 움직임들은 CJ프레시웨이가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행보로 읽힌다.
CJ프레시웨이는 최근 3년 동안 덩치를 키웠음에도 수익성 측면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매출만 보면 합격점이다. 2022년 2조7477억 원에서 2023년 3조742억 원, 2024년 3조2248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22년 978억 원에서 2023년 993억 원으로 늘었다가 2024년 940억 원으로 감소하는 등 900억 원대에서 정체돼 있다.
식자재유통 사업에서 좀처럼 수익성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CJ프레시웨이의 전체 매출에서 식자재유통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3년 평균 73~75%. 단체급식을 하는 푸드서비스 사업과 비교해 중요도가 큰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업이익에서는 중요도에 걸맞은 성적표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매출이 2조3천억 원대에서 2조5천억 원대까지 오르는 사이 영업이익은 700억 원대에서 620억 원대로 떨어졌다.
▲ 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유통 사업에서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 경남 양산 물류센터 전경. < CJ프레시웨이 >
수익성이 주춤한 이유는 식자재유통 시장의 경쟁 강도가 세졌기 때문이다.
한국식자재유통협회에 따르면 국내 B2B(기업 사이 거래) 식자재유통 시장 규모는 2015년 37조 원에서 2020년 55조 원, 2025년 64조 원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 빅4 급식회사로 꼽히는 CJ프레시웨이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등도 식자재유통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 시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효율적인 영업 기반을 확보해 대규모 영업망과 자금력으로 주도권을 쥐는 일이 필요하다.
CJ프레시웨이도 투자설명서를 통해 “식자재유통은 이익률 수준이 낮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전까지는 외부 환경 변화에 수익성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며 “저마진 사업 위주의 외형 성장시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건일 대표가 식자재유통 사업을 중심으로 CJ프레시웨이의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는 이유는 이런 사정을 고려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CJ그룹의 대표적인 식품 전문가다. 연세대학교 식품생물공학과를 졸업해 CJ제일제당에 입사해 CJ푸드빌 투썸플레이스본부장,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 경영지원실장 등을 역임했다.
전략과 기획 분야에서도 역량을 인정받는다. 2012년에는 CJ제일제당의 전략기획파트에서 일했으며 CJ프레시웨이 수장에 발탁되기 전에는 CJ에서 사업관리1실장과 경영혁신TF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5월 CJ프레시웨이의 대표이사에 깜짝 발탁된 것은 회사의 체질 개선을 추진할 적임자라는 CJ그룹의 판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건일 대표가 프레시원을 비롯한 여러 자회사를 CJ프레시웨이로 일원화하는 것은 결국 기존에 산재했던 여러 자회사 시스템으로는 치열해지는 식자재유통 시장의 경쟁에서 고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