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에 비용 상승을 이끌고 외국 장비 수입에 부담도 키워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목표와 모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텔이 공개한 ASML의 하이NA EUV 반도체장비 홍보영상 일부.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자국 반도체 공급망 강화 및 자급체제 구축 목표와 모순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관세 인상에 따른 직격타를 받는 데 이어 해외에서 생산 장비를 수입하는 비용도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16일 “트럼프 정부 관세가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에 연간 10억 달러(약 1조4300억 원) 이상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3대 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램리서치, KLA가 각각 3억5천만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는 추정치를 반영한 것이다.
로이터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러한 분석을 전하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반도체 장비 기업들도 수천만 달러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및 공급망 강화를 목표로 외국에서 수입하는 반도체 및 관련 부품과 장비, 소재 등에 관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장비 업체들이 이에 대응해 해외에서 수입하던 부품에 관세를 지불하거나 다른 공급처를 찾는 데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해당 기업들은 이미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영향으로 중국에 판매할 수 있는 제품 종류가 줄어들며 실적에 타격을 받았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영향까지 더해지면 추가 비용 지출도 불가피해진다.
결국 바이든 정부와 트럼프 정부에서 모두 추진하고 있던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업 강화 목표가 수출 규제 및 관세 정책과 상충하며 자국 기업에 피해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장비 업체 관계자들은 이러한 내용을 두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로이터는 미국 관세 정책의 방향성이 아직 불확실한 만큼 관련 기업들이 입게 될 피해 규모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네덜란드 ASML의 노광장비를 비롯한 반도체 핵심 장비 수입에도 관세 부과가 예고돼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에서 반도체를 주로 제조하는 인텔과 같은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결국 미국 정부에서 추진하는 반도체 제조업 경쟁력 강화 목표가 트럼프 정부 관세 정책과 모순점을 해결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는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는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을 육성하는 데 힘을 싣는 계기로 작용했다”며 미국의 경쟁력 강화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