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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동네북 신세 배달앱, 수수료 내려도 가격 인상 멍에 뒤집어썼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5-03-31 14:5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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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동네북 신세 배달앱, 수수료 내려도 가격 인상 멍에 뒤집어썼다
▲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은 가격을 올릴 때마다 배달앱 관련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든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라이더가 음식을 수령한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배달앱은 항상 매를 맞는다.

수수료를 내리면 ‘왜 여태껏 폭리를 취했냐’며 매를 맞는다. 음식점들이 가격을 인상할 때도 ‘배달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올린다’는 논리를 펴는 탓에 또 욕을 먹는다.

매번 혼이 나는 이유는 뻔하다. 배달앱이 돈을 많이 번다는 인식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2023년 번 영업이익은 연결기준 6998억 원이었다.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에도 4200억 원대의 돈을 벌었다.

하지만 모든 배달앱이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쿠팡이츠는 배달 시장에서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대했지만 여전히 적자이고 요기요는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니다. 쿠팡이츠의 공세 탓에 점유율을 방어하느라 쓰는 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요기요처럼 희망퇴직을 받는 때가 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내부에 상당하다.

그럼에도 배달앱은 또 혼이 난다.

최근 여러 프랜차이즈의 가격 인상과 이중가격제 도입의 배경으로 배달앱이 또 거론되고 있다. 이중가격제는 음식점에서 직접 주문할 때 결제하는 금액과 배달앱에서 시킬 때 결제하는 금액을 달리 책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가격을 올리면서 “배달 플랫폼이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수료가 인상되는 등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가맹점 운영 부담이 가중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지점이 있다. 최근 이런 논리를 편 프랜차이즈는 배달앱에서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매번 최소 3900원의 배달비를 받는데도 가격 인상과 이중가격제 도입의 이유로 배달앱의 무료배달 서비스를 언급했다.

심지어 배달앱들은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의 회의 결과에 따라 최근부터 수수료율을 기존 9.8%에서 2.0~7.8%포인트 내렸다. 자기 이익을 덜 챙겨가겠다는 데도 여전히 배달앱은 가격 인상의 주범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야말로 넌센스다.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소위 ‘때려도 될 만한’ 배달앱을 겨냥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사실 배달앱은 가격인상의 배경에 단골로 등장하는 유명한 핑곗거리다. 가격을 올리려는 곳들은 모두 배달앱의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점을 빼먹지 않는다. 배달앱이 자영업자를 울리는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 역사는 꽤 길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일 년에 한 차례씩 내놓는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시각이 달라진다. 지난해 4월 공개된 이 보고서를 보면 2022년 기준 전체 외식업체의 평균 매출은 약 2억3천만 원이다. 이들이 매달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배달앱 비용은 약 39만1835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배달앱에 자신의 가게를 더 자주 노출하기 위한 광고비나 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배달비 등이 빠진 금액이긴 하지만 수수료 때문에 장사가 힘들다고 보기는 힘든 수준이다.

물론 광고비와 배달비를 포함하면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배달앱으로 약 800만 원 이상 월매출을 내는 가게가 수수료와 광고비, 배달비로 지출하는 금액이 200만 원을 넘는다는 자영업자들의 토로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말 배달앱 관련 비용 부담을 가격 인상의 주된 이유라고 보기 어려운 지점들도 많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업주들이 가장 큰 경영상 애로사항으로 뽑은 것은 바로 식재료비 상승이다. 7점 만점에 식재료비 상승이 5.94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기자의눈] 동네북 신세 배달앱, 수수료 내려도 가격 인상 멍에 뒤집어썼다
▲ 우원식 국회의장이 2월24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 설치된 배달의민족 수수료 문제 관련 자영업자 단체 농성장을 방문해 비공개 간담회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음식점만 보면 업무들은 식재료비 상승(92.3%)과 경쟁 심화(82.8%), 임차료 상승(74.6%) 등을 경영상 애로사항 톱3로 꼽았다. 일반음식점 이외 업종에서도 식재료비 상승이 90.5%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전체 실적에서 식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제로 높다. 전체 외식법체의 평균 월매출 2억3천만 원 가운데 식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7.5%다. 고용인 인건비와 대표자 및 가족 인건비가 29.3%이며 임차료로 8.5%, 세금으로 6.5%을 지출하고 있다.

이런 비용들을 제외하고 손에 쥐는 금액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외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이익을 내려면 식재료에 지출하는 비중이 매출의 30% 정도가 돼야 한다”며 “고물가 때문에 자영업자가 비명을 지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데이터가 이러하다 해도 배달앱을 향한 외식 자영업자들의 미움은 적어지지 않을 것이다. 식재료비가 높아진다는 탓을 할 대상도 없고, 임대료가 비싸다고 가게 주인에게 항의를 하면 “가게 빼라”는 말만 돌아올 게 뻔하다. 결국 모든 욕은 배달앱이 먹게 돼 있다.

배달앱 사정을 한 번이라도 더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힘이 드니 어디에라도 하소연을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닌가.

가격을 올리면서 무턱대고 매달앱 핑계만 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소리다. 배달앱이 없었을 때 소비자와 접점이 없어 매출을 내지 못했던 시대도 분명 있었다. 플랫폼이 지배하는 시대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은 그 시대 어딘가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때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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