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3-31 14: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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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복귀한 뒤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미루자 더불어민주당이 ‘재탄핵’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은 마 후보자 임명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야가 마 후보자 임명을 두고 첨예하게 맞붙으면서 국무위원 ‘줄탄핵’에 따른 국무회의 무력화라는 파국을 초래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본회의 개최 일정 등을 논의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한덕수 권한대행이 4월1일까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을 시작으로 최상목 경제부총리까지 함께 탄핵소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한 권한대행을 향해 “헌법재판소의 온전한 구성을 방해하고 내란을 지속시키며 헌정 붕괴와 경제 위기를 키운 무거운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28일 한 권한대행을 포함한 모든 국무위원들의 탄핵을 강하게 요구했는데 당 지도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4월1일을 마 후보자 임명의 마지막 시한으로 제안하며 ‘중대결심’을 언급했다. 박 원내대표는 “혼란을 막기 위한 모든 행동을 다 할 것”이라며 국무위원 '연쇄 탄핵' 가능성까지 열어 놨다.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헌정 사상 초유의 국무위원 ‘재탄핵’이 된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은 이날까지도 민주당의 마 후보자 임명 요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되는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한다’는 기류가 힘을 얻고 있다.
홍익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당 내부 분위기가 강경해지는 건 맞는 것 같다”며 “당 지도부의 묵인 내지는 어느 정도의 허용 없이 초선 의원들이 그렇게(국무위원 전원 탄핵)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만일 국무위원 탄핵이 시작된다면 국무위원 줄탄핵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 탄핵만으로는 실제 야권이 요구하는 마은혁 후보자 임명이라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 다음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이어받을 사람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다. 그 또한 마 후보자 임명을 거부할 확률이 높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8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국무위원 일괄탄핵과 한덕수·최상목 두 사람에 대한 탄핵을 비교할 때 실익의 차이가 크지 않다”며 마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는 국무위원들을 모두 탄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국무위원 줄탄핵이 시작된다면 여야는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치킨게임’에 돌입하는 셈이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당연히 국정을 마비시킨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는 YTN뉴스와이드에서 “국무회의의 의결 정족수 자체를 무력화 시키겠다는 걸 중도층에서 긍정적으로 보겠나”라며 “옳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국무위원을 탄핵한다면 윤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을 확정짓는 사람 자체가 없을 수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궐위로 인한 선거일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결정한 뒤 공고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깊은 정치적 상처를 입게 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보수 성향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기가 오는 4월18일 끝나는데 두 사람 모두 대통령 추천 몫이다.
무엇보다 야권 주도로 통과된 각종 법률안 거부권이 무력화된다.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등 수많은 법률안이 공포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이날 국무위원 전원 탄핵을 언급한 민주당을 내란 선동 혐의로 고발하며 거세게 반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헌법 제88조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국무위원 15인 이상’일 때 구성된다. 현재 국무회의는 윤 대통령과 한 권한대행, 국무위원 16명 등 18명으로 구성돼있다. 이 가운데 윤 대통령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탄핵소추로 직무 정지돼 있다.
또한 현행 국무회의 규정은 국무회의를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한 권한대행과 국무위원 6명 등 7명이 추가로 탄핵 소추돼 국무회의 의결 정족수(11명)마저 무너진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정부의 의사 결정이 ‘올스톱’ 될 수 있다.
박상규 시사평론가는 YTN뉴스와이드에서 “탄핵으로 국무회의를 열지 못하면 법안을 민주당이 만들어서 공포하는 것이 다 법(률)이 될 수 있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이 공포만 하면 법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야권의 국무위원 줄탄핵에 대응해 여권이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는 국무회의 개의 요건을 ‘구성원 2인 이상’ 등으로 고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국무회의 규정은 대통령령이라 한 권한대행이 국무회의를 거쳐 바꾸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과 국무위원 전원을 한꺼번에 탄핵소추하면 국무회의 규정을 고치는 것도 실행이 불가능해진다.
여야의 치킨게임은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4월18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뉴스쇼에서 “민주당은 윤석열 탄핵 변론 기일을 진행한 헌법재판관이 결정을 못 하고 퇴임해버리는 경우를 상상을 해야 된다”며 “역풍이나 실효성이나 이런 걸 따지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다 해야 한다. 피가 마를 만큼 절박하다”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