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가 건강 문제를 이유로 공식적으로 2선 후퇴를 선언하면서 카카오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이끌게 됐다. 시장의 눈은 자연스럽게 ‘정신아의 카카오’에 쏠리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카카오가 변곡점에 섰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가 건강 문제를 이유로 공식적으로 2선 후퇴를 선언하면서 카카오는 사실상
정신아 대표이사의 체제로 재편됐다.
그동안 김범수 창업주는 CA협의체를 통해 카카오의 핵심 의사결정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CA협의체 의장 자리를 내려놓은 만큼 카카오의 운영과 관련해 물리적·심리적 거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의 눈은 자연스럽게 ‘
정신아 대표의 카카오’에 쏠리고 있다.
정신아 대표는 카카오에 합류한 이후 줄곧 벤처투자 전문가로서 역량을 발휘해온 인물이다. 정 대표는 창업주의 빈자리를 어떤 방향을 메워 갈까? 그리고 정 대표는 카카오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가게 될까?
◆ 내수용 플랫폼의 한계, 'THE NEXT 카카오톡'은 어디에
카카오는 명백히 카카오톡 ‘원툴’로 성장한 기업이다.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으면서 그 플랫폼의 확장성과 파급력을 기반으로 금융, 콘텐츠,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사업들을 빠르게 키워냈다.
문제는 그 성공이 국내 시장에 국한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카카오톡이 ‘내수용’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보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늦게 뛰어들어서 국내 시장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했던 네이버가 라인을 앞세워 일본·동남아 시장에서 플랫폼의 영향력을 넓히는 데 성공했던 것과 달리 카카오톡은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는 사실상 실패했다.
정신아 대표는 2024년 5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카카오 성장의 두 가지 축이 ‘인공지능’과 ‘글로벌’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놓고 보면
정신아 대표의 다음 과제는 비교적 명백하다. 기존 카카오톡의 글로벌 진출이든, 아니면 전혀 새로운 플랫폼이든, 글로벌에서도 통할 수 있는 카카오의 ‘다음’을 찾아야 한다.
◆ 플랫폼 기업의 정체성, 글로벌에서는 더 치열하다
김범수 창업주는 카카오의 정체성을 줄곧 ‘플랫폼’에서 찾아왔다. 실제 경영전략 측면에서도 김 창업주는 카카오톡이라는 거대 플랫폼을 활용해 사업을 펼쳐왔다.
플랫폼 기업의 성패는 결국 그 플랫폼의 폭발력이 좌우한다.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는가, 그리고 그렇게 폭발시킨 플랫폼 위에 다양한 서비스를 어떻게 엮어내는가 하는 점이 플랫폼 사업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문제는 카카오톡의 폭발력이라는 것이 국내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에서 카카오라는 이름이 의미 있는 경쟁력으로 작동한 사례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 정신아 무기는 '투자 DNA', 새로운 플랫폼 찾을 수 있을까
정신아 대표는 투자와 기획에 강점을 가진 인물이다.
정 대표는 카카오벤처스의 전신인 케이큐브벤처스로 카카오에 합류해 넵튠(게임), 두나무(가상화폐), 왓챠(스트리밍 영상), 루닛(AI 의료 솔루션) 등 다양한 투자 결정에 참여해왔다. 그리고 카카오에 합류한지 4년 만인 2018년 정 대표는 투자 관련 능력을 인정받아 카카오벤처스의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카카오가 플랫폼 기업이라는 것을 살피면 정 대표의 투자 DNA는 단순한 ‘재무적 수완’이 아니라 플랫폼을 보는 선구안이라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인공지능이든, 새로운 커머스 모델이든,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이든, 전혀 새로운 폭발력을 가진 새로운 ‘무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정신아 대표가 그 탐색의 임무를 맡고 있는 셈이다.
▲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오른쪽)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2024년 9월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정신아의 카카오, '두 번째 도약'을 만들 수 있을까
카카오는 여전히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다.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T, 카카오뱅크 등은 카카오톡의 압도적 점유율을 바탕으로 여전히 상당한 사업적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카카오는 2020년부터 단 한 해도 빼지 않고 지속적으로 매출을 높여 왔다. 카카오의 2025년 매출은 7조8717억 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매출의 2.5배가 넘는다.
최근 3년 동안 정체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영업이익 역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재무적 성과만 놓고 보면 카카오가 ‘위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 자체가 성장 고점에 이르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성장한만큼 카카오톡의 성장 정체가 카카오의 성장 정체와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영식 세종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코리아해럴드와 인터뷰에서 “지난 10년 동안 카카오톡의 해외 사용자 수가 감소했다는 것을 카카오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지금까지는 해외 사용자 수만 감소했지만 국내 시장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투자 전문가’
정신아의 리더십이 ‘글로벌 플랫폼 카카오’라는 두 번째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