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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백브리핑] 회계법인의 60쪽 티메프 실사보고서 까 봤더니

김수헌 fntom@naver.com 2025-01-17 16: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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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백브리핑]  회계법인의 60쪽 티메프 실사보고서 까 봤더니
▲ 티몬·위메프에 대한 한영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는 e커머스 플랫폼의 돌려막기식 비즈니스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1조5천억 원대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티메프)에 대한 한영회계법인(이하 한영)의 조사보고서가 공개됐다. 

60여 쪽에 이르는 보고서 내용은 티메프와 같은 e커머스 플랫폼의 돌려막기식 비즈니스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선 티몬의 재무상태부터 보자. 티몬은 2024년 9월10일을 기준으로 자산은 1102억 원, 부채는 8684억 원이라고 법원에 보고했다. 

한영이 실사를 벌인 결과 확정수치는 자산 703억 원, 부채 1조191억 원으로 나타났다. 

자산에서는 매출채권, 미수금, 단기대여금 등이 마이너스로 실사조정되었다. 부채에서는 PG사 구상채권, 특수관계인 채권 등이 플러스로 실사조정됐다. 

자산을 실제 외부매각하여 회수할 수 있는 청산가치는 얼마나 될까. 

보고서는 136억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장단기 대여금이나 미수금 등은 청산조정에서는 전액차감됐다.
 
보고서는 현 상태에서 영업을 재개한다는 가정하에 2025년~2034년까지 향후 10년간 손익 추정치를 제시하였는데, 해마다 지속적으로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10년 누적 영업손실액은 960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 기간 순영업현금흐름도 추정했는데, 마이너스 1102억 원이었다. 

영업을 하면 할수록 들어오는 현금보다 나가는 현금이 더 많아 현금흐름 지옥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이런 예상치를 근거로 산출한 티몬의 계속기업가치는 마이너스 925억 원이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월등하게 높다는 차원을 넘어, 계속기업가치 자체가 마이너스값으로 산출되었기 때문에 영업재개를 통한 독자생존은 불가능하다. M&A만이 유일한 생존방안이다.
  
위메프는 자산 892억 원, 부채 4196억 원을 법원에 보고하였다. 실사조정 결과 자산은 486억 원, 부채는 4463억 원으로 나타났다. 자산의 청산가치는 134억 원에 불과했다.
 
위메프의 향후 10년 추정손익과 순영업현금흐름은 티몬보다 더 처참하다. 

위메프는 매년 100억 원대~300억 원대 영업적자를 내 10년 누적으로 2193억 원의 영업손실액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순영업현금흐름 누적치는 마이너스 2281억 원이다. 

이 같은 예상치를 바탕으로 산출한 계속기업가치는 마이너스 2234억 원이었다. 위메프 역시 M&A 외에는 달리 생존할 방법이 없다는 결론이다. 

보고서는 티메프가 이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된 주요원인으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e커머스사업에 내재된 구조적 리스크, 미정산 사태 발생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특수관계자에 대한 자금유출 등이다. 

특수관계자로의 자금유출은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티메프의 자금압박을 가중시켰다. 판매자 정산에 사용되어야 할 자금을 계열사로 빼돌린 것은 미정산 사태를 촉발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티메프에서 계열사로 순유출된 대여금은 모두 1817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는 심지어 선급금 거래로 위장한 대여금도 있었다. 대여금은 실사 결과 전액 회수불가능으로 판정됐다. 

티몬은 큐텐그룹에 인수된 2023년부터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2024년 9월10일까지 모회사 및 계열사와의 자금거래에서 약 1349억 원의 자금 순유출을 겪었다. 

자금유출은 대여금 및 선급금 등의 명목으로 이루어졌다. 계열사들은 이 돈을 판매 정산금, 부채상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티몬이 모회사이자 큐텐그룹 중간지주사인 티몬글로벌에 대여하고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1092억 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티몬과 큐텐 간 자금거래에서 발생한 순유출액은 246억 원에 달했다. 

특히 티몬은 큐텐에 선급금 명목으로 163억 원을 지급하였는데, 실질은 큐텐의 정산대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위한 목적이었다. 

따라서 이는 선급금이 아니라 사실상 대여금으로 봐야 한다는 게 한영의 판단이다. 

한영 관계자는 "실제 선급금 지급을 위한 용역 등 계약의 근거를 찾을 수가 없어 선급금이 아닌 대여금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위메프가 계열사에 빌려준 대여금 순유출액은 총 468억 원에 달했다. 그 중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인터파크커머스로, 240억 원에 달했다.

2023년 큐텐그룹 오너 구영배가 티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한 것은 동남아에서 e커머스 사업을 하고 있던 큐텐의 부진을 만회하고, 물류 계열사 큐텐테크놀로지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당시 티메프는 누적된 적자로 자본잠식상태에 있었고, 기존 대주주들도 사실상 경영을 포기한 상태나 다름없었다. 

보고서는 “구영배가 과거 G마켓을 경영할 때 영업손실을 감수하고 거래규모를 확대해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시킨 방식을 티메프에 그대로 적용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구영배는 티메프, 인터파크, 큐텐 모두 독자생존이 어려운 상황에서 쿠팡처럼 손실을 감수하며 거래규모를 키우고자 했다. 

이후에는 셀러(입점업체)와의 협상력을 제고해 수수료를 상향조정함으로써 흑자전환하겠다는 구상을 가졌던 것 같다.    

영업규모를 키우려면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 따라서 미수금 및 채권 회수시기와 판매정산금 지출시기를 최대한 일치시켜 운전자본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데 티메프는 현금흐름이 악화하는 와중에 거래규모를 증가시키기 위해 공격적 역마진 프로모션을 구사했다. 

보고서는 “셀러에게 지급해야 할 판매대금 정산규모가 커졌으나 역마진 프로모션으로 거래액 대비 유입현금이 줄었다”며 “현금부족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상품권을 대거 할인판매하는 등 비정상적 방법을 통한 현금확보에 매달렸다”고 지적했다.
 
2020년~2021년 티메프의 연평균 상품권 거래액은 8148억 원 수준이었으나, 2022년~2023년에는 연평균 2조 원, 2024년에는 7월까지 1조8천억 원 수준의 상품권 거래를 진행했다.

티메프는 대금 정산주기를 늘리는 등 현금확보에 발버둥쳤지만, 결국 미정산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소식이 밖으로 알려지면서 셀러와 고객의 이탈, 환불요구 의 폭발 등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고 결국 기업회생을 신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법원은 현재 티메프 M&A에 주력하고 있다. 

조인철 법정관리인에 따르면 국내외 3곳의 기업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으로 진전된 내용은 없다. 

조 관리인은 “현재 자금여력으로는 4월 말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4월 말 이전에 가급적 빠르게 M&A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는 티메프 일괄 매각으로 접근했지만, 현재는 개별 매각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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