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5-01-15 11: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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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 첫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반 마련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종합금융투자사(종투사) 제도를 개선해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사장이 IMA 사업권 획득을 통해 아시아 넘버원 목표에 다가서려 한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IMA사업자 인가를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위원회는 3월에 종투사 개편방안 및 IMA제도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종투사 제도 개편의 핵심으로 모험자본 공급확대를 내걸고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이 지난해 12월 말 종투사로 인가를 받은 점도 이런 방향성에 힘을 실어준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 8일 “종투사 기업신용공여한도, 발행어음, IMA제도 개선을 통해 종투사의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첫 IMA사업자가 나올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IMA는 은행 예금처럼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회사채, 기업대출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어음관리계좌와는 달리 예금보험공사의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증권사는 원금 지급 의무를 지닌다.
IMA사업은 자기자본 규모 8조 원 이상의 증권사가 신청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2016년 8월 도입을 공식화했지만 이후 시행 세칙 등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아, 조건을 만족하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신청하지 않았다.
두 증권사 중 IMA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IMA사업자 신청에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성환 사장이 2030년까지 4대 금융지주 순이익을 따라잡는다는 목표를 설정한 만큼 적극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KB증권의 2024년 순이익 추정치는 5조 원가량으로 한국투자증권(1조 원)과 격차가 아직 크지만 IMA사업자로 도약한다면 수익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9월10일 채용설명회에서 “한국투자증권은 은행 금융지주사들의 순이익도 제칠 수 있고 보다 큰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며 “도전하고 싶은 모든 사업을 다 할 수 있는 회사다”고 말했다.
IMA사업도 도전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가진 것으로 읽힌다. 김 사장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1등 일본 노무라증권을 제치고 세계를 향해간다는 포부도 숨기지 않고 있어 최초 IMA사업자 타이틀에 욕심을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이 2024년 말 기준 자본 9조 원을 확보하고 올해 IMA사업자 인가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조달 기능 확대를 통한 기업금융 및 트레이딩 이익 성장 기대감이 존재한다"고 바라봤다.
한국투자증권 측도 “금융당국에서 종투사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개편 이후 내용을 살펴 IMA사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증권사는 자기자본 규모와 인가 수준에 따라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이 구분된다. 특히 자기자본 3조 원이 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부터 영업여건이 크게 향상된다.
대표적으로 자기자본 3조 원 이상 종투사는 기업 신용공여업무를 할 수 있고 4조 원이 넘으면 기업고객 현물환 매매업무와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해진다.
다만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 이하 등 요건이 있지만 IMA는 발행 한도에 제한이 없어 대규모 자금조달에 유리하다.
모회사 한국금융지주가 지난해 12월27일 한국투자증권에 유상증자 3천억 원을 단행한 것도 수익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해석된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도 아시아 1등 금융회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김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가장 먼저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겼고 한국투자증권이 2024년 순이익 1위에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 한국투자증권이 2024년 증권사 영업이익 1위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김 사장이 내부통제 관련 단속을 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점은 부담이다. 내부통제 사안과 관련해 종투사 진입에 발목을 잡힌 사례가 있는 만큼 철저히 관리가 필요한 셈이다.
14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한국투자증권 전직 팀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및 이자제한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한국투자증권 서울 여의도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전직 팀장이 한국투자증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한도 이상의 사금융 대출을 알선하고 고액의 이자를 챙기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원의 개인적 일탈 행위로 한국투자증권이 금융당국의 징계조치를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금융당국이 금융사 내부통제에 고삐를 죄고 있는 만큼 김 사장이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대비할 수 있는 360도 위험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해달라”고 임직원에 요청하기도 했다.
김성환 사장은 1969년 11월21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 당곡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교보생명보험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동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동원증권이 한국투자증권에 인수된 뒤 20년 가까이 한국투자증권에서 근무했다.
투자은행(IB) 전문가다. 증권업계 최초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도입해 증권사의 사업범위를 넓혔다.
부동산금융센터장을 맡으면서 최연소 상무가 됐고 연이어 최연소 전무로 승진했다. 2016년 초대 IB그룹장을 맡을 당시 대형증권사 IB대표 가운데 가장 젊었으며, 본부장이 된 지 1년이 되지 않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23년 11월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된뒤 2024년 1월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고 2025년 연임에 성공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