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01-14 11: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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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블랙웰’ 제품이 발열 문제로 생산 일정이 세 차례나 연기되며 올해 출하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엔비디아에 가장 많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을 공급해온 SK하이닉스 판매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5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SK하이닉스 미래포럼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
일각에선 블랙웰 출시가 올해 2분기를 넘어 더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앞서 주문한 블랙웰 일부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엔비디아에 공급키로 했던 5세대 HBM3E 생산 일정, 생산량, 재고 등의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14일(현지시각) 블랙웰 GB200 NVL72 제품의 올해 출하량 예상치가 기존 5만~8만 개에서 2만5천~3만5천 개로 최소 30%, 최대 68.75%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당초 엔비디아는 2024년 9월 블랙웰 출시를 계획했지만, 2024년 12월로 한 차례 연기됐다. 이어 2025년 1분기로 연기했고, 최근엔 2025년 2분기로 총 세 차례 연기했다.
출시 연기의 가장 큰 이유는 개발 시간 부족에 따른 제품 발열 등 결함이 꼽힌다. AI 반도체 차기 버전 개발에는 일반적으로 1년6개월에서 2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엔비디아는 2023년 4분기 개발을 시작한 블랙웰을 1년 만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것이 결국 문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블랙웰 출시가 올해 상반기에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궈 연구원은 “2025년 하반기까지 생산 일정이 연기돼도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설계 오류에 따른 발열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인포메이션과 인터뷰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블랙웰 프로세서(GPU)는 1000W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는데,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 엄청난 열과 전력을 소모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차기 AI 칩 생산 지연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로 추정되는 단일 고객으로부터의 3분기 매출은 6조 원이 넘었다. 3분기 전체 매출 17조5천억 원의 34%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게다가 엔비디아 블랙웰에는 올해 SK하이닉스가 주력 HBM으로 설정한 5세대 HBM3E가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SK하이닉스 전체 HBM 출하량 가운데 HBM3E가 55% 가량 차지할 것이며, 2026년에는 그 비중이 84%까지 늘어날 것으로 당초 전망했다.
블랙웰 본격 양산이 지연됨에 따라 엔비디아가 이르면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었던 다음 버전 AI 반도체 '루빈' 생산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블랙웰' GB200 NVL72 제품 이미지. <엔비디아 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따라 지난해 사상 최대 23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엔비디아 생산 지연 암초를 만나 실적이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엔비디아 AI 반도체가 주요 고객사의 신뢰를 잃으면서 주문을 전격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IT매체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 등 주요 고객사는 이미 엔비디아 주문 일부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은 각각 100억 달러(약 14조6600억 원) 이상의 블랙웰을 주문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최악의 경우 엔비디아 대상으로 고객사들이 소송을 벌일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AI 슈퍼칩(블랙웰) 하나당 최대 7만 달러(약 1억 원)에 달하고, 완전한 서버 랙은 300만 달러(약 44억 원) 이상”이라며 “엔비디아는 6만~7만 대의 블랙웰 AI 서버 판매를 예상했는데, 고객의 신뢰를 잃고 그에 따른 소송 등으로 중대한 실수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