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11-26 16: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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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효성화학의 경영악화 여파가 효성그룹 계열사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주사 효성의 잇단 지원 사격에도 시황 악화에 따라 효성화학의 경영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효성화학은 경영위기 해결을 위해 시장가치 1조 원이 넘는 알짜사업 특수가스 사업부문 매각에 나섰지만 이조차 쉽사리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효성그룹은 계열사 효성티앤씨가 특수가스 사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반도체용 특수가스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져 효성티앤씨도 고민에 빠졌다.
▲ 효성화학 경영 위기가 효성그룹 전체로 번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효성 본사 사옥. <효성>
26일 효성티앤씨 주가는 20만5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전날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인수의향 검토를 발표 전날인 지난 21일 종가 26만9천 원에 비해 30.9% 하락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효성티앤씨가 효성화학 유동성 지원을 위해 상대적으로 비싼 인수 금액을 지불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며 "인수를 추진할 경우 추가 자금 조달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유상증자로 인한 주주가치 희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은 회사의 누적된 차입과 사업실적 악화로 나빠진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다. 효성화학의 3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9779.3%, 차입금 의존도는 82.8%로 재무지표가 크게 악화했다.
중국 등 폴리프로필렌(PP) 공급과잉이 내년 이후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효성화학은 빠르게 경영 악화 늪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로선 효성화학이 살아날 길은 특수가스 사업 매각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다.
한 차례 매각 협상이 결렬된 이후 효성그룹은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인수를 효성티앤씨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효성티앤씨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효성티앤씨의 3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보유량(현금및현금성자산, 기타금융자산)은 약 1350억 원이다.
효성티앤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베트남, 중국, 인도, 튀르키예 등 지역 법인들이 2026년까지 합산 3억6750만 달러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투자계획인 베트남 바이오부탄다이올(BDO) 공장 건립은 2026년 2월 완공 예정으로, 1단계 공장 건립에만 1억7천만 달러 자금이 투입된다.
바이오부탄다이올은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에서 나온 당을 발효·제조해 기존 화석원료를 대체하는 친환경 원료다. 효성티앤씨는 바이오부탄다이올 생산을 계기로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업황이 고점을 찍은 2021년에는 분기 영업이익률만 20%대 후반~30%대 초반을 기록했지만, 중국 내 재고가 쌓이기 시작한 최근에는 한 자릿수 중반대 영업이익률에서 횡보하고 있다.
그룹 내 최대 주력 계열사이자 현재 실적흐름이 나쁘지 않은 효성중공업은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인수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지난 3월30일 베트남 남부 바리우붕따우성 푸미 2공단에서 열린 '바리우붕따우성 비전선포식 및 투자승인서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효성티앤씨는 향후 1조 원을 투자해 현지에 바이오부탄다이올 공장을 설립하는 투자를 베트남 정부로부터 승인받았다. <효성>
지주사의 효성은 여러 차례 효성화학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현금이 거의 바닥 난 상태다. 앞서 효성은 2023년 10월 효성화학 유상증자에 참여해 500억 원을 투입했고, 2024년에는 2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효성화학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각 1천억 원씩 총 2천억 원을 인수했다.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효성 관계자는 "효성티앤씨가 특수가스 사업부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인수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수가스 사업은 충분한 수익성을 갖추고 있고, 효성티앤씨가 외부 자금을 동원해 인수하는 방안을 비롯해 외부 원매자와 협상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