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26일 서울 여의도 카카오뱅크 오피스에서 진행한 증권가 연구원 간담회에서 중장기 성장전략과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비즈니스포스트]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밸류업 공시에서 성장과 투자를 앞세우면서 주주환원에 집중한 시중은행과 다른 방향성을 보였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인터넷은행 1위 사업자로 출범 뒤 안정적 이익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성장성을 놓고 여전히 시장의 의구심을 받고 있다.
결국 카카오뱅크에게 최고의 밸류업 정책은 성장성 입증일 수 있는데 윤 대표는 이를 위해 자산 100조 원 규모의 종합금융플랫폼이라는 밸류업 목표를 제시하면서 근본적 기업가치 제고의 밑바탕에 '공격적 성장'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카카오뱅크는 2027년까지 고객 수 3천만 명, 자산 100조 원 규모의 종합금융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중장기 경영목표를 내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했다.
윤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카카오뱅크 오피스에서 증권가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열고 직접 ‘성장 중심의 밸류업 전략’을 발표했다.
카카오뱅크 수신고객 확대와 실적 증가부터 신사업 진출, 해외시장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 등 성장을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 핀테크 등 신기술부터 투자자문, 캐피탈, 전자지급결제(PG) 등 영역으로 사업 확장, 해외 금융사 경영권 인수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계획들을 내놓았다.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 등으로 회사의 수익을 주주에 환원하는 주주가치 제고에 초점을 둔 기존 금융권 기업들과 확실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금융서비스 혁신을 내건 출범 7년차 인터넷은행으로 아직 성장이 중요한 시기로 여겨진다. 수십 년의 업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금융업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기존 금융사들과 방향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국내 인터넷은행3사 가운데 순이익과 고객 수 등에서 모두 격차를 크게 벌리고 있지만 기업가치에 관한 시장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뒤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면서 주가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초반 주가가 단기간에 5만 원대에서 9만 원대까지 뛰고 시가총액이 30조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2만 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증권가의 분석도 비슷하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3556억 원을 내며 1년 전보다 27.3% 늘었다. 사상 최대 실적행진을 지속하고 있는데도 증권가에서는 성장성을 두고 아쉬운 평가가 나왔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3분기 실적발표 이후 기업보고서에서 “카카오뱅크는 양호한 이익과 건전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기업가치 반등을 위해서는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앱) 역량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한 성장동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도 “카카오뱅크는 업계 최고 수준의 저원가성 예금 비중(57.9%)을 유지하고 있고 순이자이익 증가를 바탕으로 수익성 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다만 3분기 대출 성장률이 소폭에 그쳤다는 점 등 성장성은 아쉽다”고 분석했다.
▲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자산 100조 원 규모의 종합금융플랫폼 도약 목표를 담은 중장기 성장전략을 제시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다.
이에 윤 대표에게 카카오뱅크의 성장성 입증은 기업가치 부양을 위해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윤 대표는 이번 밸류업 공시에서 공격적 성장 목표로 이런 시장의 평가를 두고 정면승부에 나선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2024년 3분기 기준 자산이 60조2천억 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55% 수준이다.
자본 100조 원, 자기자본이익률 15%를 중장기 핵심 내용으로 담은 이번 밸류업 계획을 고려하면 3년 안에 회사 자산을 40조 원 규모 늘리고 2030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을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특히 자기자본이익률 목표는 대부분 10% 이상 수준으로 제시한 4대 금융지주보다 훌쩍 높은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는 주주환원 확대 방안에서도 높은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
회사 성장에 바탕해 2024~2026년 주주환원율을 최대 5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직전연도 주요 시중은행 평균을 상회하면 순이익의 50%까지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BIS 비율은 자본적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로 나눠 산출한다. 카카오뱅크의 2024년 3분기 BIS 비율은 28.51%로 같은 시기 KB국민은행(18.18%), 신한은행(18.25%), 하나은행(17.64%), 우리은행(16.39%) 등을 훌쩍 웃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1년 뒤인 2022년 주주환원을 시작해 2022년과 2023년 주주환원율은 20%였다.
윤 대표는 이날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하면서 “카카오뱅크는 압도적 플랫폼 트래픽과 협업을 토대로 수익모델을 최적화하고 글로벌시장 진출, 인수합병을 통해 핵심 경쟁력을 키우겠다”며 “또 인공지능 전환을 통해 고객 경험의 혁신, 금융의 안정성 강화, 운영의 최적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1971년생으로 안양 신성고등학교와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한화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에르고다음다이렉트 경영기획팀장, 카카오 모바일뱅크태스크포스팀(TFT) 부사장, 카카오 공동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2017년 4월 카카오뱅크 출범 때부터 대표를 맡아 이끌고 있다.
윤 대표는 회사 출범 뒤 해마다 매출 성장세를 이끌었고 3년차인 2019년에는 인터넷은행 1호인 케이뱅크를 제치고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카카오뱅크 매출은 2018년 3755억 원에서 2023년 2조4940억 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8년 –212억 원에서 2019년 132억 원을 내 흑자로 돌아선 뒤 2023년에는 4784억 원으로 늘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