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해외사업 실적 개선을 두고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주요 해외사업장인 인도네시아법인 적자폭이 올해 들어 다시 확대되고 있어서다. 이 행장은 이르면 2025년 인도네시아법인 흑자 전환을 목표로 수익성 개선의 고삐를 죄고 있다.
▲ 이재근 KB국민은행 행장이 인도네시아법인 KB뱅크 적자 확대로 해외사업 실적 개선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KB국민은행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법인인 KB뱅크(옛 KB부코핀은행)는 2024년 3분기 순손실 2786억5700만 원을 냈다.
2023년 같은 기간(957억 원)보다 손실이 3배가량 늘었다. 지배기업지분으로 봐도 3분기 순손실은 1861억1600만 원에 이른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뱅크는 3분기 충당금 전입과 법인세 관련 일회성 요인으로 비용 약 1천억 원이 발생했다”며 “부실채권 매각이익을 제외한 충당금반영전영업이익(PPOP) 적자폭은 약 534억 원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향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KB뱅크는 올해 전체로 봐도 적자폭이 다시 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뱅크는 1분기 순손실 529억7천만 원, 2분기 958억2천만 원 등 상반기에 순손실 1514억9천만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 84억3천만 원을 거뒀지만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024년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 규모는 4300억 원 수준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손실 규모가 5배가량 불어났다.
인도네시아법인 흑자 전환을 향한 이 행장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KB뱅크는 이 행장이 취임한 2022년 순손실 8020억 8천만 원을 냈다. 이후 2023년 추가 자금투입, 부실자산 매각 등으로 순손실 규모를 2612억6천만 원으로 줄였는데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법인 경쟁력 강화의 카드로 뽑아 든 차세대 IT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이 행장의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KB뱅크는 2022년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에서 받는 종합건전성등급이 상향되면서 디지털뱅킹서비스 등 신사업을 통한 사업 확장을 준비했다.
KB국민은행은 애초 KB뱅크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을 올해 안에 완료하고 수신과 여신 등 영업현장에 적용할 계획을 세웠다.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을 위해 1천억 원 가량을 투입하면서 의지를 보였다.
▲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법인 KB뱅크는 2024년 3분기 순손실 2786억 원을 냈다.
하지만 프로젝트 추진에 차질을 빚으면서 최근 사업 주간사를 변경 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KB뱅크의 수익성 악화와 전산시스템 구축 문제로 한국 금융당국의 압박도 받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월29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KB뱅크의 부실 인수 가능성을 포함 관련 사안을 철저히 검사할 것을 지시했다.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법인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데 따른 조치다.
이 원장은 지난주 인도네시아 출장에서 현지 금융감독청(OJK)을 방문할 때도 KB뱅크 관련 한국 실무자와 동행해 한국 금융당국의 금융사 해외사업 리스크관리 감독 의지를 보였다.
이 행장은 2022년 1월 취임 이후 인도네시아사업 수익성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국민은행은 이 행장 시절 KB뱅크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부실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 행장은 2022년 3월 취임 뒤 첫 해외출장으로 캄보디아와 더불어 인도네시아 KB뱅크를 직접 찾아 경영현황을 파악하고 현지 금융당국 관계자들에게 추가 투자 계획 등을 설명했다.
지난해 5월에는 이복현 원장과 함께 인도네시아를 찾아 현지 에너지그룹과 KB뱅크의 업무협약(MOU)에 참석하며 외형 확장에 힘을 실었다.
2024년에는 KB뱅크의 구조조정을 더욱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올해 3월에는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 계획에 맞춰 기존 KB부코핀에서 KB뱅크로 은행 이름과 로고 등 브랜드 정비도 단행했다.
그 결과 이자이익 등 일부 수익지표들은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KB뱅크는 2024년 3분기 이자이익이 1년 전보다 59.5%(약 297억 원), 부실채권 매각이익을 제외한 비이자이익은 98.2%(약 167억 원) 증가했다. 정상여신 비율은 75.5%로 2분기보다 18.8% 높아졌다.
이 행장이 연말 재연임에 성공해 내년에도 KB국민은행장을 맡는다면 KB뱅크 흑자 전환의 원년을 이끌 가능성도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르면 내년 KB뱅크의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강남채 KB국민은행 부행장은 10월 정무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KB뱅크) 경영 개선과 관련해 지금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2026년 흑자 전환을 예상했는데 빠르게 해서 내년 흑자 전환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뱅크는 인수 당시부터 부실은행임을 인지하고 경영계획을 세웠고 긴 호흡으로 정상화를 위해 부실채권 대량 매각, 부실여신 회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KB뱅크는 2025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룹 자기자본이익률(ROE)에는 2026년부터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