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4-11-18 10: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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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고려아연이 보유한 2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제조 기술이 정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판정 받았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안보상 이유에 따라 정부 승인이 있어야 외국 기업이 인수할 수 있다.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대한 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공시한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을 전격 철회했다. <고려아연>
18일 비철금속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려아연 측이 신청한 특정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확인 통보했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 정부가 특별 관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앞서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과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던 지난 9월24일 산업부에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장기적으로 고려아연 재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MBK 측 사업 구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측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확보를 위한 표대결을 벌일 예정인 가운데 고려아연은 이를 '국가기간 기업 보호' 명분을 강화하는 논거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고려아연 보유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됐다고 영풍-MBK연합의 고려아연 인수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자사를 '한국 토종 사모펀드'로 규정하며 일각에서 자신들을 '중국계 자본'으로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MBK가 고려아연 공개 매수에 활용한 바이아웃6호 펀드에서 중국계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이다. 하지만 MBK 측이 앞으로 국내가 아닌 중국 등 해외로 재매각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려 한다면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국내 첨단 산업에 여러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이르면 연말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 대결로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우호 지분을 합친 약 34.65%보다 5%포인트 이상 앞서지만 양측 모두 과반에는 미치지 못한다.
업계에선 올 3분기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7.48%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비롯한 '제3지대' 주주들의 표심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부의 이번 국가핵심기술 결정이 현재 상대적 지분 열세에 있는 고려아연이 일반 주주 지지를 확보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