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10-24 15:36:37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일감과 매출을 꾸준히 늘리며 해외사업을 순조롭게 키워가고 있다.
다만 해외사업에서 그룹사 물량 기여도가 적지 않은 점, 원자재 가격 상승 탓에 이익이 나지 않는 점 등은 홍 대표가 해외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해외사업 성과 속에서 그룹사 의존도와 수익성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현대건설 실적발표 및 해외건설협회 수주통계 등을 종합해보면 올해 홍 대표가 추진하는 해외사업 확장 전략이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3분기 1조870억 원의 신규수주를 더하며 1~3분기 누적수주 8조4540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2조8500억 원가량, 해외에서 5조6천억 원가량의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연초 올해 수주목표를 국내 6조1천억 원, 해외 5조5천억 원 등 11조5천억 원으로 정했다.
3분기까지 연간 수주목표의 73.5%를 채운 가운데 국내와 해외 수주 성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지역별로 나눠 보면 국내에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이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이미 3분기 만에 목표치를 초과달성한 것이다.
올해 현대엔지니어링 주요 수주실적을 보면 국내에서는 포항 상생공원 공동주택(5259억 원), 도마·변동1구역 재개발(2462억 원), 울산시 신정동 주상복합(2407억 원) 등을 확보했다.
해외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패키지2(1조6442억 원), 사우디 아미랄 석유화학플랜트 패키지1(3조4천억 원), 인도네시아 KT&G 생산공장(2100억 원) 등의 일감을 따냈다.
홍 대표는 올해 수주목표를 세우면서 해외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현대엔지니어의 올해 해외 수주목표 5조5천억 원은 지난해 해외 수주실적인 5조1720억 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내 수주목표가 지난해 실적보다 낮아진 것과 비교하면 부동산 업황이 둔화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길을 찾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사업이 기여하는 정도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상반기 해외 매출 비중은 54.5%로 2022년 49.7%, 2023년 52.7%에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홍 대표는 4분기에도 해외수주를 앞세워 전체 수주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10월 들어 세르비아에서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와 배터리시스템의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을 따냈다. 지난해 11월 이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11개월여 만에 성과로 수주금액은 2조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다만 홍 대표는 해외사업에서 적지 않은 그룹사 의존도와 낮은 수익성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생산시설 건설 물량을 사실상 전담해왔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의 핵심 조력자로서 자체적으로도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미래 산업시설 포트폴리오로 삼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8년과 2019년 SK이노베이션 배터리부문(현 SK온)의 헝가리 배터리 1공장과 2공장 수주를 시작으로 전동화 관련 일감 확보를 본격화했다.
2022년에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인도네시아 합작법인(HLI그린파워) 배터리셀 공장,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을 수주했다.
이어 현대차그룹과 SK온의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HSAGP에너지) 미국 배터리공장,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HL-GA배터리) 미국 배터리공장 등 그룹의 북미 전기차배터리 내재화에도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조 단위 그룹사 공사가 꾸준히 이어지리란 보장이 크지 않은 만큼 향후 일감 공백을 메울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자체적으로, 또 배터리기업들과 한 차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미국에 추가로 조 단위의 공장 건설 일감이 나오기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본도급액 기준으로 2조707억 원인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은 이미 공사를 마치고 10월 초 초도 생산을 시작했다. 이어 2조28266억 원의 HSAGP에너지 배터리공장, 1조3170억 원의 HL-GA배터리 배터리공장 공사도 모두 2025년 완공을 예정하고 있다.
올해 현대엔지니어링 3분기 누적 매출 11조9490억 원 가운데 해외 그룹사 물량에서 발생한 매출만 30%에 이르는 3조5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상반기 해외 매출 비중(54.5%)을 고려해 짐작해보면 해외 매출에서는 절반 이상이 그룹사 공사에 해당한다.
그룹사 물량은 수주잔고 소화와 매출 반영이 빠른 특성을 지닌다. 현대엔지니어링 수주잔고가 지난해 말 30조9082억 원에서 3분기 말 27조4170억 원까지 줄어든 것도 그룹사 공사가 빠르게 진행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 현대차 미국 법인이 지난 8월 공개한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전경. < 현대차 미국 법인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
홍 대표는 CIS를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 지역 수주를 통해 추가 일감 확보를 지속하는 한편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나올 그룹사 물량에도 기대를 걸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CIS 지역을 주력 해외사업 지역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홍 대표는 올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의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동행했다. 이 때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석유화학 및 화공플랜트 2건, 카자흐스탄에서 화공플랜트 1건의 협력계약을 직접 챙겼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09년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탈황설비를 시작으로 중앙아시아에 진출해 꾸준히 현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협력을 약속한 투르크메니스탄의 석유화학플랜트, 카자흐스탄의 가스플랜트 등에서는 빠르게 성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현대차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4조 원 이상을 조달한 인도 시장에서 추가 그룹사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대건설은 22일 진행한 3분기 실적발표에서 “그룹사에서 전기차 관련 투자가 늘어난다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추가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해외사업에서 수익성이 악화한 것도 홍 대표에게 아쉬운 대목이다.
올해 들어 현대엔지니어링 해외사업 현장은 이익이 나지 않는 수준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 실적발표에 따르면 3분기 현대엔지니어링 해외 원가율은 100%로 발표됐는데 국내 원가율 95%보다도 높은 것이다.
이는 해외사업이 국내와 비교하면 발주처와 공사비 증액 협상이 쉽지 않은 점, 사업규모나 공사기간이 길어 설계변경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기 힘든 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사업 수익성이 부진한 근본적 원인은 과거와 비교해 높아진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지 못한 데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원가에 맞춘 공사비로 수주한 2023년 이후 물량 공정이 본격화할수록 점차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에서도 우선 공사비 협상을 통해 원가를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단기에 반등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2~3년 전 물량을 소화하면서 수익성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