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가전 구독으로 AI 가전 판매 확대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인공지능(AI) 가전=삼성'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판매 확대에 나섰지만, 실적 측면에선 AI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하반기부터 가전 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전구독 서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가전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생활가전(DA) 사업부가 2024년 2분기 경쟁사와 비교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하반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DA)·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올해 2분기 약 49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 7400억 원에서 33.7% 감소한 것이다. DA사업부만 따로 보면, 약 2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경쟁사인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 694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2분기보다 16.4% 가량 증가한 것으로, 삼성전자 DA사업부와 비교하면 3배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린 셈이다.
한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AI 가전을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는데,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진 못한 것이다.
세계 가전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AI 가전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물류비와 주요 부품 등 비용증가 요인이 컸기 때문이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DX부문은 부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훼손, 물류비 등 비용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4년 4월3일 '비스포크 인공지능(AI) 미디어데이'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
한 부회장은 하반기 가전사업의 돌파구를 ‘정기 구독’에서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부회장은 올해 4월까지만 해도 “시장이 아직 넓으니 (사업을) 못한 시장부터 한 다음 구독을 고민하려 한다”며 구독사업 진출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상반기 AI 가전의 수요 창출이 기대 이하인 데다, 경쟁사인 LG전자는 구독 사업만으로 올해 상반기 7733억 원의 매출을 내며 대성공을 거두자 신속히 전략 수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10월 가전구독 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8월 초에는 구독 비즈니스 한국 총괄 경력직을 채용하는 공고를 내기도 했다.
구독 형태로 가전 제품을 판매하면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제품 자체뿐 아니라 제품 관리와 소모품 교체와 같은 추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독 서비스는 약 10% 초중반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는 삼성전자 가전사업의 최근 영업이익률 3% 수준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또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데도 유리하다. 소비자가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시불로 대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훨씬 부담을 적게 느끼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구독 서비스를 활용하는 소비자는 다양한 가전제품을 한 번에 구매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록인 효과로 오랫동안 소비자를 묶어두며 사업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유통업체인 롯데백화점이 LG가전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가전구독 시장의 판이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 삼성전자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가전 구독 서비스 진출이 다소 늦었다. 아직 가전 시장에서 구독 서비스의 침투력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삼성전자가 구독화할 수 있는 제품군을 가장 많이 갖춘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후발주자 약점은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구독 서비스를 설계할 때 삼성카드나 삼성생명 등 계열사들의 상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초기 시장 안착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기준 전체 가전의 약 5%를 차지하는 가전 구독 시장은 국내에서 가파른 성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확대로 가전 성장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