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 |
[비즈니스포스트]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꾸준히 주장해온 전기요금 인상이 연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4분기 요금 인상을 두고 정부의 긍정적 태도가 감지된다.
다만 국제유가와 환율 등 우호적 영업환경에 힘입어 올해 한전 실적은 대폭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호실적 속에 요금 인상이 진행되면 자칫 부정적 여론이 떠오를 수 있기에 김 사장은 한전의 자구노력을 강조하는 등 선제적으로 요금 인상에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힘을 쏟고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9일 증권업계의 전망을 종합하면 한전은 올해 7~8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23일 한전의 2024년 연간 영업이익을 7조6280억 원으로 추정했다. 21일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전이 연간 영업이익 8조274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한전이 지난해 4조542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봤다는 점과 비교하면 한 해만에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된다는 의미다.
한전의 역대 실적을 살펴봐도 7~8조 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은 드물다.
한전이 역대 최고 실적을 냈을 때는 영업이익 12조16억 원을 거둔 2016년이다. 2015년에 11조3천억 원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두 해 연속으로 10조 이상 영업이익을 내며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당시에는 한전의 호실적이 이어지자 전기요금 인하 요구가 나올 정도였다. 조환익 당시 한전 사장은 “전기요금 인하는 교각살우”라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10년 내 실적을 살펴보면 한전은 2015~2016년을 전후로 통상적으로 흑자를 낼 때는 4조~6조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7년 이후에는 2020년을 제외하고 매해 영업손실을 봤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크게 받은 2022년에는 영업손실 32조6551억 원을 보기도 했다.
한전이 올해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까닭은 국제유가와 환율 등 한전의 실적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들이 모두 긍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4월 이후 안정적 흐름을 보이는 점은 한전의 실적에 크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LNG 도입 가격 가운데 전력도매가격(SMP)을 결정하는 중동 LNG는 두바이유 유가에 5~6개월 후행한다”며 “두바이유 유가가 배럴당 월평균 기준으로 4월 89.2달러에서 8월 77.9달러로 급락해 9월 이후 전력도매가격의 하향 안정화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5월 중에 1400원까지 근접했던 원/달러 환율도 근래 들어서는 1330원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전이 전력을 구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좌우하는 요소들이 하향 안정화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실적 전망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전력통계를 보면 6월 평균 전력판매 단가는 KWh당 166.2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전기요금은 2022년 이후 6차례 인상돼 왔다.
강 연구원은 현재 전기요금 수준과 한전의 실적 전망을 놓고 “추가 전기요금 인상에 기대지 않고 기존 전기요금 인상 요인만으로도 호실적 기대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한전의 호실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누적 적자를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을 이어가겠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폭염 기간이 지난 뒤 최대한 시점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으로서는 한전이 호실적을 내는 가운데 전기요금이 올랐을 때 부정적 여론이 나올 상황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증가 등 여전히 민생경제 흐름이 좋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안 장관의 발언 이후인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물론 전기요금이 1원이라도 인상되면 가계에 부담이 되고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을 안다”며 “한전 입장에서는 최대한 노력해 전기요금을 정말 최소한 수준에서 인상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정상화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정원을 감축하고 임금도 반납하며 희망퇴직까지 진행했다"고 한전의 노력을 부각하기도 했다.
김 사장의 발언은 전기요금 인상을 향한 부정적 여론의 발생에 미리 대응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경기침체와 고물가를 향한 우려가 강해지는 경제 상황에서 한전이 좋은 실적을 거둔다면 전기요금 인상에 저항하는 것을 넘어 인하 요구까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핵심 현안은 전기요금 인상이고 주가의 흐름에도 분기별 실적보다 전기요금 인상의 방향성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며 “전기요금 인상 명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분기별 영업실적은 서프라이즈급 호조보다 적당한 호실적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