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아웃이란 반도체의 물리적 설계도를 제조 공장으로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테이프아웃이 이뤄지면 3~4달 이내 완성된 반도체가 출고될 수 있다.
2025년 상반기 HBM4 양산에 들어가기 위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올해 말 HBM4 테이프아웃을 진행한 뒤 2025년 하반기 양산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전자보다 다소 빠른 일정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월 세계 최초로 HBM3E 양산에 성공했던 만큼, HBM4에서도 시장 선점에 자신감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HBM4는 전작인 HBM3E보다 성능이 크게 개선된다.
김귀욱 SK하이닉스 HBM첨단 기술팀장은 올해 5월13일 국제메모리워크숍(IMW) 2024에 참가해 “HBM4의 전력 효율은 전작 HBM3E와 비교해 30% 개선될 것”이라며 “대역폭은 1.4배, 집적도는 1.3배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성능 향상을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을 연결하는 부품인 ‘로직다이’를 기존 SK하이닉스 D램 공정이 아닌 TSMC 5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으로 생산하게 된다.
전체 HBM 전력 소모의 40%를 차지하던 로직다이에 초미세 공정을 적용함으로써 전력 사용량을 대폭 줄이고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도체업계는 HBM 최강자인 SK하이닉스와 파운드리 최강자인 TSMC의 협업이 불러올 시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로직다이 생산에 자체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TSMC의 협업이 진행되는 부분은 매우 긍정적 요소”라며 “후발 업체들의 기술격차 축소가 쉽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에 있어 수율(완성품 비율)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HBM4 양산 측면에서는 빠르게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HBM4에 HBM3E와 같은 12~13나노(1b) 공정을 활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를 위해 1b D램 증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이보다 한세대 앞선 11~12나노(1c) 공정을 도입해 미세공정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길을 선택했다. 새로운 공정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HBM 시장의 지각변동을 노리겠다는 전략인데, 처음 도입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수율을 잡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14나노(1a) 공정을 활용한 HBM3E에서도 수율과 발열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곽노정 사장은 HBM4을 기점으로 맞춤형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흐름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최대 HBM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협력하며 쌓은 노하우을 바탕으로 다른 빅테크가 요구하는 맞춤형 HBM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패키징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TSMC와 협력도 맞춤형 HBM에 있어 강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류성수 SK하이닉스 HBM 비즈니스 담당 부사장은 지난 19일 '이천포럼 2024'에서 “M7(매그니피센트7)이 모두 찾아와 HBM 커스텀을 해달라는 요청사항이 오고 있다”며 “커스텀 제품과 관련한 요구사항이 많아지는 등 패러다임 시프트의 큰 전환점에 직면했는데, 그 기회들을 잘 살리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