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변에 쌓여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 Flickr > |
[비즈니스포스트] 독일에서 플라스틱을 먹는 곰팡이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해양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11일 관련 외신 보도와 국제기관 분석을 종합하면 매년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크게 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5대 환류대 연구소(5 Gyres Institute)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세계 해양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약 171조 개에 달한다. 20005년 33조 개와 비교하면 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또 호주 영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에서 내놓은 분석을 보면 해양 플라스틱 가운데 1100만 톤은 심해로 가라앉아 해양에 영구 누적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곰팡이에 관한 연구결과와 나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에 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는 독일 라이프니츠 민물 생태학 및 내륙수산업 연구소가 최근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곰팡이 균주 18종을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곰팡이를 독일 북동부에 위치한 슈테클린 호수에서 실험했고 그 결과 플라스틱 제품 외에 다른 먹이 공급이 없어도 번성하는 것을 확인했다.
한스 페터 그로사트 라이프니츠 연구소 연구그룹 팀장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번 발견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곰팡이가 일부 합성 폴리머 위에서만 자라는 모습을 보여준 것과 어떤 상황에서는 바이오매스를 형성하기도 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곰팡이를 하수 처리 시설이나 폐기물 관리 설비처럼 일부 통제된 환경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매년 바다로 흘러드는 해양 플라스틱 수천만 톤 가운데 일부를 사전에 제거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에 발견한 곰팡이를 해양 플라스틱의 궁극적 해결책으로 섣불리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 뉴델리의 강변에 수면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떠있다. <연합뉴스> |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올해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매년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약 1400만 톤에 달한다.
곰팡이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유입되는 쓰레기의 양이 너무 많은 셈이다.
그로사트 팀장은 “우리는 확실히 해양에 유입되는 쓰레기의 양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또 플라스틱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곰팡이가 이것을 분해한다면 그것은 곧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라이프니츠 연구소가 발견한 곰팡이 균주 18종 가운데 4종은 특히 먹성이 좋은 것으로 분류됐다.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가장 뛰어난 균주라는 뜻으로 건설용 플라스틱인 폴리우레탄도 분해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포장재에 주로 사용되는 폴리에틸렌과 타이어에서 배출된 미세 플라스틱 등은 분해에 다소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타이어 조각들은 중금속이 섞여 있어 곰팡이들이 쉽사리 분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로사트 팀장은 “곰팡이의 효소 활성 정도는 온도와 미세영양소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며 “애초에 곰팡이가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된 이유는 자연계에 만연한 플라스틱의 존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