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23년 11월1일 영국 블레츨리에서 열린 인공지능 안전 회담에 참석해 다른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율주행 기술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인 ‘로보택시’를 애초 계획보다 늦게 공개한다고 밝히며 과거 테슬라 신제품의 지연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테슬라는 전기픽업 ‘사이버트럭’과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낮은 완성도 단계에서 미리 공개해 시장의 관심을 끌었던 일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여 왔는데 로보택시에서도 이 같은 행보가 되풀이될 수 있다.
15일(현지시각) IT전문지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가 인 로보택시 공개를 늦춘다고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알렸다.
머스크는 로보택시 공개를 미루는 이유로 디자인 변경을 꼽았지만 과거 사이버트럭 및 옵티머스에서 보였던 지연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는 시각이 많다.
테슬라는 2019년 사이버트럭을 처음 선보인 뒤 시장에 출시할 때까지 매우 오랜 시간을 들였다.
2021년 연말 첫 번째 차량을 출고하고 2022년에는 대량생산에 돌입한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2023년 하반기 생산을 시작해 같은 해 연말에 첫 배송을 시작했다.
가격도 처음 밝혔던 수준보다 대폭 높였고 초기 시제품은 시연 중 파손되는 등 내구성 문제도 불거지면서 도마 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옵티머스 또한 미완성 상태의 시제품만 공개하고 투자를 끌어모은 뒤 최근에서야 적은 숫자의 제품을 제조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발표행사였던 2021년 인공지능의 날에는 로봇처럼 옷을 입은 사람이 시제품 대신 등장해 최악의 공개 이벤트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런 과거 사례들을 돌이켜 볼 때 일론 머스크가 로보택시 공개 날짜를 오는 8월8일로 못박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미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머스크가 로보택시 공개를 연기한 점을 놓고 “사이버트럭은 물론 주행보조 서비스인 완전자율주행(FSD)을 미뤄왔던 모습과 다르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 테슬라 관계자가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문을 열고 나서는 모습을 2024년 연례 주주총회 영상에서 갈무리. 이 화면 직전에는 앱에서 차량을 호출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로보택시 시연 데모 영상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테슬라> |
이번 로보택시 연기 소식에 새 발표 시기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완성된 시제품이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테슬라 주가는 로보택시 연기 소식이 들리기 전 11거래일 연속 상승해 왔었는데 이런 시장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연기 소식이 처음 나온 당일 테슬라 주가는 8% 넘게 빠졌다.
증권사 UBS는 연기 소식이 전해지자 보고서를 내고 테슬라 주식에 의견을 기존 ‘보유’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로보택시 개발이 계속 밀려 상용화 시점은 2030년 전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로보택시는 전기차 수요 둔화 시기 테슬라의 새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지나치게 늦어지면 주가에 오히려 장기 악재로 자리할 수 있다.
증권전문지 모틀리풀은 테슬라가 로보택시 기능 핵심인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아직 구현해 내지 못해 단시일 내에 사업화에 이르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의 FSD는 자율주행기술 5단계 가운데 2~3단계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테슬라가 주력 시장인 미국 각 주들에서 무인 자동차 관련 규제 당국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이른 시일 내 상용화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는 요소다.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구글 웨이모와 GM 크루즈 그리고 아마존 죽스 모두 긴 시간을 들여 관련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는데 테슬라는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테슬라가 로보택시 출시를 일론 머스크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사이버트럭이나 옵티머스 사례처럼 발표 뒤 수 차례 연기할 수 있는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머스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시장에 내놓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