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그동안 증권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 휘청거린 만큼 여러 증권사가 매물로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취임 뒤 비은행 강화를 내건 임 회장도 중량급 매물을 기다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양증권은 우리금융이 합병한 포스증권과 다르게 나름의 무게감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한양증권은 한양대학교의 수익 사업 일환으로 1956년 설립돼 68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유가증권에도 1988년 상장됐다. 반면 포스증권은 정부 주도 아래 자산운용사 등의 펀드 판매창구를 만들고자 2013년 세워졌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한양증권 1분기 순이익은 별도 기준 133억6715만 원으로 포스증권(순손실 14억1500만 원)을 크게 앞섰다.
우리금융 관점에서 한양증권을 품에 안는다면 증권업 ‘재진출’ 이상의 의미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임 회장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합병도 가격 변수에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나온다. 적정 가격 산출이 어렵고 인수가가 지나치게 비싸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사 가치를 가늠하는 주요 기준으로 꼽히는 보험계약마진(CSM)은 동양생명이 3월 말 기준 2조6915억 원, ABL생명은 8700억 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토대로 3조 원 중반 가량이 가격으로 제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6월 말 보고서에서 “국제회계제도(IFRS17) 전환 뒤 보험사 인수합병이 없었고 재무구조에 영향을 끼치는 장기선도금리 하향 등 제도 강화, 계리적 가정 변동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보험사 적정 기업가치를 둔 이견을 클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금융당국의 권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우리금융의 현재 자회사 출자여력은 7조5천억 원 가량으로 여겨진다.
다만 인수합병 뒤 안착을 위한 추가비용과 주주환원 위축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제 인수합병에 쓸 수 있는 자금은 이보다 크게 적을 것으로 여겨진다. 임 회장이 신중히 인수합병 대상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 3월 말 기준 자본금 1조 원대 증권사 순위. 교보증권이 전체 증권업계에서는 11위로 10위 대신증권(3조1천억)과는 차이가 크다. 금융투자협회 자료 갈무리.
우리금융은 한양증권을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13위권 증권사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증권이 초소형이었던 만큼 8월1일 출범하는 우리투자증권이 18위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계를 몇 개 뛰어넘을 수 있는 셈이다.
임 회장이 한양증권 인수를 들여다본다면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두고 받은 시장의 의구심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과거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당시 업계 1위를 다투던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농협금융의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우리금융에서는 초소형인 포스증권 인수에 그쳐 증권업 진출에 의의를 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양증권이 증권사 인수합병 시장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점도 임 회장의 셈법을 복잡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부동산PF 부실로 증권사 매물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임 회장은 다음달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앞두고 12일 진행한 하반기 그룹 경영워크숍에서 ‘10년 내 10위권 증권사 도약’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자회사 14곳이 모두 우리금융 이름 아래 온 힘을 다해 ‘분투’해 나간다면 시장과 고객에 다시 신뢰를 받고 선도금융그룹의 위상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제가 항상 맨 앞에서 함께 뛰며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추가 인수 가능성은 열어놓으면서도 한양증권 인수설에는 선을 그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설명했듯 시장에서 나오는 모든 매물은 검토할 수 있으며 증권사 등 추가 인수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다만 한양증권은 인수 추진이 계획이 없고 인수를 추진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