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금융연구원이 6월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진행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당국 실무자와 학계, 시장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사업의 혁신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 발표에서 2015년 인터넷은행 도입을 처음 추진할 때 목표와 취지를 다시 짚으며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은행 도입의 성과를 평가하려면 처음 목표를 제대로 달성했느냐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은행은 금융소비자의 편의성 제고, 은행산업 경쟁 촉진, 혁신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목표로 도입됐다. 특히 기존 1금융권 시중은행들이 하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금융 서비스 제공, 새로운 금융시장 발굴이 인터넷은행에 주어진 역할이었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이 출범한 2017년부터 7년이 지난 현재 인터넷은행이 ‘모바일금융’을 통한 소비자 편의성 증대에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인터넷은행이 출범 뒤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시중은행의 집중도를 낮추고 산업 경쟁을 촉진한 부분은 숫자로 증명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은행은 2017년 출범 뒤 2023년까지 연 평균 총자산 성장률이 55.5%에 이른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8%), 지방은행(5.9%)과 비교해 독보적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일반은행 대비 인터넷은행의 총자산 비중은 2017년 말 0.4%에서 2023년 말 3.6%로 높아졌다.
다만 인터넷은행 도입 당시 금융당국이 가장 중요하게 높은 배점을 두고 평가했던 사업의 혁신성 측면에서는 평가가 갈렸다.
모바일금융 외 다른 영역의 혁신에서는 가시적 성과가 아직 미흡하다는 견해들이 주를 이뤘다.
이 연구위원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예비인가에서 신용평가 고도화, 자산관리 등 혁신 서비스 제공을 사업계획으로 제공했는데 현재 대안 신용평가 모델이 다른 시중은행들과 큰 차별성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바라봤다.
▲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진행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대면 중심 서비스로 대면 영업비용을 없앴지만 금리 등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큰 혜택을 돌려주지는 못하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 영업 시작 초기에는 예금금리가 일반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최근에는 낮아지고 있다”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등의 영향을 고려해야 하지만 대출금리 역시 초기에는 지방은행 평균 금리보다 낮았지만 최근에는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제4인터넷은행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했다.
세미나가 제4인터넷은행 경쟁이 달아오르고 금융당국이 제4인터넷은행 인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시점에서 열린 만큼 제4인터넷은행과 관련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왔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 과장은 제4인터넷은행 인가와 관련해 사업계획 실현가능성을 엄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기존 인터넷은행3사가 소비자 편의성을 크게 진전시켰지만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 구축이나 비대면을 통한 개인사업자 대출 이런 측면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이 내세우는 소상공인 특화 서비스가 실제로 구현 가능할지, 특히 비대면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지, 자금조달 능력 등은 있는지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 이항용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이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진행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국장은 제4인터넷은행 인가에 주요 요소로 초기 자본뿐 아니라 영업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기반을, 여은정 중앙대 교수는 기존 인터넷은행·시중은행과 차별되는 혁신성을 꼽았다.
금융위는 이번 세미나 논의사항 등을 바탕으로 이르면 3분기 제4인터넷은행 인가 기준 등을 조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수 금융위 과장은 이날 토론 마지막 발표자로 나서 “인터넷은행도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자기자본으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며 “국민경제적 측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인가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금융위원회가 한국금융연구원 주관으로 진행한 이날 세미나에는 준비한 발표자료 책자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세미나장 양 옆과 뒤쪽에 추가로 마련한 의자에도 사람들이 뻬곡하게 들어찼다.
금융당국이 제4인터넷은행 인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기존 사업자가 받을 성적표에 업계의 관심이 몰렸다. 기존 인터넷은행뿐 아니라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뛰어든 시중은행들도 촉각을 곤두세웠다는 후문이다.
세미나에는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국장,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 과장 등 당국 관계자부터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김영일 NICE리서치센터장 등 학계와 시장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