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TSMC의 패키징 공급 능력 부족에 맞춰 서버용 인공지능 반도체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TSMC의 CoWoS 반도체 패키징 기술 홍보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주로 활용되는 TSMC의 패키징 공급 부족에 대응해 팬아웃 패널레벨패키징(FOPLP) 기술로 대안을 찾고 있다.
생산 효율성이 높은 FOPLP가 인공지능 분야에서 점차 주력으로 자리잡으면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도 중장기적으로 수혜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9일 업계에서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TSMC의 패키징 공급 제약에 맞춰 서버용 인공지능 반도체에 FOPLP 기술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는 현재 TSMC의 칩온웨이퍼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패키징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TSMC가 엔비디아 제품의 수요 급증에 충분히 대응할 만큼의 패키징 공급 능력을 갖추지 못 해 지난해부터 병목현상에 따른 생산 차질이 이어져 왔다.
TSMC는 올해 CoWoS 공급 능력을 지난해의 2배로 키우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설 계획을 제시했지만 당분간 공급 부족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자연히 엔비디아가 다른 패키징 기술로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디지타임스는 FOPLP가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CoWoS의 주요 대안으로 자리잡을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원형 웨이퍼 대신 사각형의 패널 위에서 패키징을 하는 FOPLP 공정 특성상 생산성과 원가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시장 조사기관 욜그룹의 보고서를 인용해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FOPLP 점유율이 2022년 기준 2%에서 2028년 8%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을 전했다.
자연히 FOPLP 관련 기술을 갖춘 기업들이 앞으로 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따라 수혜를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 반도체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가 FOPLP를 활용하기 시작한다면 시장 확대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공산이 크다.
▲ 삼성전자의 FOPLP 기술 홍보용 이미지. |
삼성전자는 FOPLP 분야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 계열사인 삼성전기가 2016년 PLP 기술을 개발한 뒤 삼성전자와 FOPLP 사업화에 꾸준히 협력해 왔기 때문이다.
2019년 삼성전자는 삼성전기에서 PLP사업을 인수한 뒤 대규모 생산 투자를 진행하고 이를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에 적용하며 기술 노하우를 확보해 왔다.
디지타임스는 FOPLP 특성상 다양한 분야의 반도체에 활용될 수 있고 비교적 오래된 장비를 활용해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장기간 FOPLP 기술 확보 및 사업화에 힘써온 성과가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마침내 구체화될 기회가 열릴 수 있는 셈이다.
엔비디아가 FOPLP 기술 활용을 추진하는 것은 삼성전자와 협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첨단 파운드리 사업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의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주로 함께 쓰이는 고대역 메모리(HBM) 분야에서도 삼성전자가 기술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패키징 사업과 시너지를 낼 여지도 충분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과 미국에 잇따라 반도체 패키징 설비 신설을 결정하는 등 관련 사업에 점차 힘을 싣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미세공정 파운드리뿐 아니라 여러 반도체를 하나로 묶어 성능과 전력효율 등을 높이는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과 메모리반도체, 첨단 패키징을 모두 고객사에 공급할 수 있는 기업으로 수직계열화에 장점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