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이 일본 은행들보다 전반적으로 높지만 PBR(주가순자산배율) 수준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은행의 주주환원율이 국내 은행보다 월등히 높은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 국내 은행주들은 경영 지표에서 일본을 앞서면서도 PBR 수준은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들 역시 주주환원 확대에 힘주고 있지만 일본 은행과 비교해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으로 평가된다.
14일 키움증권 분석에 따르면 국내 은행은 일본 은행보다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대표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을 보면 국내 은행 평균은 2.2%로 일본 은행의 평균(0.83%)을 크게 앞섰다.
ROE(자기자본순이익률) 평균도 한국(9.2%)이 일본(6.0%)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NPL(부실채권) 평균은 한국이 0.48%로 일본(1.26%)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국내 은행의 PBR은 일본에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은행주의 평균 PBR은 0.35배인 반면 일본은 0.69배에 이른다.
PBR은 지난달 말 한국 정부가 예고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PBR이 1배를 밑도는 소위 ‘저 PBR’ 상장사에 자체적 개선을 요구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PBR은 PER(주가수익률, 실적 대비 주가가 평가되는 수준을 나타냄)과 ROE(수익성 수준)의 곱으로 도출된다. 주주환원 등을 통해 주가를 올려 PER을 높이거나 수익성을 늘려 ROE를 높임으로써 개선할 수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 정부의 증시 부양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도쿄거래소는 저 PBR 상장사들에 PBR 제고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일본 상장사들이 주주환원을 강화하면서 주가 수준이 크게 올랐고 그 결과 증시도 크게 상승했다.
국내 은행이 일본 은행보다 여러 지표상에서 우수함에도 PBR이 낮은 이유는 주주환원율에 따른 주가 수준의 차이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차이는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은행의 평균 ROE는 한국보다 낮으나 PER은 12.8배로 한국(3.8배)의 3배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일본 은행주가 고평가를 받는 이유로는 강력한 주주환원이 꼽힌다. 일례로 일본 은행들의 배당성향 평균은 38%로 한국(27%)을 크게 앞선다.
배당성향을 포함한 총주주환원율을 봐도 일본 대표 은행주인 미쓰비시UFG와 미쓰이스미토모는 각각 69%, 62%에 이른다. 반면 한국 은행주들의 총주주환원율은 여전히 30%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은행주가 은행업 경영지표상에서 일본보다 우월하며 차이도 크다”면서도 “반면 PBR과 PER은 일본 은행주가 크게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일본 은행주의 높은 배당성향과 정부정책으로 강화한 자기주식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율 상승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 일본의 은행들은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통해 주가가 고평가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 Real Estate Japan >
국내 은행들은 주주환원율 수준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 PBR을 현재보다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총주주환원율 33%을 기록했다. 올해 1월 추가로 3천억 원어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하며 주주환원율 상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이 38.5%로 은행업종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보통주 자본비율도 13.6%로 은행업종 가운데 가장 높아 추가적 주주환원 실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신한지주도 올해 1분기 1500억 원어치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예정돼 있으며 보통주 자본비율이 13.13%로 주주환원 확대가 기대된다.
JB금융지주는 올해 분기 배당 실시 계획을 발표하는 등 소형은행 가운데 가장 적극적 주주환원 강화에 나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은갑 연구원은 “ROE를 높이는 것도 PBR 상승의 한 수단이지만 해외 은행주 중 한국보다 ROE가 낮음에도 주주환원율이 높아 PBR이 더 높은 은행주가 많다는 것을 보면 한국 은행주의 경우 주주환원율 상향이 PBR을 상승시킬 보다 직접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