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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길을 묻다] 김동엽 미래에셋 상무 “편안한 노후, 곳간형 자산과 우물형 자산 필요"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4-01-10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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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당신의 노후 계획은 안녕하십니까. 초고령화가 저출산과 맞물려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은 수급자 급증으로 사실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늘고 있다. 부부기준 노년 월 기대 소득 평균치는 300만 원 이상이다. 공적연금이 흔들리며 개인연금시장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죽을때까지 월 300만 원’을 향한 면밀한 설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신년기획으로 100세 시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노후 계획'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 초고령화와 저출산, 준비 없으면 실버리스크 점점 더 커진다
② 국민연금만 쳐다보는 한국인, 사실상 세금 될 판
③ 다가오는 연금 고갈, 여야 정쟁에 개혁 시기는 오리무중
④ 낮아진 기대감에 사적연금마저 깬다, '100세 시대' 인프라 흔들
⑤ 청년층에 노후대비는 먼 이야기, 필요성 알지만 현실이 먼저
⑥ 치솟는 노후비용, 사적연금 준비 빠르고 많을수록 좋다
⑦ '연금탑' 이제 필수, 디폴트옵션 연금저축 ISA 최대한 활용을
⑧ [인터뷰] 김동엽 미래에셋 상무 “편안한 노후, 곳간형 자산과 우물형 자산 필요"
⑨ [인터뷰] 신영증권 이사 민주영 "퇴직연금, '꽁돈' 아닌 노후 근간"

 
[노후, 길을 묻다] 김동엽 미래에셋 상무 “편안한 노후, 곳간형 자산과 우물형 자산 필요"
▲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가 4일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편안한 노후를 위해서는 곳간형 자산과 우물형 자산이 필요합니다.”

4일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에서 만난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곳간형 자산과 우물형 자산을 꼽았다.

곳간형은 예금, 주식, 채권, 부동산처럼 쌓아두는 형태의 자산이다. 향후 자녀결혼, 해외여행, 의료비 등 재량적 지출이나 목돈이 들어가는 곳에 쓰인다.

반면 우물형은 매달 꼭 필요한 생활비에 쓰이는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같은 연금상품이 대표적이다.

김 상무는 곳간형과 우물형 자산을 설명하며 화성에 떨어진 주인공(맷 데이먼)의 생존기를 담은 영화 ‘마션’ 속 감자 비유를 들었다.

“영화 마션을 보면 맷 데이먼은 가장 먼저 식량(감자)이 얼마나 있나 살펴보고 구조대가 오지 않을 때를 대비해 감자 일부를 떼어 농사를 짓습니다. 여기서 보면 같은 감자라도 자산 형태가 완전히 다릅니다. 당장 먹기 위해 쌓아 놓은 감자는 곳간형, 농사를 짓는 감자는 우물형 자산입니다. 결국 맷 데이먼을 살리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은 우물형 자산입니다.”

김 상무에 따르면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꺼리는 특성상 곳간형 자산을 좋아하고 우물형 자산을 싫어하는 경향을 지닌다.

곳간형 자산은 규모가 명확히 보일뿐더러 상황 변화에 직접 대응하며 관리할 수 있지만 우물형 자산은 얼마나 사느냐에 따라 수령 규모가 달라질 수 있고 향후 금리 변화 등에 대응하기 쉽지 않아 자산가치가 불명확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상무는 행복하고 편안한 노후를 위해서는 반드시 우물형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누구나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이 지닌 가장 큰 불확실성은 ‘수명’입니다. 우리가 언제 죽을지 안다면 노후 대비는 쉬울 겁니다. 죽을 때까지 쓸 돈을 벌 수 있는 돈으로 나누고 그만큼씩 나눠 쓰면 되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곳간형 자산만 있다면 언젠가는 ‘곳간이 남느냐 내가 남느냐’ 하는 싸움을 해야 합니다. 곳간 속 돈이 엄청나게 많다면 모르겠지만 일반인들은 우물 없이 오래 살면 곳간이 텅텅 빌 가능성이 큽니다. 우물이 없는 상태에서 곳간이 비면 노후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고요.”

우물형 자산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로는 현재 시점에서 자가진단을 꼽았다.

지금 한 달에 얼마 정도를 생활비로 쓰는지 알아야 노후의 한 달 생활비를 가늠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몇 개의 우물'을 '어떤 깊이로' 팔지 역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연을 다니다 보면 ‘노후 생활비로 얼마면 충분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적게 쓰는 사람이 있고 많이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도 저 질문을 계속 받는데, 그 이유가 뭐냐, 그만큼 사람들이 현재 한 달 필수 생활비로 얼마 정도를 쓰는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얼마를 쓰는지 알면 미래 필수 생활비로 얼마가 필요한지 따져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물을 만들 준비가 된 것입니다. 우물은 적정한 깊이가 중요합니다. 우물을 깊게 많이 파면 현재를 많이 희생해야 하고 우물을 너무 얕게 조금 파면 미래가 불안해집니다.”

노후를 위해 우물형 자산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 그만큼 우물의 깊이가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물을 파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오랜 기간 파야하는 만큼 일정한 규칙을 만들어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에서는 이를 ‘율리시스 약정(Ulysses contract)’이라고 부릅니다. ‘오디세이아’를 보면 율리시스가 트로이 전쟁을 이기고 돌아올 때 세이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기둥에 밧줄로 묶습니다. 이와 같은 강제성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사람의 욕망은 기본적으로 장기저축을 못하게 돼 있습니다. 장기저축을 하고 있더라도 이 상품이 더 좋다, 저 상품이 더 좋다는 식으로 세상의 세이렌이 계속 울어대면서 상품 교체를 유혹합니다. 그러니 강제성이 더 필요한 겁니다. 장기저축을 할 때는 큰 보상을 주고 상품을 해지했을 때는 불이익을 주는 방식입니다. 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에 적용되는 세제정책에도 이런 강제성이 녹아 있습니다.”
 
[노후, 길을 묻다] 김동엽 미래에셋 상무 “편안한 노후, 곳간형 자산과 우물형 자산 필요"
▲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를 통해 투자자들의 은퇴설계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홈페이지>  

김 상무는 삼성생명 FP(파이낸셜플래너)센터, 미래에셋자산운용 퇴직연금컨설팅 팀장, 미래에셋 은퇴교육센터장 등을 거친 은퇴설계 전문가로 평소 외부강연, 유튜브 콘텐츠 등을 통해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대중들의 노후 대비 상황을 현장에서 매번 새로이 마주하는 셈인데 고령화 사회로 진입이 가속화하면서 과거와 비교해 은퇴설계와 관련한 대중의 관심도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강연을 하다보면 노후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느낍니다. 고령화 사회라는 게 다른 게 아닙니다. 어르신들이 주변에 많이 보이는 겁니다. 당장 40~50대가 되면 부모님이 어떻게 사시는지 보게 됩니다. 그분들이 살아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노후를 그려보는 겁니다.

그래도 지금 40~50대는 형제자매가 있는 분들이 많으니까 자녀들이 어떻게든 힘을 합쳐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40~50대 가운데는 정작 자신은 자녀가 한 명인 분들도 많습니다. 그럼 자녀에게 노후를 기대기 쉽지 않습니다. 은퇴 뒤가 더 걱정이 되는 만큼 더 알아보고 준비하게 됩니다. 이처럼 사회의 고령화가 빨라질수록 노후 대비를 향한 관심과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겁니다.”

끝으로 노후 준비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김 상무는 ‘행동’과 ‘실천’을 강조했다.

“강의할 때 마지막에 항상 그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은 어제 입장에서 보면 내일인데 사람들은 어제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하고 내일 할 일을 걱정하면서 오늘 행동하지 않는다고요. 결국 내일을 바꾸려면 오늘을 바꿔야 합니다.

연금은 장기적으로 규칙을 정해서 꾸준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이기는 상품입니다. 오늘부터 꾸준히 준비하면 노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노후 준비를 잘해서 행복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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