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의 잠 못이루는 밤.’ 코로나 팬데믹과 궤를 같이한 과잉 유동성에서 비롯된 ‘자산 버블’에 뒤늦게 탑승한 2030세대의 현재다. 주식,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재테크에서 MZ세대들은 사실상 낙오했다. 청년을 겨냥한 정책금융도 용두사미가 되는 모양새다. ‘5포세대, 망포세대’라는 자조적 푸념마저 나온다. 하지만 자본시장 참여자로서 본능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산증식 유전자를 잉태시키고 있다. IT(정보기술)에 익숙한 MZ세대들이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작지만 새로운 투자스타일을 빠르게 정착시키고 있다. MZ세대의 돈 불리는 습관을 연재해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 디지털로 투자스타일 상전벽해, 기존 틀 깨며 새 시장 키운다
② STO는 현재, '증권성' 인정에 미술품 부동산 한우 '조각투자' 후끈
③ 나이키 운동화 '13배 껑충’ 리셀테크 점입가경, ‘당근질’도 투자다
④ 전통 금융사도 MZ 모시기 전쟁, 이색 마케팅 늘린다
⑤ 금융사 혜택 따라 움직이는 MZ, 뭐가 더 이득일까 꼼꼼히 따진다
⑥ MZ세대는 어떤 MTS를 즐겨 쓸까, 차별화 포인트는 편의성 직관성
⑦ [체험기] 앱테크 5개 일주일 돌려봤다, 얼마나 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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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키가 2020년 5월 벤앤제리스와 협업해 출시한 ‘나이키 SB 덩크 로우 벤앤제리스 청키덩키’(사진)는 첫 출시 가격은 12만9천 원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45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솔드아웃> |
[비즈니스포스트] ‘나이키 SB 덩크 로우 벤앤제리스 청키덩키.’
전 세계 독보적인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나이키가 2020년 5월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와 협업해 선보인 한정판 운동화의 이름이다.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 포장에서 영감을 얻어 운동화를 푸른 하늘과 초록빛 초원, 젖소가 떠오르게끔 장식했고 아이스크림처럼 흘러내리는 나이키 로고를 더했다.
24일 무신사의 자회사 에스엘디티에서 운영하는 한정판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에서 나이키 SB 덩크 로우 벤앤제리스 청키덩키는 현재 145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운동화의 첫 출시 가격은 12만9천 원이었지만 상품을 구입한 뒤 더 많은 돈을 주고 되파는 방식인 ‘리셀테크’를 거치면서 시세가 치솟은 것이다.
솔드아웃의 조사에 따르면 해당 운동화는 올해 상반기 최대 가격 상승률을 보인 상품이기도 하다. 한때 처음 가격에서 13배 이상 뛴 177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제품 자체가 수량이 많지도 않고 디자인도 독특해서 희소성 측면에서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한정판 운동화나 의류가 비싼 값에 다시 팔려나가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재태크 수단으로 주목을 받자 MZ세대가 너도나도 리셀테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서 한정판 거래 플랫폼으로 유명한 솔드아웃과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에서 운영하는 크림의 이용자 연령대를 살펴보면 리셀테크에 MZ세대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내부에서 봤을 때 10~30대 비율이 90% 안팎이다”며 “소비력을 갖춘 30대 초중반이 가장 많은 편이다”고 말했다.
유튜브를 조금만 검색해 보아도 리셀테크 열풍을 엿볼 수 있다.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나이키 리셀 방법’이라는 리셀테크 가이드나 한 대학생이 나이키 브랜드 리셀테크로 큰 수익을 올렸다는 성공담을 접할 수 있다.
리셀테크는 신발과 의류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공연이나 경기 티켓, 장난감, 스타벅스 기획상품(MD), 우표 등등 희소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여겨지는 상품은 모두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LG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하자 우승 소식을 전한 14일자 스포츠신문은 리셀테크의 대상이 돼 당근마켓에서 1부당 최고 4만 원대까지 매물로 올라오고 있다.
MZ세대가 리셀테크에 쉽게 빠지는 것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른 재테크 수단들 보다 적은 비용과 노력에도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렇다고 리셀테크에 위험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품 판매회사가 절판한 제품을 다시 출시하거나 상품의 공급 물량을 늘릴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는 사례도 종종 있다.
레고에서 2008년 발매한 타지마할은 제품이 단종되자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 400만 원에 거래되면서 레테크(레고 테크)의 상징이 됐다.
▲ 한때 레테크의 상징이던 레고사의 2008년 제품 타지마할(왼쪽)은 2017년 같은 상품(오른쪽)이 다시 판매되기 시작하자 가격 프리미엄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레고> |
하지만 레고에서 2017년 타지마할을 다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가격 프리미엄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첩은 1만 부밖에 판매되지 않은 희소성 때문에 당시 판매가는 2만 원에 불과 했으나 지금은 3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첩도 처음에는 2만 부만 판매됐으나 우정사업본부에서 우표첩 구매를 원하는 민원이 쇄도하자 추가접수를 받았다.
이에 우표첩은 모두 26만 부가 추가로 발행됐고 물량이 시중에 크게 풀리면서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첩과 같은 가격 상승률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상품의 인기가 시들해지거나 리셀테크를 하는 사람들끼리 경쟁이 붙어 가격이 떨어지는 사례도 있다.
최근 나이키 바람막이 의류를 대량으로 블랙프라이데이 때 구매했던 사람들이 한정판 거래 플랫폼에 프리미엄을 붙여 제품을 판매하다 자기들끼리 경쟁이 생기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