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손해보험이 올해 들어 좋은 실적을 이어가면서 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도 매각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보험회사들이 새 주인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JKL파트너스도 제값을 받기 위해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 롯데손해보험 대주주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의 호실적에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
20일 JKL파트너스에 따르면 최근 롯데손해보험의 매각 주관사로 JP모건을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도 공시를 통해 JKL파트너스에 확인한 결과 매각 관련 구체적 일정이나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JKL파트너스가 2019년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한 이후 5년 만에 매각에 나선 것은 롯데손해보험이 보험업계의 잠재적 매물 가운데 매력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손해보험은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 1050억 원을 내며 창사 이래 개별 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냈다.
3분기에는 누적 기준으로 영업이익 3499억 원, 순이익 2629억 원을 내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로 전환됐다.
게다가 보험회사의 장래 이익을 가늠해볼 수 있는 보험계약마진(CSM)은 올해 초 1조6774억 원에서 31.7% 늘어나 9월 말 기준 2조2086억 원까지 확대됐다.
롯데손해보험은 3분기 실적을 설명하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특성상 CSM이 추가로 성장하는 것은 향후에도 보험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며 “내재가치 중심 경영을 통한 신계약 CSM 확보와 손해율 개선의 성과가 새로운 회계제도 아래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 롯데손해보험 대주주 JKL파트너스가 얼어붙은 인수합병시장의 분위기 등을 고려해 롯데손해보험의 매각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롯데손해보험의 호실적에도 JKL파트너스가 매각전을 당장 서두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보험회사들의 결과가 좋지 못해 롯데손해보험 매각전이 흥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의 인수를 포기하고 MG손해보험은 두 차례 매각 시도에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에서는 2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롯데손해보험의 높은 가격도 매각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예상 매각가 2조7천억 원~3조 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높은 수준이다”며 “주요 손보사 밸류에이션 평균과 경영권 프리미엄 약 50~85% 가정을 적용해보면 대략적 가격은 약 1조2천억 원에서 2조 원 수준 정도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높은 매각 예상가를 고려하면 롯데손해보험의 인수자로 자금 여력이 있는 금융지주회사들이 가장 유력해보이지만 금융지주사들도 보험회사보다 증권회사나 저축은행을 인수 우선순위에 올려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JKL파트너스는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롯데손해보험의 매각을 내년에나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JKL파트너스가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한 것을 두고 롯데손해보험의 새 주인을 해외에서도 찾으려는 의도로 풀이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가격에 롯데손해보험을 팔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해외까지 시야를 넓히려 한다는 것이다.
2008년 JP모건이 금호생명(현재 KDB생명)의 매각 주관사를 맡았을 때 알리안츠와 메트라이프, 푸르덴셜, ING 등 해외 보험사들이 인수 대상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JKL파트너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공시를 통해 밝힌 내용 이외 따로 답변할 내용은 없다”며 “공시를 참고해 달라”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