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09-25 11: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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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 연구환경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토론회 참석자들이 9월2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연구 개발 예산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이를 삭감했는데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예산만 줄이면 어떤 일이 발생하겠나? 문제는 그대로 있고 문제가 증폭되기만 할 뿐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정책에 우려 섞인 의견을 밝히자 관객석에서 “옳습니다”며 호응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 의원은 정부가 성공률이 낮은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관리감독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과학기술 연구환경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 정책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지적한 대로 정부의 과학기술 예산을 과학계가 사용하는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는데 동의하며 과학계의 책임을 인정했다.
안 의원은 “성공률이 99%에 이르는 연구 과제를 보면 연구개발비 사용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성공할 수 있는 과제만 신청한 것으로 신산업으로 연결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도 기초과학자 출신”이라며 “30년 전 기초과학을 하던 시절의 제도가 지금도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 의원은 연구개발 예산 문제의 핵심은 정부의 연구개발 관리 과정에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정부에서 예산을 책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예산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연구개발 예산 사용을 감독했던 정부의 방식을 고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PBS로 인해 정부의 연구개발이 기업의 연구개발과 별 차이가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9월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 연구환경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연구과제중심제도(PBS)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 과제를 수주해 연구비와 연구원 인건비를 충당하는 제도다.
그는 “정부의 연구개발은 성공확률이 낮더라도 세계 최초가 되는 것, 인류에게 정말로 필요한 일들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전하는 것이 돼야 한다”며 “단기간에 효과를 보는 것, 성공확률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지금의 정부 주도 연구개발을 저는 정부의 연구개발이라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안 의원은 이번 토론회를 과학기술 연구 환경을 개선하고 혁신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토론회에 이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토론 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노환진 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 권성훈 국회입법조사관, 문성모 한국재료연구원(KIMS) 책임연구원이 발제를 맡았다.
노 전 교수는 과학기술 연구 환경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이 이념논쟁, 사회적 불신, 양극화, 부처이기주의, 지역이기주의, 카르텔, 파벌 때문에 구조적·행정적 문제가 일어나는 점을 비판했다.
또한 해결책으로 관련 법령 마련, 대학 및 출연(연) 등 연구기관의 자율성을 위한 5대 요건 등을 제시했다. 5대 요건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연구자 정년 보장을 통한 주인의식 함양 △묶음 예산 방식으로 예산 지급 △연구소에 자율결정권 부여 △기관 내부규범 제정 △정책연구부서 강화 등이다.
권 입법조사관은 과학기술 육성과 보호를 위한 주요 쟁점과 법령 개선 방향을 소개했다. 문 책임연구원은 연구원의 입장에서 연구 성과 제고를 위해 연구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발표했다.
이어진 2부에선 남승훈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 부회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이영훈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감사위원, 이영완 조선비즈 과학전문기자, 한영하 밀리웨이브 대표, 이동현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장, 한정현 카이스트 학부 부총학생회장 등 산·학·연이 모두 참가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