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4차산업혁명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삼성물산, GS건설, SK에코플랜트, 한화 건설부문 등 대형 건설사들은 데이터센터 시공을 넘어 투자, 운영까지 발을 뻗었다. 모듈러 데이터센터, 친환경 데이터센터 등 관련 기술과 솔루션까지 더해 사업 확대에 힘을 싣는다.
▲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4차산업혁명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삼성물산이 경기도 하남에 건설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이 개발하는 '하남 인터넷데이터센터' 조감도. <삼성물산>
24일 건설업계 안팎에 따르면 최근 챗GPT 등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가속화로 국내외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컴퓨터 서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필수시설로 데이터 처리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 따라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구축사업이 활발해지면서 건설사들은 사업의 본격적 확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삼성물산, GS건설, 현대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2000년대 후반 금융권 등의 서버증설 시공참여를 시작으로 데이터센터사업에 발을 들였다.
다만 그동안은 디지털전환 시장의 성장과 비교해 아직 데이터센터 건설 등 발주물량이 예상보다 많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비대면 경제사회 정착과 인공지능, 메타버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첨단 IT서비스산업 성장으로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통신사 등 IT기업 외 자산운용사와 부동산개발기업, 리츠 등도 데이터센터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시장 규모는 2021년 약 5조 원에서 2025년 8조 원까지 커져 한 해 평균 15.9%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8월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구축 추진 등 내용을 담은 신사업 투자촉진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의 데이터센터 사업 행보도 바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전라남도 등과 전남 해남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해남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 사업은 국내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 집적화단지 조성 프로젝트다. 사업비 규모가 약 10조 원에 이른다. 삼성물산은 이번 프로젝트에 민간 투자기업으로 참여해 데이터센터 시공과 수요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협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건설업계에서 데이터센터시장 선두주자 가운데 하나다.
삼성물산은 삼성SDS의 상암과 춘천데이터센터 등 그룹 계열사 데이터센터부터 우리은행 상암데이터센터 등을 수주하며 실적을 쌓아왔다. 최근에는 이지스자산운용이 개발하는 1700억 원 규모 하남데이터센터 시공을 맡아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초 신사업부문에서 모듈러, 건설로보틱스와 더불어 데이터센터 전기설계, 데이터센터 구축·운영부문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하면서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앞서 2021년 주주총회에서도 데이터센터사업을 모듈러, 신재생에너지사업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사업으로 꼽았다.
GS건설은 데이터센터 단순시공에 그치지 않고 운영사업까지 발빠르게 영역을 넓혔다. GS건설은 하나금융그룹, 대구은행, 네이버 등 국내 금융권과 IT기업의 굵직한 데이터센터를 시공하며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GS건설은 그 뒤 2020년 9월 안양 데이터센터사업을 통해 개발·운영사업에 발을 들였고 2021년 5월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자회사 디씨브릿지를 설립했다. 디씨브릿지는 데이터센터 운영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GS건설이 지분 100%를 들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말 디씨브릿지 데이터센터 설비운영 관리자 채용을 통해 인력충원도 진행했다.
SK에코플랜트도 데이터센터 시공을 넘어 개발, 운영사업에 나서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싱가포르기업 디지털엣지와 손잡고 인천 부평 데이터센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직접 부지 매입부터 설계와 시공까지 담당하는 데이터센터 디벨로퍼로 영역을 확장했다.
SK에코플랜트는 앞서 2020년 데이터센터사업 관련 전담조직 스마트데이터센터팀을 신설하면서 데이터센터를 새로운 먹거리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스마트데이터센터는 현재 캠퍼스, 모듈러타입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센터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넷제로, 분산에너지 활성화 등 환경변화에 발맞춰 지속가능한 사업모델 구축하고 연료전지 등을 적극 활용해 탄소배출을 줄인 그린데이터센터 사업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 한화 건설부문이 지은 '한화시스템 정보통신기술(ICT)부문 죽전 데이터센터(우측 아래)와 신한금융그룹 데이터센터(왼쪽 위). <한화 건설부문>
한화 건설부문도 데이터센터사업의 성장성을 높이 보고 사업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2007년부터 KT 강남 IDC, 한화시스템 ICT부문 죽전 데이터센터, 신한금융그룹 데이터센터, NICE그룹 IT센터, NH 통합 IT센터, MG새마을금고 IT센터 등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등 다양한 데이터센터 시공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동탄 삼성SDS 데이터센터 사업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을 이기고 사업을 따냈고 현재 안산 카카오 데이터센터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최근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 리모델링공사 등도 추진하면서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 등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정부통합전산센터, NH통합 IT센터, 부산 글로벌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데이터센터 시공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 망중립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이밖에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ICT 데이터센터 등을 시공했고 캐피탈랜드 고양 데이터센터, Kati 충주 데이터센터 등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사업목적에 데이터센터사업을 포함하고 NHN 김해데이터센터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시장은 지속적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비주거건축분야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예상보다 데이터센터 투자시장 등이 활성화되지 못했는데 앞으로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