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사진)이 환경보호에 힘을 보태는 유리파우더 등 친환경 기능성 소재 사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에서 가전사업을 책임지는
류재철 H&A사업본부장 사장이 친환경 기능성 유리 파우더 소재 사업을 키워 '1석 3조'를 노린다.
친환경 기능성 유리 파우더 소재사업은 기존 가전사업의 경쟁력을 높일 뿐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의지를 보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LG전자에 따르면 류 사장은 H&A(가전)사업본부 안에 별도 조직을 두고 항균과 수용성 기능을 가진 유리 파우더 사업을 올해부터 새 성장동력으로 키워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항균 유리 파우더는 플라스틱, 섬유, 페인트, 코팅제 등 다양한 소재를 만들 때 첨가하면 항균과 항곰팡이 성질을 갖출 수 있어 가전제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점차 그 쓰임새가 넓어지며 사업성이 커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에 항균 유리 파우더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오븐에 유리파우더 코팅을 접목해 내부세척을 간편하게 함으로써 소비자가 합성세제를 적게 사용하고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을 북미에서 출시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항균 유리 파우더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은 LG전자를 포함해 손에 꼽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내부 분석에 따르면 향균성 유리파우더 시장은 올해 24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1996년 유리 파우더 관련 연구를 시작해 현재까지 관련 특허 219건 가량을 출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남 창원 스마트파크에는 연간 4500톤 규모의 생산설비도 갖추고 있다.
류 사장은 LG전자가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으로 기능성 유리 파우더 소재 사업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지난해 정관 변경을 통해 ‘기능성 소재 제작 및 판매업’을 추가한 뒤 올해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류 사장은 최근 기능성 소재 사업을 고도화하겠다는 뜻을 알리면서 “앞선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존 유리 소재가 가진 고유한 한계를 뛰어넘어 활용 영역을 지속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기능성 소재 사업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끌며 ESG 경영을 가속화하는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항균 유리 파우더에 쓰이는 유리 소재 성분을 정밀하게 방출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수용성 유리 파우더도 개발했다.
수용성 유리소재는 물에 녹으면 무기질 이온상태로 변하는데 적조현상이 발생할 때 바다에 살포하는 황토의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세조류와 해조류의 성장을 도와 해양 생태계를 복원하는데 활용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적조현상이 심화될 경우 다른 해양 생물 죽일 수 있고 이에 따라 죽은 생물 내에 유기탄소가 세균에 의해 이산화탄소로 변하게 돼 기후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류 사장이 추진하는 기능성 유리소재 사업이 탄소 저감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셈이다.
이런 LG전자 H&A사업본부의 기능성 유리 파우더 소재 사업의 드라이브는 LG그룹의 친환경 계획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올해 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그룹차원의 탄소중립(순 탄소배출량이 0인 상태) 추진계획을 공개하면서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를 갖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류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유리 파우더 사업은 LG그룹의 탄소중립 4대 전략 가운데 ‘탄소를 직접 흡수·제거할 수 있는 중장기적 상쇄사업 발굴’과도 관련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도 LG전자는 가전 기술을 고도화해 세탁 과정에서 옷감의 마찰로 생기는 미세플라스틱을 최대 70% 감소시킬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 케어코스도 추가하면서 환경보호에 신경 쓰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35%가량이 세탁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같은 류 사장의 친환경 경영 행보에는
구광모 회장의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지주사 LG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클린테크, 인공지능, 바이오 등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10년, 15년 뒤를 대비한 미래 기반 확보에 더욱 힘을 쓸 것이다”며 “LG만의 ESG 경영방침과 탄소중립 로드맵을 순조롭게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