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 ETF(상장지수펀드)시장에서 자산운용 규모를 꾸준히 확대하며 삼성자산운용이 그동안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최강자 자리를 강하게 위협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재
최창훈 부회장과 이병성 부사장의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국내 ETF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의 아성을 무너뜨린다면 그룹 내 이들의 위상 역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미래에셋자산운용 최창훈 각자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병성 각자대표이사 부사장이 ETF시장 1위를 바라보고 있다. |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ETF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8일 기준 각각 37조6천억 원과 33조7천억 원 규모의 순자산총액(AUM)을 운용하고 있다. 두 회사의 순자산총액 차이는 3조9천억 원에 그친다.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체 시장보다 빠르게 성장하며 삼성자산운용과 순자산총액 차이를 2021년 말 5조 원대에서 3조 원대로 좁혔다.
이후 올해 들어 전체 시장이 지난해보다 더욱 빠르게 커지는 과정에서도 기존의 차이를 그대로 유지하며 삼성자산운용의 뒤를 바짝 쫓는 셈이다.
국내 ETF시장은 올해 들어 지난해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ETF시장 총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78조5천억 원에서 8일 기준 89조5천억 원으로 약 두 달 사이 14% 성장했다. 지난해 전체 성장률 6%보다 훨씬 빠르다.
시장 점유율 1위와 2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각 자산 규모를 14%씩 키우며 시장을 이끌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 ETF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다면
최창훈 이병성 대표의 그룹 내 입지 역시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ETF시장을 양분하는 양대 산맥으로 평가되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을 앞선 적은 한 번도 없다.
ETF시장은 차별화한 상품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중요한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동안 후발주자로서 핸디캡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이 2002년 KODEX200으로 국내 ETF시장을 열고나서 4년 뒤인 2006년 국내에서 첫 ETF상품을 상장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ETF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시장, 특정 섹터를 겨냥한 테마상품 등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고 자연스럽게 삼성자산운용과 차이도 좁혔다.
약 2년 전인 2020년 말만해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은 각각 52%와 25%로 2배 넘게 차이 났지만 지금 차이는 42%대 38%로 약 4%포인트에 그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재
최창훈 부회장이 운용부문을 총괄하고 이병성 부사장이 마케팅 및 관리부문을 담당하는 각자대표체제로 ETF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1년 말부터
최창훈 이병성 각자대표체제를 가동했는데 최 대표와 이 대표는 2022년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1년 말과 비교해 현재 순자산총액 규모가 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ETF시장 성장률 21%, 삼성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 증가률 20%를 훌쩍 뛰어 넘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체적으로도 국내 1위 가능성을 낮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이병성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장기투자에 적합한 상품 중심으로 ETF 상품을 구성하고 있다”며 “올해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금리가 잡혀 장이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충분히 점유율 1위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와 이 대표는 올해도 국내 ETF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별화한 상품을 다수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신규 ETF 2종을 상장했다. 올해 들어 신규 ETF를 2종 이상 출시한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두 곳 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TIGER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와 ‘TIGER종합채권(AA-이상)액티브’ 등 2개 상품을 내놨는데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는 국내 첫 스트립채권형 ETF이기도 하다.
스트립채권은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분리한 채권으로 TIGER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는 이중 스트립원금 채권에 투자한다. 이를 통해 듀레이션을 늘리고 변동성이 커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에도 국내 시장에 21개 상품을 상장했다. 지난해 신규 ETF를 20개 넘게 출시한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23개 상품을 상장한 삼성자산운용 등 둘 뿐이다.
ETF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존 상품의 효율적 운용 만큼 시장의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차별화한 신규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점유율을 크게 늘린 데도 신상품 덕을 톡톡히 봤다.
특히 2020년 하반기 출시한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은 고금리시대 파킹통장 역할을 하는 ETF로 알려지며 순자산총액이 2020년 말 2459억 원에서 2021년 말 3조4천억 원으로 1년 사이 13배 넘게 커졌다.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는 지난해 국내 ETF시장 순자산총액 2위까지 올랐는데 올해 들어서도 계속 성장세를 이어가며 부동의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의 9일 기준 순자산총액은 4조7830억 원으로 KODEX200과 차이는 1조2천억 원에 그친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