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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 논란의 쟁점은? 아이디어와 영업비밀 도용 여부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1-20 15: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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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기술도용' 논란과 관련해 롯데헬스케어와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알고케어가 롯데헬스케어에 기술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며 촉발된 이 논란의 쟁점은 롯데그룹이 알고케어의 아이디어와 영업비밀을 침해했는지 여부로 좁혀진다.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 논란의 쟁점은? 아이디어와 영업비밀 도용 여부
▲ 롯데헬스케어와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가 '기술 도용' 논란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진은 미국에서 열린 CES 2023에 마련됐던 롯데헬스케어 부스.

20일 롯데그룹과 알고케어의 입장을 모두 들어보면 알고케어는 롯데그룹 측이 사업 협력을 제안하면서 얻게 된 아이디어와 영업비밀을 이용해 새 사업에 나섰다고 보고 있지만 롯데그룹은 이런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우선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롯데그룹이 투자와 사업 협력을 제안한 뒤부터 여태껏 벌어진 상황들을 종합해 봤을 때 롯데그룹의 사업 아이디어 도용이 명백하다고 주장한다.

정 대표가 롯데그룹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보면 2021년 9월8일 우웅조 당시 롯데지주 신성장3팀장 상무는 롯데벤처스 관계자와 함께 알고케어를 찾아와 공동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우 상무는 "절대 따라할 생각이 없으니 걱정말고 그냥 이야기하셔도 된다"고 했고 이 말을 들은 정 대표는 첫 만남에서 알고케어가 구상하는 사업을 간단하게 소개했다.

이후 우 상무는 알고케어에 메일을 보내 "이번에 허락하시면 저희가 방문해 시제품을 구경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이에 정 대표는 9월29일 우 상무를 만나 시제품을 보여줬다.

투자를 전제로 한 만남이다보니 알고케어가 개발하고 있던 기기의 형태와 작동 원리, 기술의 차별성과 독창성 등을 상세히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알고케어 정 대표는 이후 2021년 10월에 우 상무와 한 번 더 만났다. 당시 우 상무는 알고케어에 특허와 관련한 비용도 지불할 의사가 있으니 롯데헬스케어에서 자체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뜻도 보였다.

그러면서 알고케어가 가지고 있는 사업적 노하우도 많이 물었다.

우 상무는 "저희는 알고케어의 독자적 생존 방향이나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인터피어(방해)하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다"며 "우리가 지금 와서 리빌딩하고 카피(복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밖에서 보기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저희 사업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게 알고케어는 롯데그룹과 3차례 만나면서 최소 3시간 이상 사업 아이디어와 각종 규제 대응 방안 등을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업 협력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후 롯데헬스케어가 세계 최대 전자·TI 전시회 'CES 2023'에 내놓은 개인 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 '필키'를 보니 알고케어가 그동안 3년 넘게 개발해온 영양제 디스펜서의 기술을 그대로 베꼈다는 것이 알고케어의 주장이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이런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있다.

알고케어를 찾아가 투자와 협력 논의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이 과정에서 알고케어의 사업과 관련해 설명을 들은 것 또한 사실이라고 한다.

하지만 결코 이 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롯데헬스케어는 18일 낸 설명자료에서 필키가 알고케어의 디스펜서를 모방했다는 의구심과 관련해 "사실과 다르다"며 "롯데헬스케어는 신사업 검토 시점부터 이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20일 낸 설명자료에서도 "개인맞춤형 기반 헬스케어는 롯데지주 신성장3팀이 구성되기 전부터 구상된 전략 방향으로 2021년 8월 세부적인 사업 추진 방안이 수립됐고 국내에 유사한 사업을 추진 중인 알고케어를 2021년 9월에 인지해 이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가 개발한 제품이 독창적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개인 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는) 알고케어가 처음으로 CES에 참가했던 2021년 이전부터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화한 모델이다"며 "개인 맞춤형으로 건강기능식품(영양제 등)을 추천하고 '필 디스펜서'를 활용해 섭취하도록 하는 모델은 소위 정수기처럼 일반적인 개념이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롯데헬스케어가 개발한 제품은 사업 초기부터 여러 회사의 제품을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오픈형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특정 알약 제형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알고케어 제품과 차별화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알고케어는 다시 롯데그룹의 주장을 반박했다.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가 본질을 호도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씀드린다"며 "롯데헬스케어가 탈취한 알고케어의 아이디어와 영업비밀은 영양제 카트리지를 결합한 개인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의 기능 및 구조에 관한 정보, 개인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 및 영양제 카트리지 관련 현행 규제 및 규제 우회 방안에 관한 정보, 디스펜서 공급 영양제 제재에 대한 보관 및 공급 방법에 관한 정보다"고 밝혔다.

미리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는 롯데그룹의 주장도 믿을 수 없다고 알고케어는 말한다.

알고케어에 따르면 우웅조 상무는 알고케어와 처음 미팅하면서 "사실 제가 롯데그룹 헬스케어 사업을 해보라고 영입된 사람인데 아직까지 그림을 하나도 그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알고케어의 사업을 설명하고 제품을 보여주자 우 상무는 "이제 그림이 그려진다"고까지 얘기했다는 것이 알고케어의 주장이다.

현재로서는 두 회사의 입장이 정반대인 상황이라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재 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적 소송이 불가피해 보인다.

법적 절차를 밟게 되면 롯데헬스케어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핵심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1호의 차항은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하여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하여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 사용하게 하는 행위'을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 제2조 2항은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과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롯데그룹이 2021년 9~10월에 알고케어와 IR(기업소개) 미팅, 시제품 시연 미팅 등 모두 3차례 만나면서 얻은 아이디어와 영업비밀을 부정하게 사용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관계 조사에 나선 중소벤처기업부는 현재 상황만으로 판단했을 때 알고케어가 롯데그룹 측에 아이디어와 영업비밀을 도용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현장 조사를 나갔을 때 알고케어가 정리한 자료와 녹취록을 토대로 판단한 바로는 알고케어가 피해를 봤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생각했다"며 "현장에 함께 나갔던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소속 변호사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롯데그룹 측의 해명을 듣지 않은 상황이라 결과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알고케어가 가지고 있는 자료가 워낙 많다는 점에서 아이디어 및 영업비밀 도용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관계자의 입장도 비슷하다.

한 변리사는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서는 무엇을 영업비밀로 볼 것인지 법원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어 롯데그룹이 알고케어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하지만 롯데그룹이 알고케어와 접촉해 여러 정보를 얻은 것은 녹취록상 사실로 보이기 때문에 이를 굳이 확대 해석하지 않아도 아이디어 도용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 역시 "부정경쟁방지법만 보면 답이 얼추 나와있다고 보면 된다"며 "아이디어와 영업비밀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놓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각 법조인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의) 이번 사건은 부정경쟁방지법상 롯데가 잘못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과거만 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에는 명시적으로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조항이 없었다.

하지만 2018년 7월 시행된 부정경쟁방지법에 아이디어 보호에 관한 규정이 들어가면서 굳이 특허를 내지 않은 단순한 아이디어라도 침해 여부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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