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16일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전체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신화통신> |
[비즈니스포스트] 시진핑 중국 주석이 연임을 앞두고 열린 공산당 대회에서 기술 자주권 확보를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와 사회주의 경제체제 확립 등 다음 임기에 추진할 주요 정책을 강조했다.
반도체와 전기차 등 주요 산업에서 미국 정부의 규제에 정면으로 맞서 기술 우위를 갖춰내고 정부 주도의 지원을 강화해 해외 국가에 의존을 낮추겠다는 목표가 반영됐다.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는 17일 “시진핑 주석이 중국에 완전한 ‘현대적 사회주의 국가’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이는 공산당의 핵심 과제로 자리잡게 됐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앞으로 5년 동안의 국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20차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연설을 맡아 중국이 앞으로 발전해 나가는 데 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2일까지 진행되는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시 주석은 연임을 확정짓고 3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번 회의는 사실상 다음 임기에 추진할 주요 국가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다.
시 주석은 중국 정부 차원의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대만 및 홍콩 지배력 강화, 인구감소 문제 해결 등 주요 사안을 두고 강경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태도를 앞세웠다.
경제 및 국제외교 분야에서는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를 더욱 발전시켜 더욱 효율적 경제 발전이 이뤄지도록 하고 기술 자주권 강화, 보호무역주의 해체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첨단 과학기술 발전으로 핵심 산업 경쟁에서 승리하고 혁신을 이뤄낼 수 있도록 더욱 속도를 내겠다”며 “전 세계 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더욱 키우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주요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겨냥한 규제를 강화하며 전 세계 공급망과 중국을 단절시키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 주석은 중국 정부가 외교 및 교역과 관련해 차별적 보호주의는 물론 ‘괴롭힘’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말하며 이에 맞서 다른 국가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이 괴롭힘에 불과하다고 정의하는 동시에 미국이 주요 동맹국과 첨단 산업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을 뒤따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시 주석은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이런 계획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해 나갈 지는 밝히지 않았다. 자세한 내용은 22일까지 진행되는 당 대회에서 추가로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의 연설 내용이 중국의 미래를 위한 큰 승부수에 해당한다고 분석하며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서 기술 독립을 강조한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 중국이 서방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기술 분야를 대상으로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는 데 자신감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관영매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국의 제재는 자국 기술기업을 향한 정부 지원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적이 있다.
시 주석이 공산당 전체회의에서 이를 언급하며 사실상 공산당 전체에 ‘지령’을 내린 만큼 앞으로 정부와 당국 차원에서 이런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시진핑 3기 체제에서 본격적으로 중국의 첨단 기술 자급체제 구축이 추진되는 점은 전 세계 주요 산업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잠재력이 있다.
시 주석은 이미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산업 초기부터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활발한 육성 정책을 통해 중국이 세계 친환경차시장에서 확실한 1위 국가로 자리잡도록 하는 성과를 냈다.
그 결과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산업은 테슬라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해외 경쟁사들이 진입해 자리를 잡기 쉽지 않은 ‘난공불락’의 시장으로 자리잡게 됐다.
앞으로는 중국 정부가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반도체 및 핵심 장비, 소재 등 분야에서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게 될 수 있다.
시진핑 3기 체제에서 목표한 대로 중국이 완전한 반도체 공급망 자급화에 성과를 낸다면 해외 반도체기업 및 관련 업체들이 중국에서 힘을 쓰기 어려워질 수 있는 셈이다.
이는 미국 정부 규제로 중국시장을 완전히 놓칠 위기에 처한 미국 반도체기업 및 장비기업은 물론 중국에 반도체 수출과 생산을 모두 크게 의존하는 한국에 악재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을 반도체 주요 고객사들이 위치한 최대 시장이자 대규모 반도체공장을 운영하는 주요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자국 반도체기업을 육성해 해외 반도체 수입에 의존을 낮추고 해외로 반도체를 수출하는 데도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면 한국 반도체기업이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 국가체제 특성상 정부와 공산당의 정책이 신속하게 수립돼 시행되고 현지 기업들도 이에 적극 화답하는 만큼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매우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시진핑 3기 체제에서 이뤄질 중국의 변화에 한국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규제를 계기로 중국 정부가 경쟁력을 키우는 분야는 반도체를 넘어 스마트폰과 전기차, 슈퍼컴퓨터, 우주항공 영역까지 넓어질 수 있다”며 “시 주석은 중국이 이런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