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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
‘롯데의 정도전’ ‘국내 최장수 전문경영인’ ‘신격호의 복심’ ‘롯데의 이학수’ ‘롯데의 2인자’.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을 따라다닌 수식어다. 이 부회장은 20년 넘게 승승장구하며 롯데그룹 성장사를 함께 써온 인물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도 정책본부실장을 맡아 롯데사업의 ‘총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하면서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
14일 검찰과 재계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의혹과 관련해 롯데그룹 정책본부 핵심인사들에 대한 줄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책본부가 롯데그룹 컨트롤타워라는 점에 주목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책본부 실세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이는 이인원(69) 부회장이다.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이 부회장이 정책본부 수장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만큼 검찰의 칼끝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외국어대 일본어과를 졸업한 뒤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롯데쇼핑 등 핵심 계열사 요직을 두루 거쳤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건재하던 시절 눈에 들어 40세에 이미 임원 자리를 꿰찼고 고속승진했다.
검찰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개인비리도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입’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검찰이 변죽만 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재계 5위 순위인 롯데그룹 오너를 실제 사법처리까지 하려면 압수수색을 통한 방대한 관련 증거 수집만으로 부족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임원진의 증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최대 관건은 이 부회장이 과연 오너일가의 비리에 입을 뗄 것인가다. 이 부회장은 그룹의 실세 그룹으로 일컬어지는 황각규 사장이나 소진세 사장, 노병용 대외협력단장 등과 무게가 다르다.
오너일가를 제외하고 부회장까지 오른 최고위층이란 점, 신격호-신동빈으로 이어지는 2대에 걸쳐 실세로 군림해왔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 시절부터 ‘복심’으로까지 불리며 실세 중의 실세로 꼽혀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을 거친 뒤에도 신동빈 회장 지지파로 남아 재신임을 얻었다.
검찰수사가 신동빈 회장은 물론이고 신격호 총괄회장을 포함할 경우 대를 이어 신임을 얻은 이 부회장도 혐의를 벗기 어려운 상황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 이 부회장이 오너경영인을 대신해 이른바 ‘독박’을 쓸 가능성도 거론된다. 과거 재벌그룹 비리 수사가 ‘꼬리 자르기’에 그친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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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학수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부회장. |
이 부회장은 재계 ‘2인자’ 경영인을 언급할 때마다 빠짐없이 이름을 올려왔다.
그는 특히 과거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 시절 오랫동안 2인자로 군림해 온 이학수 전 부회장과 자주 비교대상이 됐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정책본부처럼 그룹의 전략기획 전반을 관할하는 삼성미래전략실장을 지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2008년 삼성그룹이 비자금 조성으로 특검을 받았던 당시 4차례나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또 그 과정에서 김인주 전 삼성선물 사장과 함께 모든 책임을 스스로 떠안아 이건희 회장 등 총수일가가 사법처리를 면하도록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결국 2009년 징역2년6개월과 집행유예 5년의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듬해 광복절 사면을 받았다.
이인원 부회장이 ‘제2의 이학수’가 되는 선에서 검찰수사가 마무리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자료 분석과 관계자 소환조사를 마친 뒤 이인원 부회장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인원 부회장은 현재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상태다.
이인원 부회장이 검찰 소환 위기를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수사과정에서 당시 롯데쇼핑 부회장으로 있던 이인원 부회장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결국 신헌 전 롯데홈쇼핑 대표가 형사처벌을 받는 선에서 종결됐다.
하지만 롯데그룹에 대한 이번 검찰 수사는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사건 때나 삼성그룹 특검 당시와 규모나 강도, 상황 측면에서 차원이 다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사정의지를 놓고 볼 때 과거 일부 계열사 비리수사 수준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비자금 조성뿐 아니라 정관계 로비의혹으로 이미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롯데그룹 핵심인사들이 어느 정도까지 혐의를 인정할지 논의가 한창일 것”이라며 “창사 이래 최대위기를 맞은 롯데그룹에서 가신들의 충성심도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