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21년 7월23일 중국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 GEM의 후베이성 우한 지사를 시찰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당국이 전기차 폐배터리 급증에 대응해 배터리 및 소재를 재활용하는 신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이 배터리 재활용 인프라를 완벽하게 구축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에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고 공정한 시장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다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 중국 전기차 폐배터리 급증, 재활용 산업 구축 시급해져
10일 동아전해증권의 '전력에너지 및 친환경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생태환경부는 최근 ‘산업 영역 탄소중립 실시 방안’을 발표하면서 순환경제를 대대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과 자원 재생, 순환이용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친환경차 폐배터리의 회수와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 명확히 강조됐다.
철강, 구리, 알루미늄, 아연, 구리, 니켈, 코발트, 리튬, 텅스텐 등 원자재의 고효율 재활용을 촉진하고 생산자 책임제를 확대 추진한다는 계획도 담겨 있다.
동아전해증권은 “폐배터리 재활용 시스템이 안정될수록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전체 산업의 성장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올해 2월에도 공업정보화부는 8대 관련부처와 ‘산업자원 종합 이용 가속화 관련 실시 방안’을 발표하면서 폐배터리의 회수와 재활용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명확히 강조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전기차 산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인 만큼 폐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동아전해증권은 정부의 지원이 꾸준히 이뤄진다면 배터리 종류가 다양해 회수 및 분해 작업이 어려운 단점과 관련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 폐배터리 회수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등 문제점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당국은 2018년부터 ‘친환경차 폐배터리 종합 이용 산업의 규범 조건 기업 명단’ 기업 신청서를 받아 심사했고 이를 통과한 업체만이 정식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로 구분돼 화이트리스트 기업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4만 곳이 넘는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가운데 화이트리스트 기업은 47곳에 그치며 배터리 회수 기준 등이 표준화돼 있지 않고 유통 과정이 불명확하다는 등 문제가 있다.
중국 전기차 생산량은 2015년 기준 40만1300대로 전년 대비 291% 늘어난 뒤 해마다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방재부망에 따르면 올해 초 완강 중국과학기술협회 주석은 “최근 10년 동안 전 세계 친환경차 보급량이 1800만 대를 넘었고 여기서 중국이 900만 대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2015년부터 급증했기 때문에 배터리 수명이 보통 4년에서 6년인 것을 고려한다면 현재 이미 대규모 폐배터리가 시중에 나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중국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2025년 기준으로 친환경차 판매량이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2021년 11월에 이미 비중이 17.8%를 기록해 2025년에는 35%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동아전해증권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1075억3천만 위안(20조8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 한국 유일 폐배터리 재활용 일괄 공정 보유 회사 성일하이텍의 헝가리 공장. <성일하이텍> |
◆ 폐배터리 산업 발전에 갈 길 멀어, 중국 당국의 과제는
중국 6대 국유 자동차 업체 가운데 한 곳인 베이징자동차의 쉬허이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열린 ‘2021 중국 자동차 청서 포럼’에서 “2022년에 42만 톤에 이르는 폐배터리를 회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의 재활용 시스템이 아직 구축되지 않은 데다 회수 기준과 가치사슬도 완성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폐배터리에는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소각이나 매립으로 처리되면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인체에도 해로워 재활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꼽힌다.
전기차에 사용된 폐배터리는 보통 소형 배터리로 재조립해 전기스쿠터 등 분야에서 재사용하거나 완전히 해체해 니켈, 코발트 등 금속들을 추출해 재활용할 수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은 폭발 사고 가능성을 고려해 폐배터리 재사용을 지양하고 있다.
당국의 대대적 지원 정책으로 전기차 신생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생겨나면서 주행기술이 안정되지 않은 차량들이 시중에 판매됐고 이런 차량이 조기에 폐차되면서 수명을 다하지 않고 버려진 배터리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매체 자동차다사기에 따르면 구궈훙 지린대학 칭다오자동차연구원 부원장 겸 중국자동차공정학회 전기기술분회 전문가는 “소수의 대형 자동차 업체가 생산한 전기차를 제외하면 다른 전기차에 탑재돼 재사용된 배터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식 등록되지 않은 소형기업들이 비싼 값을 지불하고 폐배터리를 사재기하고 있는 점도 시장에서 정식으로 유통되고 있는 폐배터리 규모가 업계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전기차 산업 초기부터 폐배터리 분야는 일찌감치 ‘황금알’로 각광을 받아 온 데다 최근 몇 년 동안 금속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형기업들이 불법으로 폐배터리를 회수하는 사례가 많다.
폐배터리를 비싼 값에 회수해 원자재를 추출하더라도 원자재를 채굴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적게 들기 때문이다.
구 부원장은 “당국과 지방정부는 공정한 경쟁 속에서 실력 있는 기업만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현재 일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배터리 회수와 매각 등 전체 재활용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도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민간기업이 이를 직접 해체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상업화 환경이 구축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폐배터리 회수 기준 등이 제도적 장치로 표준화되지 않은 점 역시 산업 성장을 저해하고 있는 요소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전 세계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 규모가 2019년 1조6500억 원에서 2040년에는 87조 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이서 기자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 아래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여러 핵심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성장 전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노이서 중국 전문기자의 [차이나in리포트]는 중국 증권사들이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리포트를 통해 중국 핵심 산업과 기업의 최근 동향을 파악하고 의미를 파헤져 한국 및 전 세계 정부와 기업, 시장 참여자들이 중국의 발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